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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1. 2017

'감동 실화'의 필요성과 한계를 고스란히

구글어스를 통해 25년 만에 집을 찾은 사내의 감동 실화 <라이언>

 인도의 한 지방에서 가난하게 살던 5살의 사루(써니 파와르)는 형 구뚜(아비쉑 바라트)을 기다리다 기차 안에서 깜빡 잠이 들어 집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낯선 곳에서 도착한다형과 엄마를 애타게 불러보지만 찾을 수 없었고결국 길 잃은 아이들이 모인 보호소에 들어가게 된다호주에 사는 수(니쿨 키드먼)와 존(데이비드 웬햄)에게 입양된 사루는 시간이 흘러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게 된다대학원생이 된 사루(데브 파텔)는 우연한 계기로 가족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친구가 말해준 방법인 구글어스를 통해 집을 찾기 시작한다.

 러닝타임 118분의 영화는 정확히 반으로 나뉜다전반부 한 시간은 인도 아이 사루의 가난한 일상형 구뚜와 어머니와의 가족애가족과 멀어지게 된 사루가 겪은 고초보호소에서 수의 집으로 입양되는 과정 등을 그리고후반부 한 시간은 성인이 된 사루가 여자친구 루시(루니 마라)를 만나게 되고구글어스를 통해 집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써니 파와르라는 8살의 어린 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는 전반부는 배우의 절절한 연기와 실화에 충실한 연출 덕분에 영화를 무난하게 따라갈 수 있다허나 후반부에 들어서서 영화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과하게 복잡해진 사루와 주변인들의 관계너무 많은 감정선들이야기의 하이라이트가 등장하기 전에 등장하는 감정의 하이라이트는 영화를 지루하고 늘어지게 만든다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이고, 실제 사연을 꽤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 <라이언>의 강점이자 단점이다. 전반부에서는 시간 순서에 맞는 전개가 썩 괜찮았지만, 후반부의 몇몇 실화 속 부분들은 이야기를 늘어지게 만든다. 특히 입양된 형에 관련된 이야기나 여자친구 루시와의 이야기 등이 번갈아가며 등장하는데, 정돈이 덜 된 상태에서 사루의 감정선만 꼬이게 만든다. 특히 루시는 영화 속에서 필요한 캐릭터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후반부 한 시간을 보는 내내 계속된다. 정작 영화의 홍보로 쓰였던 구글어스를 통해 집을 찾는 과정과 그것으로부터의 감동은 반감된다. 이야기가 정점을 찍기 전에 너무 많은 감정선들이 영화에 등장해 감정을 소비해버리기 때문이다. 과하게 반복되는 플래시백 등의 효과는 관객을 지치게 만든다.

 그럼에도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이다한 편의 영화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음을 증명한 데브 파텔과 사루의 혼란스러움을 받아주면서 자신의 감정까지 섬세하게 드러내는 수를 연기한 니콜 키드먼의 연기는 늘어지는 후반부를 지탱해준다어린 사루를 연기한 써니 파와르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8살의 어린 배우가 감정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면 배우의 눈망울에 빠져들게 된다형 구뚜를 연기한 아비쉑 바라트와의 케미는 전반부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동시에 부실한 후반부의 감정을 미리 잡아주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라이언>은 실제 인물의 사진 및 푸티지와 함께 매년 8만 명의 아이들이 인도에서 실종된다라는 자막으로 마무리된다휴먼 다큐식으로 마무리되는 영화는 영화로써의 감흥은 망치지만어떠한 사건을 관객들에게 리마인딩 시킨다는 점에서 필요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흔히 감동 실화라고 부르는 이야기들이 그렇지만영화보다 더 극적인 사건들은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그중 몇몇 사건은 사건 자체를 통해 문제제기의 기능을 수행한다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라이언>은 필요한 영화이자 감동 실화가 가진 한계가 명백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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