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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Nov 10. 2020

태양처럼, 그리고 바다처럼

2020.11.10

나이 스물이 되기까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었다. 성격이 까칠하고 개성이 있는 아이에게 아빠는 언제나 둘째가 제일 예쁘다고 말씀하셨다. 토라져서 쿵쿵거리는 아이의 뒷모습에 대고 발뒤꿈치도 둘째가 제일 예쁘다고 했고 언제나 네가 제일이라고 말씀하신 건 아이를 보며 느끼시는 아빠의 마음을 말의 언어로 아이의 귀를 빌려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셨겠지.


자신이 살아오신 지난날들을 가슴에 묻고 자식들에게는 바다보다 더 한 마음과 사랑으로 안아주신 아빠의 은혜를 머리카락을 잘라 짚신을 삼아 드린다 해도 그 신발을 신지도 못하고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세월이 산과 하늘과 바다의 깊음 보다도 짙고 넓은 세상 속으로 흘러만 간다.


마음과 영혼은 그대로인데 조금씩 표현하는 몸의 신호로 아빠의 두려워하실 시간들이 더 사무치게 적셔온다.

“언제나 욕심부리지 말고 차라리 손해 보라.”

“ 베푸는 삶은 뒤끝이 있으며 늘 좋은 일이 함께 한다.”

“ 예쁜 마음을 쓰고 살라.”

이처럼 따스한 시선으로 인생의 그늘이 되어 주는 아빠가 조금만 아프시길 기도한다. 언제나 지금처럼 그 마음으로 우리 곁에서 그대로 이시길 ‘허허’ 웃는 아빠의 모습을 그리며 며칠 처음으로 입원하시는 병원에서 정밀진단 잘 마치고 아빠가 좋아하는 자유의 공간으로 어서 오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병문안 방문도 보호자 한 명만이 명찰을 달고 있어야 하는 게 원칙이 되어버린 시절 속의 아픈 규제가 사람의 감정에 더 그리움을 바라보게 한다.


아이에게는 늘 그런 부모의 그늘이 최고다. 자신의 경제적 조건이나 부유한 환경을 뛰어넘어 아이에게 가진 재능의 능력을 발견하게 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게 해 주는 오로지 부모라서 아이라서 나눌 수 있는 하나의 연결된 강한 인연의 끈과 함께라면 비가 오는 날 우산이 없어도 비가 개이기를 바라며 기다릴 수 있고 가난한 날을 보내는 오늘 앞에서도 생각이라는 친구에게 길을 물어 마음이 향하는 곳에서 스승을 만나는 언덕에 올라 내일을 꿈꿀 수 있다.


지금도 흐르는 우리들의 골든 타임을 그냥 스쳐 보내지 말자.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이 더 아픈 추억이 되지 않도록.


202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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