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주영 Dec 22. 2020

삶이라는 언덕에서 마주하는 썰물의 형상들

김종원 작가 20주년 기념.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1. 지난 금요일 오전에 정기검진용 혈액검사를 하기 위해 주삿바늘로 세 군데를 찌르고 겨우 성공하며 피를 뽑고 왔건만 그날 오후 담당 간호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저기요, 죄송하지만 검사용 피가 모자라서요. 다시 한번만 나오셔서 피를 좀 더 빼주셔야겠습니다.”라는 무서운 소식을 알렸고 월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병원 검사실에 들러 다시 또 한 번 두 번 실패를 하고 세 번째에 성공하며 모자란 피를 뽑고 왔지만 사실 이 시간의 공포와 실패 후 핏줄을 잘 못 찌른 아픔은 눈물을 흘리며 시간을 견뎌야 하는 두꺼운 팔과 온몸에 힘이 빠지는 일이다. 혈관이 잘 나오지 않은 것은 무섭고도 불편한 일이긴 하지만 또다시 회생하며 구출되는 기분에 시간을 잊는다.


2. 2020.10월 중순에 브런치 카페 작가가 되고 ‘신인작가 출간 프로젝트 공모전’에 더 정성을 담지 못한 걸까, 저 하늘에서 별이 내게 찾아올 것 같아 조금 기다렸는데 오늘이 아닌 다른 날에 오려나 보다.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이 맑지는 않고 무표정한 그대로의 하늘이 펼치는 모습이었다. 신인작가 공모전에 신인이라서  응모했는데 다른 신인을 뽑는가 보다. 브런치 라디오가 끝나고 요즘은 ‘넷플릭스 스토리 텔러 공모전’ 이 시작되었고 처음에는 무슨 내용의 글을 쓰는가에 대해 궁금했고 이미 알지만 매일 글을 올리며 참여 버튼을 누른다. 이유는, 그래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소개하고 필요한 분들에게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나의 작은 마음을 담는데 보기에 따라 엉뚱하게 보이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ㅎ 나는 그냥 꼭, 함께 누르게 된다. 그것은 내 마음이고 어차피 아니면 뽑지 않을 것이며 귀엽게 그저 웃을 테니까 말이다. 나를 보고 걱정하는 친절하신 전문가 분들의 오해가 있을까 싶기도 해서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앞으로 모르는 게 있으면 발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오지랖을 내어 주시는 이웃이 생긴 것 같아 반가운 기분을 함께 했다.


3. 아파트 사는 곳에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된 친구들이 지금은 모두가 이사를 가고 남아있는 얼굴들이 몇 집안 되지만 지난번 김종원 작가님의 20주년 기념, 인문학 달력을 전할 일이 있었는데 정말 예쁜 달력이라며 기뻐해 주어서 내가 더 즐거운 마음을 선물 받았건만, 집에 오자마자 잠시 내려오라며 크리스마스트리가 그려진 쇼핑백에 건강 챙기라며 건강 콩 두유 한 상자를 건네주었다. 내가 더 좋은 건 올해와 새해를 기원하는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그 사람의 따스한 손 편지의 마음에 큰 감동과 감사를 함께 받은 거다.


4. 오후 4시쯤 집에 돌아와 청소를 하고 대충 집안 정리를 한 후 종원 작가님이 정성을 담아 쓰신 글과 게시물을 모셔와 ‘브런치 인문학 낭송’에 담을 영상을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어느덧 6시를 향하고 있었고, 오늘 내가 마주한 좋거나 긴장했거나 헛헛한 마음이 지나가고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내 몸과 마음에 평온과 자유가 잔잔한 파도가 되어  찾아왔다. 역시, 놀이 중에서도 김종원 작가님 놀이가 가장 편하고 행복하다. 가끔 생각한다. 만약에 누군가 괴테를 좋아하는 한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오, 나의 괴테” 하면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오, 나의 김종원 작가님 ” “오, 지성 JW”이라고 부르는 것도 조금 오버하는 것 같아 괴테처럼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다. 이 질문을 한지는 꽤 오래됐지만 아직 까지 찾지 못하는 것 중 하나라서 늘 생각에만 저장한다.


5. 최근 거의 매일 주말에도 회사 일감을 집으로 가져오곤 했는데 오늘은 가져오질 않았고 일주일에 두 번 밤 9시 반과 11시 10분에 딸아이와 이동을 하는데 모처럼만에 특별하게 쉴 수 있는 온통 밤의 휴가를 얻은 것 같아 특별한 시간을 보내도 좋다. 그래서 나는 까만 밤하늘에 마음을 수놓고 별을 그리며 보이지 않는 바람과 구름을 띠라 하염없이 흐를 수 있다.


아, 아름답도다. 기나긴 나의 고독이여, 깊게 파고드는 영원한 주홍빛 꿈에 그린 상념이여!


2020.12.22


* 브런치 오늘의 인문학 낭송은, 부모와 아이가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을 통해 알기 쉽게 다가가는 서로의 질문과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일상의 인문학 접근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 김종원 작가 블로그 출처 글 >

* 고2. 초6 아이와 인문학 달력을 낭송합니다.

* 김종원 작가님의 공동 작사 곡인, 아이콘의 아임 오케이를 함께 듣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무치는 마음으로 매일 길을 떠나는 그대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