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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Dec 19. 2020

만약, 당신에게 3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김종원 작가 20주년 기념의 해, 오늘의 인문학 낭송과 함께

올 해의 겨울은 매일 화병을 바라보고 꽃을 너를 보듯 마음을 담고 물을 바꾸고 다듬고 다시 꽃이 나를 보듯 눈을 맞추고 호흡한다. 비싼 꽃다발은 내가 정한 지나친 사치이고, 화분에 피는 꽃을 보며 피고 지고, 지고 피고 다시 너를 보며 눈에 담지만 시절의 인연으로 화병에 꽃이 지면 다시 어느 날 제비처럼 한 아름 꽃을 만나게 해 주는 지인 덕분에 향기에 취하고 아름다운 꽃잎에 반하고, 매일 고운 글을 따라 꽃꽂이하는 중년의 우아한 시간을 마주한다.


가지가 길 때는 길게 꼽아, 점점 짧아지는 가지 따라 화병 속에 잎도 꽃들이 전하는 요일과 시간에 따라 다른 향기가 되고 마음이 평온할 때 바로소 향기도 오듯 네 마음과 하나가 되어 꽃들은 겨울을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세월이 가고 인생이 가고 오며 말없이 그대를 다시 마음으로 손짓한다. 가진 게 작아서 또, 가진 게 많을 수 있는 것, 우리의 삶이 그처럼 향기롭기를 꽃처럼 아름답기를 언제나 가장 소중한 마음을 열고 눈과 귀를 띄운다.


그래, 그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마음인 것처럼 내가 가진 일상에서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편의 시가 되어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바라는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세상이 아무리 변하여 가도 사람이 세월을 붙잡을 수 없지만은 우리의 마음에 따라지는 세월을 내 것으로 붙잡아 쓸 수 있다는 사실 하나가 가슴 뛰게 살아가는 의미가 되기에 충분하다.


조선의 대학자 화담 서경덕은 일상의 기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고, 황진이 에게는 늘 그리운 영혼의 스승이었다. 천하에서 그녀를 여인으로 대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으며 사람으로 태어나 절제하는 삶과 노력하는 마음으로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그를 보고 황진이 스스로가 그의 수제자가 되기를 자처할 만큼 그녀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음을 준 사람이었다. 서경덕이 죽고 난 후에도 그를 따라 늘 추리한 옷차림에 꾸미지 않는 외모로 살다가 결국 죽을 때도 관도 쓰지 말고 동구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자신을 버려달라고 유언했다. 그녀를 보며 시대와 주변의 사람들에게 옳지 않게 권력으로 신분상승을 하려거나 기회를 이용해서 한몫 챙기려는 남성 중심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언의 본보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삶이 어떻든 ‘영혼의 집’을 짓는 사람은 그것에 구애받지 않고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며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선택할 수 있듯이 주변에서 좋은 사람이란, 바로 일상의 철학을 가지고 소신껏 사는 사람들이 되는 일이 중요하다.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한 사람이 버는 많다면 많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 직장인 월급으로 ‘4인 가족’ 이 살아간다고 할 때 가령, 평범한 중년의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과 가족이 써야 하는 것이 기준이 되고 주부이기에 편하게 쓰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초라해지거나 그것으로 우울한 일상을 느끼겠지만, 내가 써야 하는 부분을 푼돈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모으거나 벌어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에서부터 하나의 원칙을 설정해야 한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값이 없어서가 아니라 한 잔에 몇천 원을 주고 꼭, 마셔야 할 이유를 찾지 않는다. 보기에 화려하지만 금방 시들게 되는 아름다운 꽃 같은 경우에도 비싼 꽃다발을 일상에서 내가 꼭 사지 않아도 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고 그 두 가지를 지키며 산다.


다만, 나는 꼭 필요한 곳에는 아낌없이 더 주고 쓰며 살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일 년에 ‘7번’ 미룰 수 없는 귀한 작가님의 강연을 듣고자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서울행 SRT와 KTX 왕복 티켓을 고민하지 않고 시간에 맞추어 탈 수 있으며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타며 이동경로가 애매할 때는 주저하지 않고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중년의 나로 살 아가는 힘과 용기는 일상을 실천하는 것에서 시작이 되고확신하는 삶을 살 수 있는 환경과 마음을 제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인문학의 대가 김종원 작가님의 글 쓰는 삶은 일상이 책이며 책이 일상이다. 그 길에서 ‘25년’을 걸으며 사색과 문해력의 힘을 찾는 법을 전하는 작가님의 품위 있는 시간들을 보며 따르는 일에 중심을 놓고 나는 그 길 속에서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꽃피는 중년을 살아갈 수 있다. 남들이 해야만 하는 것들을 하는 것도 중요하나 남들이 하지만 내가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나를 지키는 자본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스승님께 배우고 실천하는 중년이 보다 소중하다.


“일상에서 가장 소중한 마음의 힘은, 내게 30초가 주어지는 마지막을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

2020.12.19


오늘의 브런치 인문학 낭송

*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가슴 시리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낭독합니다. ‘아이를’을 꼭, 아이로만 인정하지 않고 바로, 나, 자신의 삶에 세울 수 있다면 당신은 새로운 시선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도서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 1권 김종원 저>

* 배경 음악. 김종원 시인의 20대 첫 시집 ‘이별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중에서  한 편의 시가 아이콘이 부르는 아임 오케이 가사로 탄생한 음악과 함께 합니다.

* 고2. 초6 아이들과 함께 오늘의 한 줄을 낭송합니다.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일일 달력 김종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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