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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Nov 27. 2020

자신이 바라보는 것의 가치를 발견하는 시선

담양 소쇄원의 유래

다시 회사 업무가 바빠질 날을 위하여 오늘은 언니랑 남동생이랑 엄마랑 하루 휴무를 하며 근처로 초겨울과 인사하러 드라이브를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모두 만나 보리밥 정식집을 들러 담양 ‘소쇄원’이라는 조선 중기에 지어진 한국 전통정원 중 최고의 원림으로 평가받는 남도의 대표적인 문화명소로 잘 알려진 내원을 나들이했다.


결혼 전에도 가끔 바람을 맞기 좋은 곳이라서 몇 번 가본 적 있지만 사실 그때는 오랜 유적지 정도로만 생각했지 이렇게 자세하게 질문하는 눈을 갖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에 내가 조금 무심했다는 생각과 함께 맑고 푸른 세월의 흔적을 보며 잠시 미안한 마음으로 시절을 떠올렸다.


하늘을 청명하고 바람은 불었지만 역시 햇살이 온통 세상을 물들이는 날 영조 시대, 1755년에 새긴 ‘소쇄원도’를 보며 그 후로 존재하는 정원을 품에 안았다. 전라남도 화순길을 지날 때면 조광조 유배지라는 푯말을 볼 수 있는데 이 정원을 지은 양산보 선생은 조광조의 제자였으며 기묘사화 이후 스승 조광조의 죽음을 보고 현실 정치를 멀리하고 깨우침을 실현하가 위해 이곳에 와서 ‘맑고 깨끗하다’.라는 뜻의 소쇄원을 건축하였는데 ‘소쇄옹’이라는 양산보 선생의 호에서 이름이 유래되었고 이제 소쇄원이 간직하는 고유의 이름을 절대 잊지 못하리라.


친정 아빠의 순수한 유머가 있어 어느 날의 순간을 함께 한다. 친근한 화순 출신 조 사장님께 이렇게 응수한 적이 있다. “자네, 조광조 조씨겠네!” 주변 사람들이 그 질문에 반은 기대하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역시나 그분이 그의 후손이라고 했다. 가끔 차종을 말씀하실 때

“그거 있냐, 올림픽 마크 같은 것” 은 바로 아우디 자동차를 말씀하시는 거다. 잠시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웃음을 바라본다.


나는 여기에서 이 곳이 ‘500년’ 역사의 세월을 함께 밝히며 오래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했고 양산보 선생이 유훈으로 남긴 존귀한 언어에서 힘을 발견했다. 그분이 남긴 당시의 엄한 말을 그대로 전하면 이렇다.

“어느 언덕이나 골짜기를 막론하고 나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으니, 이 동산을 남에게 팔거나 양도하지 말고 어리석은 후손에게 물려주지 말 것이며 후손 어느 한 사람의 소유가 되지 않도록 하라.”

이 말을 생각하며 그의 깊은 심지와 바람과 이곳에 쏟은 눈물과 정성을 생각했고 그의 깊은 소망과 흔적을 기린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고요한 역사를 담고 그 안에 담긴 짙은 영혼보다는 먹거리와 맛집, 분위기 좋은 카페를 탐색하기 에 바쁜 시간을 쓰는지 모른다. 하나하나 돌아보면 우리가 보아야 할 가치가 존재하는 장소와 순간을 바라보며 헛되이 살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찾을 수 있을 때 자신이 느끼고 상상한 만큼 귀한 주제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값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이곳처럼 그 시대 공간의 의미를 부여하기에 두드리지는 것이 밝음과 어두움, 빛과 그늘의 적절한 반복이 조합을 이루며 건축되었다는 사실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자연 속에서 자신의 시선과 생각을 함께 하기를 바라는 유생들의 가르침이 이 안에 모두 깃들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성 김종원 작가는 독서는 읽는 게 아니라 읽고 멈출 지점을 찾는 게 목적이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네 삶도 그 책에 쓰인 글과 같음을 하나를 바라보고 멈추어 지적 탐험을 시작하고 그 문장이나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삶에 연결하는 힘이 바로 인문이며 사색이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근사한 자본이 될 수 있으니 자신의 삶이 보다 진전할 수 있도록 뜨겁게 읽고 멈추어 생각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일상에서 좋은 책을 읽고 그 힘을 발견하며 그것을 믿으라. 당신은 분명 성장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2020.11.27

#고전 #철학 #예술 #소쇄원 #지성김종원 #문해력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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