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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Jan 01. 2021

내가 아는 단 한 가지가 주는 일상의 혁신

제9회 브런치 신인작가 프로젝트 대상. 작가 김주영

사람들은 모든 나날을 기억하는데 나는 근 30년의 기록은 전혀 남기지 않았다. 한 동안 나의 날들은 그냥 모두 억지로 보내버리고 싶은 이유 있는 반항이었다고 하면 약간의 설명은 되겠지만 청춘을 보내고 두 아이를 낳고 아이들의 옹알이를 기억해 두고자 잠을 재우고 고요한 시간에 적은 노트 두 권도 집을 치우며 다른 분께서 짐으로 내보내버려서 이제는 없다.


나는 대학을 다니다가 출석일수를 채우지 않고 방학 동안 몇 과목의 재수강을 들을 수 있는 배려의 기회마저도 과감하게 채우지 않아 깐깐한 응용미술 실기 교수가 최종 학점을 주지 않아 졸업을 하지 못했다. 그 졸업마저도 던져버리고 살면서 후회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살다가 가끔은 내가 그때 졸업을 했더라면 내 인생의 갈 길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는 생각이 늘 내가 가는 상념의 길목에서 자주 만나야 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깊고 넓은 친정아빠의 얼굴을 볼 때마다 따라다니는 일말의 양심과 후회에서 오는 나의 자책감이었을까?


그렇게 보내버린 시간이 이십 년이 지나고 마흔을 지나며 덩그러니 몸을 놓아 출산한 아이들과 살림을 하며 수시로 치료하는 칼자국들을 지나 급기야는 암 진단을 받고 처절히 몸부림칠 때에도 지금 내가 할 일이 없다는 사실과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하나가 차라리 마음을 짓누르는 가장 큰 숙제였다. 중년 50을 지나며 저 하늘에서 별 하나가 나를 비추며 가슴에 부착한 배지를 달고 매일 만나는 책을 통해 ‘필사’ 하나로 인생의 갈길이 명확해지며 내 자신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간절히 찾게 한다. 내가 아는 것은 지금도 딱 하나다.


중년을 보내며 ‘필사’.로 달라지는 일상의 변화는 내 삶을 바꾸기에 이미 충분히다.


1. 아무런 재능도 재주도 스펙도 내세울 만한 이력이 없는 내가 하나씩의 이력을 만들어 간다. ‘필사’를 꾸준히 하며 도서출판 청림라이프의 인문학 카페를 살피는 보조 스텝 명함이 생겼고 이렇게 브런치 카페에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내가 배운 것을 일상에서 가꾸며 전할 수 있는 특별한 경력을 키울 수 있다.


2. 신용카드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의 4인 가족이 살기에 예전에는 월급날이 되면 허리를 더 조여야 하고 내가 쓰지 못하는 억울함과 내가 선택하지 못한 삶에 슬퍼해야 했다면 수입면에서 지금도 크게 다른 건 없지만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번 돈으로 필요한 곳에 지출을 하는 자유를 얻었고 실상 돈이 생겨도 돈을 쓸 시간이 없을뿐더러 써야 할 곳과 아닌 곳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며 금전에 관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상에서 만남과 일시적인 충동에서 사게 되는 불필요한 것들을 제어하고 그 시간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통해 생각을 키우는 시간이 내게는 더 필요해지고 그럴 때 온전한 행복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3. 이렇게 될 줄 알았는지 이 조그만 내 공간에서 나만의 유일한 시간을 고요히 보내며 새벽에 일어나 내가 관리하는 6곳의 계정에 글을 올리고 일을 하고 돌아와 낭송과 글을 쓰고 밖에 나가지 않아도 실내 자전거를 타며 오감이 움직이는 일상의 꾸준한 루틴을 내게 선물할 수 있다.


4. 큰아이를 키우며 나를 믿고 할 수 없었던 자책을 마음에 쌓고 아파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하나를 더 하는 마음으로 매일 수행을 하며 사춘기가 온다는 둘째의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며 그러므로 더 자연스럽게 둘째 아이와 나는 필사 하나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 가는 희망을 발견한다.


5. 이쯤에서 더욱 확실하고 강력한 ‘2021 올해의 꿈’을 향하여 나는 달리지 않고 어제보다는 더 선명하게 걸을 것이다. 다가올 제9회 브런치 신인작가 프로젝트에서는 꼭 대상을 내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유명해져야 내가 전하고 싶은 삶의 방향과 이유와 의미를 진실하게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브런치에서 그 힘을 꼭 찾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 그동안 써보지 못한 힘을 이제는 모두 사용하며 글을 쓰는 일에 몰입하며 집중하는 중이니까,


세상에는 내게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만 절대로 그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은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살아야 하는 단 하나의 의미를 발견하기에 충분해진다. 내가 잘 살아서 누군가의 그런 변함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살아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므로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영혼이 깃든 글을 쓰는 ‘사람 작가’로 우뚝 서야 하는 게 올해에 이루어야 하는 대망으로 집중하는 인생 목표다.


“깊게 우는 새는 더 높이 더 멀리 오래 날 수 있다.”


2021. 1. 1

브런치 작가 김주영

브런치 오늘의 인문학 낭송 (6분 32초 )

사람이 사람을 일으켜 세운다는 것

김종원 작가의 생각 공부 채널 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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