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의 브런치 인문학 라디오 (8분 48초)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 대만판.
마음을 주면 마음을 받는다.
그대 마음과 영혼이 가는 대로 그냥 두라.
인문학 달력을 아이와 함께 매일 낭송합니다.
한 집안에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며 살아온 세월이 오죽했을까, 딸과 아들을 키우며 살아온 힘든 시간들이 지나 막내인 아들은 이제 마흔이 넘는 나이가 될 만큼 장성했고 산지식이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유능한 개그맨이 되어 활동 중이며 다큐 쵤영차 고향을 방문했다. 연세가 지긋하신 엄마와 함께 어린 시절을 거닐듯 바닷가 방파제를 산책하며 아들이 엄마께 이렇게 응수했다.
“엄마, 나 어릴 때 속상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찾아오던 곳, 여기가 바로 제 아지트였어요.”
“야야, 니도 그랬나. 나도 그랬다. 하루는 얼마나 힘이 드는지 진짜로 죽어야겠다 싶어 이리로 오지 않았나. 그런데 그날 바람이 심하게 불고 파도가 드높았다 아이가. 고마, 죽어삘라고 바위 위에 서가 있는데 파도가 월매나 드세게 와서 때리든지 내가 진짜로 죽는지 알고 깜짝 놀랐대이”
엄마가 가진 철학을 넘어 세상과 삶을 통달한 해학을 지니셨다. 매일 아침 출근길 사람들의 귀와 마음을 깨워주는 개그맨이자 방송인 김 영철의 ‘바다’ 하면 떠오르는 감동의 스토리를 잠시 회상한다. 그날 방송을 촬영하던 모든 관계자들이 함께 웃을 수밖에 없었고 엄마의 살아오신 아픈 날들이 아름답게 바다를 스치며 삶이 주는 귀한 가르침의 언어들을 고요하게 나는 들었다.
삶이 타 내려가는 흔적은 마음에 상처로 남지만 하늘에서 전하는 별빛의 사랑과 아이들의 고요한 눈빛을 보며 엄마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바람이 전하는 용기라는 날개를 달았으리라. 내가 폭풍의 언덕에서 지성 종원작가님의 귀한 메아미를 들은 것처럼. 엄마, 부모라는 사람은 그런 거니까. 그래서 한 사람이 가진 따스한 눈빛과 마음이 중요하다. 마음 한 구석이 아픈 채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을 모두 사랑할 수 없지만 내 곁에 존재하는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사소함으로 더 아프게 하지 말자.
큰 게 아닌 작은 것을 볼 수 있는 유심한 마음이면 누구나 나눌 수 있다. 하나를 주면 또 하나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다.설령, 내 마음과 다를지라도 내가 나에게 기뻐할일이라고 생각하면 분명, 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되어있다.
20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