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을 듣는 낭송 (2분 33초)
잔디의 인문학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낭송
김종원 작가의 글 출처
아빠가 문득 시골집에 가고 싶어 하셔서 비 내리는 날 언니랑 함께 아빠를 모시고 드라이브를 하게 되었다. 늘 다니는 길이 아닌 낯선 도로라서 도중에 가는 길을 잘못 들어서 차량이 그리 많지 않은 한적한 구 도로로 진입했으나 그 덕분에 그동안 가 보지 못했던 강과 산 그리고 수풀을 보며 촉촉한 비 내리는 자연을 그대로 눈에 담는다.
장마 비가 쉼 없이 내리는 오늘 운치가 있는 일상의 놀이처럼 생각하지 않았던 소풍의 느낌으로 언니랑 아빠랑 스치는 기분들이 상당히 설렌다. 조금 돌아가는 것뿐 시간이 다소 더 걸리고 긴장감이 생기지만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새로움들이 경이로운 길가에 꽃처럼 피어나 우리를 반기고 이곳이 내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이며 내가 가보지 않은 이런데가 있었나 눈과 시간과 공간을 의심하지 않은 소중함들이 그대로 모두에게 필름처럼 저장된다.
하늘에서 물을 퍼붓듯 비를 뿌리며 쏟아지는 빗물 아래를 혼자가 아닌 세 명이서 갈 길을 거닐고 떠나면 도착하게 되는 시골 풍경이 잔잔한 호수처럼 뽀얀 안개 사이로 초록의 싱그러움들이 스르르 고개를 내민다. 2달 전 아빠가 쓰러지기 이틀 전날에 심어놓은 텃밭에는 풀들이 무성히 자라 있고 언니는 하얀 우산을 쓰고 아빠의 큰 장화를 신고 잔디마당을 지나 애플 수박 2 덩이와 가지 7 개를 따오는 모습이 마치 초원의 빛이라는 영화를 찍는 듯 영화의 한 장면처럼 풋풋하고 선명하다.
한 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하자마자 10분이 체 지나지 않아 아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고 재촉을 하셨다. 식당을 잠시 들러 식사를 마치고 시골집에 도착하기 전 아빠의 불편한 현상이 발생했고 아빠는 스스로 그저 마음과 기분이 상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고 어쨌든 나는 자유롭지 않은 요즘 일상을 살며 차라리 누리지 못했던 그간의 진짜 자유를 이 안에서 쓰며 살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 아음 편하게 친정으로 올 수 있는 일 하나하나 누구의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가능할 일 항상 한 편으로는 시원찮은 30퍼센트는 굳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듯 받아야 하는 허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 아빠는 내게 그동안에 만나지 못했던 자유로운 길을 내게 일러주신다고 생각한다. 이럴 수 있는 힘이 늘 필요했고 나는 내가 찾고 헤매이다 만난 지성의 별밭에서 가능의 시간과 인생의 자본을 찾을 수 있음이 가장 큰 행복이며 내가 살고 싶은 삶의 특별한 감정이다.
일상에서 누군가가 시켜서가 아닌 주어진 나의 일과 내가 선택한 역할을 하며 사는 일을 지금 시작하며 사는 일이 결국 나를 지키며 사는 가장 필요한 힘이 될 것이다.
20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