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같은 영화 <바그다드 카페>
라스베가스 인근의 황량한 모하비사막, 남편에게 버려진 독일여자 야스민(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는 사막 한 가운데의 낡은 주유소 겸 카페인 바그다드 카페를 찾는다. 방금 남편과 싸우고 남편을 내쫓아낸 카페의 주인 브렌다(CCH 파운더)는 손님으로 온 야스민이 귀찮기만 하다. 각자 최악의 상황에서의 만남 속에서, 야스민이 먼저 조심스레 카페의 사람들에게 내민 감정은 부메랑처럼 야스민에게 돌아온다.
'기분 좋음'을 그대로 영화로 만든다면 이런 느낌일까. 미친 듯이 신나는 종류의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의 감정 자체가 우울함과 스트레스를 중화시켜준다. 함께 본 친구의 표현대로, 항우울제 같은 영화이다.
편집이 말끔하게 잘 된 영화이다. 짧은 컷들로 이루어진 초반부는 비뚤어진 앵글과 함께 남편에게 버려진 야스민과, 남편과 대판 싸운 직후 브렌다의 감정을 오롯이 드러낸다. 야스민이 팔을 걷어붙이는 사이사이 바그다드 카페의 이곳저곳을 청소하는 몽타주는 그 장면 자체로 관객을 기분 좋게 만든다. 편집 리듬 자체에 기분 좋은 감정이 녹아있다.
음악이 총 두 세곡 정도만 등장한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고 효과적이다. 쓰일 곳에만 적절히 쓰이기도 했고, 몽환적인 “Calling You”와 다소 귀여운 곡이 번갈아 등장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킨 덕이다. 특히 가사가 있는 곡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옴에도 영화의 대사가 묻히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후반부 뮤지컬 장면은 가사 없이 흘러나오던 음악을 하이라이트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영화의 절정을 더욱 절정답게 만들어준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 야스민과 브렌다의 우정은 더 써봐야 손가락 아플 정도이고, “여긴 너무 화목해”라고 말하고 쿨하게 떠나버리는 타투이스트 데비(크리스틴 카우프먼), 야스민의 옷을 입고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필라스(모니카 칼하운), 야스민과 귀여운 로맨스를 보여주는 화가 루디 콕스(잭 펠런스) 등등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바그다드 카페>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어울림을 이야기 한다. 사막에 버려진 독일여자와 흑인 여주인, 허름한 카페와 그 곳에서 울려 퍼지는 바흐의 음악, 석양을 등지고 물탱크 주위를 도는 부메랑,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읽는 타투이스트, 할리우드의 화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모여 모하비 사막의 오아시스가 된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플롯을 자세히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이지 않는다. 화면은 바그다드 카페 밖을 벗어나지 않는다. 비자 문제로 카페에서 떠난 야스민이 어떻게 돌아오게 되었는지, 야스민을 버린 남편에 대한 이야기 등 이야기의 디테일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바드다드 카페>는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