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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Nov 22. 2020

하늘 한 점 바람 한 점에도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2020.11.22

하늘에는 구름 하나 없이 마치 바다처럼 색감이 푸르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 따가운 햇살이 비추는 채광 아래 먼지라는 하얀 요정들이 쌓인 공간의 숨결을 바람의 소리로 빗자루 삼아 쓸고 닦는다. 생수병에 물을 받아 꽃과 식물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제라늄 사이로 떨어진 꽃잎은 조심히 그 길에 둔다. 피고 지는 잎과 꽃대를 자르고 빈 화분에 꽂아 두면 자신의 생명을 불태우듯 그들은 꽃나무로 새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햇빛과 약속한 시간이면 시계처럼 지나는 기차, 푸른 하늘에 바다를 그리듯 자연이 전하는 오늘이라는 우리의 삶에 공기를 투여한다. 사무실에 꽃을 가져다준 사장님께

‘ 스토크 꽃’ 만원 어치를 주문했다. 지난번에 주신 꽃이 사무실을 오가는 시간마다 진한 향기가 스미고 감사한 마음이 오래 남아 화훼시장으로 가는 꽃이 사라지기 전에 조금 사서 집에도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한 아름 꽃다발을 안고 오시며 꽃 홍보용이라는 기분 좋은 명분으로 내가 내미는 돈 만원을 절대 사양하셨다. 나는 지금 꽃을 선물 받은 일을 자랑하고 싶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 꽃이 이렇게 예쁘게 사람들의 손에 가기까지 관리하는 작업들을 떠올리면 심고 가꾸고 보살피고 잘라 하나하나에 닿은 손길과 땀방울이 키워 낸 공들임에 그저 받는다는 사실이 몸과 생각에 느껴지므로 예쁜 꽃 속에 담긴 정성처럼 그 안에 눈물 나는 일상의 과정이 이 꽃과 함께 느껴지기에 보는 내내 그 안에 담긴 마음과 향기가 진한 까닭을 되새긴다.


이 세상 모든 잘 되는 일들이 그저 되는 것 같지만 쉽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고통과 어려운 일이 무엇이 있을까, 매일 글을 쓰고 필사를 하며 여기에서 함께 해야 할 사색의 자본들이 책 한 권이 되기까지의 고독한 시간과 눈물의 의미를 볼 수 있다면 책에 쓰인 글자 하나도 쉽게 읽어 버릴 수 없는 위대한 작업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창문을 열어두면 아래에 어느 집에서 묶어둔 멍멍개가 짖는 소리와 함께 도로를 지나는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가 오늘이 또 깨어있음을 실감 나게 하는 11월의 하루가 시간 속으로 이동한다. 이 넓은 세상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천명의 사람이 자신을 외면할 때 믿어주는 단 한 명만 있어도 그 사람은 살아야 하는 한 줄기 빛을 찾을 수 있다.

‘27년’ 동안 교도소에서 교도관 일을 하며 다 죽어가는 눈빛이 선한 단 한 명을 믿어주며 그의 억울한 죄를 밝혀

‘20년’ 옥살이를 한 그 사람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도운 사람의 마음에는 어떤 특별한 능력이 그걸 보게 한 걸까, 그것은 한 사람을 지켜보는 선한 마음이 있고 그것을 보게 하는 사색이라는 여백과 따스하게 살아 숨 쉬는 관심 즉 생명의 줄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에서 알아야 할 일들을 뒤로한 채 욕망에 가까운 집착의 눈을 뜨며 사는 것이 아닌지 자신을 매일 거르고 비우는 과정을 수행하며 살아야 한다. 수행이라고 하면 너무 딱딱하기에 나를 선명하게 만드는 일상의 과정을 통해 그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자. 그것을 바라보는 힘을 대가 김 종원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사색하는 힘이 곧 살아가는 힘이다.” 당신의 삶을 사색하고 그 안에서 뚜렷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지금 보다 나은 세상을 기대할 수 있고 나 자신의 삶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우리에게 늘 실천의 언어를 강조한다.


기원전 400년 전 서양 철학의 원조 테스 형도 우리에게 당부했다.” 너 자신을 알라.” 그대 자신을 알아야 우리는 세상을 향해 제대로 된 마음의 눈빛을 볼 틈이 생긴다. 자신을 먼저 아는 것 나에게서 질문을 발견하는 일이 그대가 앞으로 살아갈 힘을 갖춘 한 사람 그리고 두 사람이 생겨날 때 고통이 아닌 지혜의 철학 속에 되는 일이 많은 비전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오늘도 단 하나뿐인 삶을 빚듯이 향기로운 시를 쓰는 시인의 마음을 창조하는 그대만의 시간에 좋은 책과 글을 읽고 생각하며 그것에서 찾은 경험들을 실천하며 살라. 분명하게 다시 말해 그대 삶을 지키고 쓰게 하는 강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202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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