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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0. 2017

디즈니, 다음 목표는 라이온 킹 실사영화?

CG로 그려낸 <정글북>

<정글북>. 러디어드 키플링의 단편소설집 정글북을 원작으로 1967년에 디즈니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속편까지 나왔었다디즈니에서 2015년 <신데렐라>를 시작으로 동화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두 번째 작품으로 <정글북>이 선정되었다디즈니에서 <아이언 맨> 1, 2편을 연출/제작했던 존 파브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영화 속 유일한 실사 캐릭터 모글리는 치열한 오디션을 뚫은 닐 세티가 맡게 되었다. CG로 그려진 동물 캐릭터들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흑표범 바기라 역의 벤 킹슬리곰 발루 역의 빌 머레이악역 호랑이 쉬어 칸 역의 이드리스 엘바모글리를 기른 늑대 락샤 역의 루피타 뇽까지 많은 명배우들이 함께 했다.

영화의 스토리는 1967년 <정글북애니메이션과 거의 흡사하다정글에 버려진 아이 모글리를 흑표범 바기라가 주워 늑대들의 무리에 맡긴다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모글리는 인간이 아닌 늑대처럼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살아간다그러던 어느 날정글의 무법자 쉬어 칸이 모글리를 죽이기 위해 찾아오고바기라는 모글리를 정글 밖 인간의 마을로 데려다 주려 한다허나 쉬어 칸의 반대로 실패하고 홀로 도망간 모글리는 곰 발루를 만나게 된다모글리는 인간의 마을을 찾아가는 대신 발루를 도와주며 정글에서 인간으로 사는 법을 터득한다그러던 중 늑대의 무리의 우두머리 아킬라(잔카를로 에스포지토)가 쉬어 칸에게 죽임을 당한 뒤로 쉬어 칸과의 대결을 준비한다.

사실 <정글북>의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비슷한 소재와 주제의 이야기의 영화소설애니메이션이 넘쳐나는 데다가이번 영화는 무려 18번째 <정글북> 실사 영화이다.(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일본 등에서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추억 보정 없이도 <정글북>은 매력적인 이야기다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이라는 교훈은 다소 질리지만 어느 시대어느 세대를 가리지 않고 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존 파브로 감독은 언제나 뻔 한 이야기를 맛있게 요리해왔다여느 슈퍼히어로의 기원들과 다를 것 없었지만 확고한 캐릭터성으로 개성을 만들어낸 <아이언 맨>, 흔한 SNS 미담 같은 이야기를 행복한 요리 영화로 만들어낸 <아메리칸 셰프등 이야기만 놓고 본다면 단순한 이야기들을 재료로 양질의 영화들 만들어 왔었다이번 <정글북>은 그런 장점이 빛을 발한 영화이다.

사실 이번 <정글북>이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CG로 그려낸 정글과 동물들의 모습에 있다. 디즈니는 앞서 <굿 다이노>와 <주토피아>에서 CG의 자연물 묘사가 실사와 거의 동일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증명했다. <정글북>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가장 고난도의 CG라고 알려진 털 달린 동물들을 완벽한 수준으로 그려낸다. 한국영화 <대호>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이고, <아바타>, <라이프 오브 파이>,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등 CG 캐릭터가 빛을 발한 영화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영상미를 자랑한다. 유일한 실사 캐릭터 모글리를 제외하고 99%가 CG로 이루어진 <정글북>은 새로운 영상혁명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이다.


3D 효과도 굉장히 뛰어나다. 영상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는 팝업 효과보다 깊이 있는 공간감을 제공하는 효과가 더 많은 편이다. 특히 디즈니의 로고가 등장한 후 로고의 성(독특하게도 종이성이었다. 디즈니 라이브 액션 영화 라인업에 사용될 새로운 로고인 듯)에서 쭉 줌아웃되며 정글 속으로 들어오는 오프닝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배경이 될 정글 속으로 관객들을 빨아들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3D 영화의 고질병인 어두운 화면 또한 대폭 개선된 상태였다. 용산 IMAX 3D로 영화를 관람했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온통 블루 스크린으로 뒤덮인 세트에서 아역배우 닐 세티의 연기를 이끌어낸 방법도 독특하다존 파브로 감독은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인형을 조종하는 머펫 마스터들을 캐스팅해 동물들의 움직임을 재현하고 닐 세티의 연기를 돕는다는 아이디어를 냈다덕분에 닐 세티가 거대한 파란색 세트에서 홀로 연기할 수고를 덜어 주었고좀 더 수월하게 연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배우 출신인 존 파브로 감독 또한 닐 세티와 연기를 주고받으며 촬영했다고 한다

<정글북>은 존 파브로 감독의 유려한 연출력과 디즈니의 막강한 기술력이 만들어낸 작품이다디즈니의 다음 라이브 액션 프로젝트 라인업에 <덤보>, <곰돌이 푸>, <미녀와 야수>등 동물 캐릭터들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정글북>은 이 영화들이 (적어도 비주얼적으로는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이제 디즈니의 목표는 <라이온 킹>의 실사판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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