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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좋은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의 좋은 글 낭송 (6분 18초)

by 김주영 작가

기분 좋은 결과를 내는 비밀

좋은 사람.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아이들의 낭송

https://youtu.be/X4F9YAQq5FU

오늘은 아빠랑 잠시 통화했다. 어제 보다는 또렷하게 내 질문에 대답해주는 게 나를 위한 아빠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아빠, 어제 나 갔다 온 거 기억나?”

“어어어”

“나도 아빠 보고 싶은데 모두 못 들어가지 못하니까,

나는 지금 병원 밖에 있어”

“어어”

“아빠, 많이 움직이면 아빠도 주변 사람들도 더 힘들어지잖아.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먹고 약도 잘 먹고 잘 자고 하라는 대로 잘 따르고 그래야 빨리 나을 수 있어 다른 걱정 말고 빨리 나아서 우리 만나요.”

“어어”

“응, 아빠 많이 사랑해 알지!”

“으으으”


혈압을 체크한다고 해서 전화를 끊었고 조금 후 검은 깨죽과 두유가 식단에 나오며 어제는 죽도 주사기로 드실 수 있었으나 오늘은 수저로 떠드려야 드실 수 있는 죽을 흘리지도 않고 드신다는 사진 한 장을 내게 선물처럼 보내 주셨다. 약도 물에 잘 녹지 않은 가루로 만들어진 것을 주사기로 넣어드려야 겨우 드시는데 어쨌건 침대를 올리고 기대인 채로 죽을 드신 아빠의 모습만으로도 더불어 특별한 날을 살고 있다는 증거라 말할 것이다.


“집에 가자. 얼른, 집에 가서 내 침대에 눕고 싶어”

오늘 언니가 병실에 잠시 머물 때 아빠는 이 말을 자주 하셨고 확실하지 않은 언어들로 잠시 언니를 여동생이라 생각하는 것처럼 또 많은 소리들을 표현하셨다. 아빠 집 마당에는 이제 키가 조금 자란 장미 나무에 빨간색과 노란색 그리고 분홍색 장미가 탐스럽게 딱 한 송이씩 피어올랐고 며칠 여행하실 것을 아신 건지 집과 주변을 말끔히 정돈하고 생신맞이 새 옷과 새 신발까지 미리 준비해 두셨기에 이제 조금만 쉬시다가 아빠만 다시 오시면 된다.


오늘도 퇴근 후 아빠의 보호자가 되어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아빠는 역시 나에게 잘 지키라 항상 총알을 준비해두고 잘 지켜야 한다. 내가 누구냐는 질문에 한 시간이 넘은 시간 동안에 결국 ‘주영아’를 꼭 불러 주셨다. 여기서 말하는 총과 총알이라는 표현에 대해 나는 전혀 엉뚱하지 않은 아빠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아빠가 잠시 자리를 비우신 주변을 잘 살피고 형제들과 손주 손녀들 온 가족의 안부와 미래를 다짐하는 아빠의 깊은 지혜가 담긴 언어임을 나는 분명하게 만날 수 있다.


아빠는 잠시 우리를 이렇게 오해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쓰러지시니 이곳에 오래 두려는 것은 아닐까?”

“아빠가 이곳에서 나간다고 할까 봐 양 손을 묶어 두고 자주 찾아오지도 않는 걸까?”


문득, 아빠의 아이같은 모습에서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나는 다시 말씀드렸다.

“아빠, 이 장갑이 아빠를 보호하는 거예요. 아빠가 움직이면 위험하니까 아빠 건강이 더 좋아지면 다 풀고 우리 재활 운동하러 갈 거예요. 내가 조금 있다가 집에 가더라도 아빠를 잘 보호해줄 전문 간병사와 간호사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걱정 말고 약 잘 먹고 죽도 잘 드시고 밤에 깨지 말고 잠잘 자고 또 만나요. 아셨죠? 아빠가 빨리 나아야 이제 집에 가서 매일 더 자주 볼 수 있죠. 힘내요. 이쁜 아빠 많이 사랑해요.”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는 오해가 잠시 머물지라도 더 좋은 날은 온다. 그 진실을 안고 오늘을 아끼지 않으며 살아간다면 어느 날 문득 서로의 마음과 믿음 안에서 녹아내릴 날이 분명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까,


202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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