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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랄하고 조롱적이고 전복적이고 응축된 이미지들과 엔딩

컬트의 거장 조도로프스키의 <홀리 마운틴>

단연 압도적이다. 신(新) 예수의 여정을 따라가는 <홀리 마운틴>의 여정은 온갖 조롱과 냉소, 풍자와 비유로 가득차있다. 정치, 문화, 예술, 전쟁, 사회 모든 부분을 조롱하며 마지막에 가서는 영화라는 존재 자체를 뒤집어버린다.

영화 중반부, 예수는 여정 속에서 7명의 사람을 만난다. 각각 금성부터 명왕성까지의 행성에 사는 인물들로, 각 행성의 이름이 되는 그리스 신화 속 신에 걸맞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가령, 비너스(금성, 미의 여신)의 인물은 옷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고, 마스(화성, 전쟁의 신)의 인물은 무기제조공장을 운영하는 식이다. 각 인물들은 자신이 맡은 부분을 그로테스크하고 엽기적인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는 각분야에 대한 조롱이 되고, 이미지들이 합쳐져 거대한 냉소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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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로마 병사와 빌라도의 모습을 한 사람들이 예수를 납치해 그의 본을 뜨는 장면이 등장한다. 피에타의 모습대로 예수를 무릎에 눕히고 술을 먹이는 빌라도의 모습과, 예수의 밀랍인형 수십개를 만들고 그 안에 예수가 누워있는 이미지는 유일신을 부정하고 예수의 종교적 이미지는 결국 로마가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잠에서 깨어난 예수가 인형들을 찢어버리고 채찍으로 그들을 때리는 모습은 자신의 존재를 끝까지 부정당하지 않으려는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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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반부 마스터를 따라 홀리 마운틴으로 향하던 사람들이 원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마스터의 '카메라 줌 아웃'이라는 대사와 함께 원탁 주변의 조명기사, 촬영기사, 카메라, 기타 장비와 스텝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영화가 자신 스스로가 영화임을 인지하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이 현실인지 영화 속 허상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영화의 관객들까지 비웃는다. "당신네들이 보고 있는 것이 대단한 비판을 담고 있었던 것 같으냐? 네들의 존재도 다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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