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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Nov 11. 2020

유일하게 자신의 시간을 쓰는 중년

2020.11.11

오늘도 이른 퇴근을 하며 집에서 해야 할 일감을 챙겨 잠시 집에 들러 아빠 병원을 가려고 아이들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세탁기에 빨래를 돌려놓고 거실만 청소를 하는 사이 베란다 창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자니 곁에 놓인 화분의 식물들이 나에게 “똑똑, 저 목이 좀 마르는 걸요. 시원한 물 한 사발 주실 수 있나요.? 라며 인사를 한다.


햇살이 강하고 건조한 기온에 흙이 바싹 마르고 잎사귀가 힘이 없어 화분 이십여 개에 전체 물을 주려면 ‘2리터’ 생수병으로 일곱 번을 따라 부어 주어야 하지만 급한 대로 완전히 마른 제라늄과 상추 그리고 큰 토마토와 미니 토마토 ‘세 그루’ 에만 촉촉하게 물을 부어 주었다.


최근 흰머리가 부쩍 늘며 미용실을 가지 못하고 있는 사이 염색해 놓은 밑머리와 뿌리 부분이 경계가 지어지며 티가 나지만 잠시 가리기 위해 한 달 마디 해야 하는 뿌리 염색보다 내가 일구어가는 창조의 귀한 시간에 더 마음을 쓰고 싶은 일은 이제 내 일상이 되었다.


종원 작가님은 ‘하루 한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과 ‘부모 인문학 수업’ 그 외 다수 인문 시리즈 책에서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글쓰기 방법에 대해 알기 쉽게 책에 수록해 주었고 집필하는 동안에 시력을 바쳐 글을 쓰며 안경까지 쓰며 작가님의 검은 머리가 하얀 종이의 여백으로 달려가서 글이 되고 작가님의 머리카락은 흰머리가 되었다는 고독 속에 피워 낸 전설을 따라 그날이 모여 일군 사색을 기억하며 내 머리카락도 이제 점점 하얀 눈이 쌓여 가는 것은 어쩐지 새로운 일이 아니며 지극히 나와 주변에 감사를 드리게 되는 일이다.


글을 쓰는 일이 중심이 되며 이렇게 해야 할 일의 무게로 인해 힘들어하지 않게 되며 이전에는 이 모든 일들이 나를 덮쳤지만 지금은 내가 그 일을 선택하며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 크게 변화된 중년의 일상이다. 나는 글을 써야 하는 이유도, 글을 쓰는 시간도 따로 정하지 않는다. 윗글의 절반은 아빠 병원에 가는 택시 안에서 나머지는 지금도 역시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으니 계획하지 않지만 쓰는 일은 언제나 나의 일부이며 가장 중요하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나의 습관이라는 터닝 포인트가 글 쓰는 일을 실천하게 하는 가장 소중한 힘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도심의 끝, 종점에 위치 한 곳이라서 시내를 나가야 할 때는 꼭 카카오 택시를 이용한다. 교통비는 버스나 지하철과 승용차에 비하면 추가되지만 시간 절약이 되며 내가 움직이는 반경에서 비용을 추가한 만큼 효율적인 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에 이런 날 교통비로 아끼려는 생각은 잠시 접는다.


집으로 돌아와서 이미 끝나버린 빨래를 급속으로 헹굼을 하고 널고 아이들 식사 자리를 치우고 마른빨래를 개며 꼭 해야만 하는 필사를 먼저 한 후 아이와 함께 낭송을 마치고 쓰던 이 글을 마무리하며 다시 회사에서 가져온 일을 열심히 한 후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일상을 보내며 바빠도 바쁘지 않아도 꼭 해야 할 일이 글쓰기와 독서 그리고 필사와 요즘 진행 중 인 이벤트 낭송에 참여하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 세상이 내일 무너진대도 빼놓을 수 없는 나의 무기이며 자본이 된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다.


결국 일상의 모든 창조는 공간과 사물을 연결하는 힘이다.

그것들이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이 올 수 있게 마음의 문을 열고 그것들과 함께 걷는 일이다. 그 마음을 준비할 수 있는 나의 껍질을 벗겨 맑은 물이 스밀 수 있도록 자신을 치유하는 일상의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힘의 근원이 될 수 있도록 아무리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경계를 허물고 자신의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유일한 실천이 될 수 있도록 자기의 생각과 아픔을 그리고 슬픔을 당당하게 쓰며 자신의 선명한 색깔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모든 것을 배제하고 일단 쓰는 삶을 기억하라.”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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