언어적 삶이 필요한 죽음으로 향하는 질문들

김주영의 인문학 낭독 (언어가 머무는 정원 (7분 09초)

by 김주영 작가

https://youtu.be/Gt3WRmh8_Ac

언제나 귀한 하나의 움직임처럼

작은 것이라도 장점을 알려줘라

정서가 불안한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부모의 말

버킷리스트를 지워라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매일 오늘을 걷는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 깊이의 세계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들이 반복되는 인간을 섬세하게 조각하는 예술작품 같은 거라고 말할 수 있다. 인생과 삶 그리고 작은 하나의 글자와 단어가 모여 책이 되어 만들어지는 과정들이 모두 정교한 삶의 예술이 되는 이유라고 하면 조금은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인가.


무엇이든 해야 할 일을 따로 하는 날을 정하지 않고 분야를 가르는 대가들의 오늘 하루가 분명 그러했다. 보고 배우고 느끼고 생각한다면 나는 순간으로 가져와 내 길을 걸으며 수많은 열정과 고통과 노력이라는 정교한 예술의 작업을 일상에 두고 행하며 사는 날을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옷장에 좋은 옷이 있다면서 늘 가까이서 꺼내 입는 가장 편한 옷만 자꾸 세탁하며 그 옷만을 즐겨 입는 노년이 말하고 싶은 쓸쓸한 내면의 표현인 것 같다. 대체적으로 몸이 자꾸 늚 어지는 속도롤 실감하며 세상 모든 것이 그저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게 뭐가 있다고

그냥 이렇게 나 편한 옷을 입으면 그만이지”


“내가 만날 사람도 볼 일도 없는데 뭐 요란하게

차려입을 일이 있나. 그냥 난 이게 편해”


가족이 있다고 해도 하루 24시간 내내 함께 있을 수 없고 잠깐 있을 수는 있으나 결국 인간은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나를 보호해줄 어떤 비서가 있다고 해도 나와의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언제나 바로 나다. 누구나 나이 드는 일이 모두 기쁘지 않지만 매일 나에게 싱그러운 빛을 주는 일이 있다면 가는 날까지 자신의 일을 하며 가장 평온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 할 것이다.


이렇게 시선을 바꾼다면 어떤 변화의 시도가 될까?

그래. 이처럼 긴 하루가 내게 주어졌어. 내가 잘 보일 사람은 언제나 나야. 오늘은 옷 장에서 잠자고 있는 무슨 색의 옷을 꺼내 입어 볼까. 누가 보지 않아도 내게 잘 보일 사람이 바로 나니까. 더없이 주어지는 이 귀한 세상 아침에 눈을 뜰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볼 수 있는 1분 1초를 가장 좋은 마음으로 쓰고 살다 갈 수 있도록 나는 죽는 그날까지 내 삶이 초라하지 않은 노년을 즐기는 마음으로 더욱 소중한 시간을 간직하며 살아갈 거야.


죽을 때 가져갈 건 그 어느 것이 없다. 목숨도 가진 재산도 사람까지도 누구나 가는 날까지 나를 만나는 고독한 시간이 많을수록 가는 길이 절대 두렵거나 초라하지 않을 것이다. 잠시 이승에서 빌려 쓴 삶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모두 내리고 한 줌의 재가 되어 더없이 자유롭게 저승의 세계로 날을 수 있다. 알 수 없는 남은 날들을 두고 가장 좋은 생각과 말 그리고 마음의 예쁜 가치를 내게 주기 위해 우리는 오늘 하루와 과거의 잘못된 과오와 후회를 글과 책을 통해 비우는 걸음을 함께 걸을 수 있는 든든한 자본이 주변에 존재한다는 게 다시 보는 우리의 희망이 맞다.


살아있는 사람 깨어 있는 의식 마음과 시간의 고통과 철저히 고독을 부르며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려는 한 사람이 써내려 가는 책과 글이 담긴 지성의 품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 일어나 걷게 된다.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진한 사색의 향기로 다시 태어나는 오늘을 맞으며 죽는 날까지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


제 아무리 값비싼 옷을 입고 있어도 두려움은 이기지 못한다. 마음이라는 평온으로 수놓은 한 사람의 정리된 내면의 정갈한 옷에 비할 수 없다.


202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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