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듣는 낭송 (4분7초)
자연에게 마케팅을 맡겨라.
가장 젊은 날에 시작하라.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아이들의 낭송
김종원 작가의 글 출처
비가 내리다 그치다 긴팔을 입을까 잠시 망설이다가 반팔을 입었는데 싸늘한 기온이 피부에 스치자 가방에 넣어 둔 양말까지 챙겨신었다. 퇴원 신청을 해 두고 아빠 병원 앞 커피숍으로 언니랑 올케랑 이동을 했다. 혼자서는 굳이 오지 않은 커피숍에 앉아서 바라보는 기분은 마치 일상에서 벗어난 어느 사색 여행지에서 맞는 일탈 같은 아침을 맞는다. 올케가 쿠폰을 이용해 시켜준 따끈하게 고운 ‘카페라테’ 한 잔을 앞에 두고 생각하지 않았던 한적한 사치를 부리는 지금이 다시 내게 행복이라는 나비가 되어 내 귓가에 속삭인다.
오늘 퇴원을 하기까지 가족들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아빠도 이틀 전부터 그나마 잠을 설치셨고 다시 정오 ‘12시’가 되는 시간에 병원 밖으로 나와 근처 식당에 앉아서 따끈한 식사를 가족들과 함께 나누었다. 점점 하나씩 해나가는 가족이라는 손길이 있어 분주하고 가능한 것들을 찾아 우리는 이렇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아빠가 늘 편한 옷을 입고 계셔서 지갑, 휴대폰, 자동차를 찾기는 하시지만 수첩과 지갑과 폰을 가져다 드려도 의미를 느끼지는 않으시는데 손주들을 보고 이렇게 응수하는 아빠의 마음을 느낄 때 내 마음의 시선이 닿아 늘 아프다.
“할아버지가, 주머니에 돈이 없다.”
“내가 지금 지갑이 없어서, 어쩌냐”
사실 그 돈 안주신대도 아무 일 없지만 그동안의 아빠가 걸어오신 길을 생각할 때 아쉬워하는 그건 늘 아빠의 마음이라는 사실이다. 편찮으신 후 받은 누군가의 성의들을 따로 챙겨드릴 수 없었지만 오늘 걸쳐 입은 잠바 안주머니에는 며느리가 담아준 용돈과 어제 고모가 다녀가시며 주신 돈이 아닌 마음과 생명이 함께 담겨있다. 아빠가 이 돈을 어떻게 쓰실지 아니면 계속 모으실지는 아빠의 자유이며 아빠가 누릴 수 있는 당연한 일상의 특권이다.
마흔이 되기까지 시간이 긴 것 같지만 준비하지 않은 마흔 이후의 삶은 그리 쉽지 않다. 보다 많은 날을 보다 빨리 준비하는 사람이 더 많은 날을 아름답게 고쳐 쓰며 살게 될 것이다.
2021.6.19
김종원작가와 함께 사색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https://cafe.naver.com/globalthi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