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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지키며 사는 내면의 힘

좋은 글을 듣는 낭송 (2분 29초)

by 김주영 작가

나는 노력을 좋아한다.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낭송

김종원 작가의 글 출처

모였던 가족 모두가 집으로 항하고 친정 아빠가 내 집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내가 기대하지 못하던 순간인 것처럼 성큼 다가왔고 새벽 1시부터 6시가 되기까지 아빠의 곁에서 함께 보낼 수 있었던 조용한 시간 동안에 아이들도 모두가 자신의 공간으로 떠나고 어느 날 갑자기 익숙하지 않은 집 구조의 다름을 우려해 아빠를 위한 등대처럼 욕실 불 하나만큼은 밤새 환하게 켜 두었다.


초저녁에 잠깐 두어 시간 잠자는 아빠의 휴식시간이 지나고 새벽형 움직임이 밤 잠을 곤히 이루지 못하게 하듯 자다 깨다가 아빠의 인기척에는 함께 있는 사람까지도 고스란히 따라서 이동해야 한다. 이렇게 견디고 이겨낸 시간 동안에 아빠의 의지를 인정하며 지금도 아빠의 정신력이라 말하는 담당의사 선생님의 소견에 따라 또 하나의 치료를 위해 다음 주 며칠 다시 병원에 입원하기를 친절하게 제안했다.


사람의 소통과 몸 그리고 건강 앞에서도 수많은 약들의 가짓수가 다양하지만 그 약을 실제로 먹어보고 처방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같은 병이지만 환자의 입장을 생각하며 보다 나은 약을 찾는 의사의 마음과 견해는 아픈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나아가서는 강한 생명을 치유하는 위대한 대가가 될 수 있지만 기계에 입력해 놓고 지시와 전달에만 바쁜 마음을 내어 준 어쩌지 못한 일들은 훗날 모두가 아쉬워하거나 알고 싶지 않은 또 하나의 아픈 현실이 되어 서로를 믿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로 작용할 것이다.

어제 진료를 받으며 보다 자세하게 아빠의 상태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일이나 증상을 보고 그럼에도 인간에게는 보다 따스한 마음과 지혜 그리고 철학을 가지고 대하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이 존재하기에 내가 사는 세상에서 가끔은 잠시라도 기대하고 확장하며 살고 싶은 향기로운 마음으로 살게 하는 바람이 될 수 있다.


202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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