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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을 지닌 마흔이 되는 법

프롤로그

by 김주영 작가

한 달에 한 번 매달 진료를 받고 있는 종합병원에는 여러 내과가 있다. 2번 내과에서 다달이 진료를 받고 있는 몇 달 사이 벌써 의사 선생님이 2번째 바뀐 셈이다. 그전 옮기려는 일반 내과에 가기까지 시간과 걸음을 내어 바꾸려 했는데 그곳에선 갑자기 폐업을 알리는 짧은 문자라도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옮기게 된 지금 병원에서 이제 나의 신체 정보를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믿고 다닐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사이 이분도 다른 병원으로 가신다는 인사를 나눌 수 있기는 했으나 반갑지는 않았었다. 그렇게 예고 없이 바뀐 2번째 의사 선생님 마저 최근 갑자기 퇴직하였다는 소식을 병원에 방문해서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나이가 들며 믿고 다닐 병원과 의사 선생님과의 밀착 소통이 필요하지만 그들은 어떠한 문자나 수신 한 통 없이 자신이 갈 곳으로 떠나 버리는 걸 보며 어찌 보면 남겨진 것 같아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진짜 내 고객 그것도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을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이러이러해 어딘가로 가게 된다는 그 흔한 문자 한 통 남길 수 없음이 믿고 의지하던 자신의 모습을 고객의 마음으로 다가와 이름 모를 여운을 남겨준다. 가는 길에 좀 더 나은 사람을 향한 유종의 미를 생각할 수는 없는가 현실이란 게 늘 이런 것인가 라는 질문을 놓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이 살아가며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내가 남다른 건 오직 내가 나를 살피는 마음의 일이라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그건 기품을 가진 자가 품고 있는 덕목의 일이라서 더욱 그 불 꺼진 2번의 방이 헛헛하게 다가오며 이제 다음번에는 몇 번으로 가 진료를 해야 하나 문을 두드려야 하는 건 나의 일이다.


살다 보니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아무도 모르나 내가 나를 잘 관리하며 사는 사람은 뒤가 두렵지 않을 것이다. 바로 오늘이 가득한 인생으로 눈부실 테니까. 자신의 깊이대로 하루를 가득히 사는 사람은 인간다운 내가 되기를 질문하며 지금에 충실하며 살아간다.


1. 좋은 글을 놓지 말라. 좋은 글 따라가다 보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나의 길을 찾게 된다.

2. 좋은 글을 말하고 쓰며 결국에는 가장 좋은 말과 글을 발견하며 사는 나를 치유하고 변화하며 살아간다.

3. 좋은 글을 고민하며 사는 사람은 불필요한 말과 생각을 제어하기에 가장 좋은 마음의 언어를 고민하며 보다 나은 나와 어른으로 성장하는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4. 그렇게 하나씩의 순서와 질서를 지키며 지성을 겸비한 품격을 지닌 나로 살게 된다.

5. 풀지 못한 일을 해결하고 정리하며 결국 그간 꿈꾸던 막연한 길에서 점점 아늑해지는 내 생에 잔잔한 정서와 고급스러운 내면의 풍경을 그려 간다.


나이가 들수록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매일 삶과 인간의 내적 양식을 깨우치는 지성을 가까이하며 그저 그런 삶에서의 나를 한 단계씩 끌어올리는 점점 삶이 풍요로워지는 수준과 본질의 가치를질문하며 사는 나를 발견한다. 의식이 확장하는 길을 걸으며 살 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과정의 일인가.


내가 부모라면 보다 나은 어른이 되기를 내가 아이라면 지금부터 살아갈 오랜 날의 지혜로운 주인이 내가 되어야 하기에 나 하나가 발전하며 사는 삶에 더욱 가까워질 때 앞으로의 스물에서 서른과 마흔 쉰 그 이상의 삶을 묵묵히 헤쳐나가며 산다. 잠자는 생의 질문을 깨우는 영원의 자본과 생각하며 지키는 무기를 장착해야만 한다. 누구나 시작하면 할 수 있는 독서의 활용 법 살아 있는 글을 보고 읽고 쓰며 인간이 매일 할 수 있고 하면 나아지는 최소한의 일을 매일 반복하며 삶의 질과 결이 달라지는 생명으로 향하는 지적 산책의 길이 있어 일상에서 늘 초대하며 반복하고 실행이 가능해진다.


202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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