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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2. 2017

비극은 멀리서 보든 가까이서 보든 비극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스포일러 있음

카와지리 마츠코(나카나티 미키)라는 여자가 있다. 일도 안 하고, 집에서 먹고 마시며 아이돌 덕질만 하고, 이따금씩 강가에 나와 과거를 회상하는 마츠코. 그녀의 이름은 이웃들에게 ‘혐오스런’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불린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2006년작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마츠코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마츠코가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마츠코와 가족의 연을 끊었던 노리오(카가와 테루유키)는 마침 마츠코의 집 근처에 살던 아들 쇼(에이타)에게 집 청소를 부탁한다. 집 청소를 하던 쇼는 마츠코의 물건들과 죽은 마츠코를 찾아온 류(이세야 유스케)와 사와무라 메구미(구로사와 아스카)를 통해 마츠코의 행적을 알게 된다.

영화는 마츠코의 일생과 현재의 쇼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며, 마츠코가 어떻게 ‘혐오스런’이라는 수식어를 동반하게 되었는지 나열한다. 어린 시절, 지병이 있는 동생 쿠미(이치카와 미카코)를 편애하는 아버지 때문에 생긴 버릇(우스꽝스러운 표정)은 마츠코의 일생을 나락으로 빠트리는 시작이 된다. 주위 환경에 쉽게 휩쓸리는 마츠코의 성격(종이가 귀해질 거라 휴지가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뉴스 이후 보이는 휴지 더미에서 드러남)은 마츠코를 점점 더 그녀를 끌어내리고, 그녀는 결국 ‘혐오스런’ 마츠코가 되어버린다.

마츠코의 일생은 아버지로부터 시작되고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락에 빠진다마츠코가 떠난 이후아버지의 일기장의 마지막 문장은 항상 마츠코 연락 없음이다후회와 애정고백이 뒤섞인 문장을 보며 마츠코는 오열한다그러나 이미 나락에 발을 담근 마츠코여전히 그녀의 성격은 아버지로부터의 애정결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마츠코가 사에키 학생주임부터 류까지 여러 남자들과 금방 사랑에 빠지고 불꽃처럼 강렬한 사랑을 나눈 것도 여기에 원인이 있다심지어 류에게 버림받은 이후엔 아이돌에 애정을 쏟게 된다애정결핍의 트라우마가 뒤섞이고나중엔 정신병원까지 찾게 되는 마츠코의 본질을 알아봐 준 사람은 감옥에서 만난 메구미와 뒤늦게 고모 마츠코의 존재를 알게 된 쇼뿐이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CF 감독 출신답게 다양한 장치들을 활용한다실내 장면들은 과한 조명 덕에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 감정 이입을 도운다적재적소에 알맞게 등장하는 뮤지컬 장면들은 마츠코의 혐오스런 일생을 좀 더 편안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한다그의 다른 작품 <고백>과는 톤이 완전히 다르다확실히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그의 최근작 <고백>이나 <갈증>보다 소노 시온의 <러브 앤 피스>나 <지옥이 뭐가 나빠> 같은 영화와 닮아있다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각 작품마다 작품에 알맞은 영상을 주조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달까.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클로즈업으로 보면 비극이고롱 숏으로 보면 희극이라 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한 줄 평에서 가장 많이 보이던 문장이다영화는 마츠코에게 집요하게 클로즈업으로 카메라를 들이댄다다만마츠코의 혐오스런 일생을 롱 숏으로 본다고 비극이 희극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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