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쌍둥이를 찾은 실화 <트윈스터즈>
마녀사냥, 따봉충, 신상 털기……. 최근 SNS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인식들로만 가득하다. 하지만 그림자가 있으면 빛이 있고, 시궁창이 있으면 샘이 있듯이 SNS의 긍정적인 면도 가득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즈>가 SNS의 긍정적인 면이 존재한다는 증거 중 하나이다. 영화는 2013년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의 존재도 모르고 살던 쌍둥이 자매가 만나게 된 실화를 그 주인공이 직접 담고 있다.
LA에 살고 있는 사만다 푸터먼은 부산 출생의 입양아이다. 어느 날, 그녀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 하나가 날아온다. 사만다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한 사람은 파리에 사는 아나이스 보르디에. 사만다는 아나이스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놀란다. 자신의 얼굴과 꼭 닮은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아나이스와 메시지를 주고받던 사만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나이스와 자신의 생일이 같고, 부산에서 태어나 입양되었다는 사실이다. 사만다와 아나이스는 서로가 자신의 쌍둥이 자매일 것이라고 직감한다. 마침내 직접 만나게 된 두 사람, 얼굴 위의 주근깨까지 똑같던 두 사람은 매니큐어 색깔까지 같은 색을 쓸 정도로 취향도 비슷하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던 25년, 페이스북 친구 신청으로 사만다와 아나이스에게 새로운 평행우주가 열렸다.
사만다와 아나이스의 이야기는 SNS를 통해 일어난 여러 이야기 중 가장 아름답고 기적적인 이야기로 손꼽힌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는 2시간 내내 행복이 상영관에 가득했다. 행복한 사람을 보고 있자면 보는 사람마저도 행복해진다는 것 때문일까. 혹은 사만다와 아나이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스크린을 뛰쳐나올 정도였기 때문일까. 영화 내내 웃음을 멈추지 않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잔상이 되어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돈다. 사만다와 아나이스는 처음 만나던 순간에 울지 않는다. 서로의 얼굴을 찔러보면서 계속 웃음을 터트린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들으면서도 웃음을 터트리고, 서로의 양부모님을 만날 때도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두 사람은 절대 싸구려 신파극의 주인공처럼 부둥켜안고 울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웃는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영화 사운드의 70% 정도는 웃음소리일 것이다. 사만다와 아나이스의 가족들과 친구들 역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사람들은 슬픈 순간에 울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에도 눈물은 흐른다. <트윈스터즈>는 관객들의 눈물샘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의 눈물을 미리 경험하도록 만들어 준다. 스크린 속에서 사만다와 아나이스가 울지 않았어도, 그들의 행복은 관객들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들고, 행복한 파장을 만들어낸다. 마치 행복함으로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기분이랄까. 눈물을 줄줄 흘리게 되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이야기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로서의 만듦새도 뛰어났다. SNS를 통해 시작된 일인 만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스카이프, 유튜브 등의 SNS들이 영화 속에서 안정적인 장치로 활용된다. 특히 두 사람이 만나기 전까지의 과정이 대부분 스카이프를 통해 기록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웹캠으로 촬영된 공포영화 <언프렌디드: 친구 삭제>와 같은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실제감이 느껴졌다. 실제상황과 억지로 따라 했을 때의 차이랄까. <트윈스터즈>는 그 지점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또한 기록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충도 깔끔했다. 두 사람이 이동하는 장면(LA와 런던에서 각각 서울로 오는 과정) 등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었는데, 이 부분이 활달한 성격의 두 주인공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 또한 아나이스를 만나기 전 사만다가 느끼는 괜한 걱정을 표현한 애니메이션 시퀀스는 한편의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까지 준다.
한 없이 행복함만을 담은 <트윈스터즈>는 그 가운데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부분 중 하나인 해외입양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언급되고, 입양된 환경에 따라 느끼는 외로움, 소외감, 정신적인 문제 등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이야기의 모든 부분이 아름답고 행복하진 않지 않은가. 영화 안에서는 두 소녀가 만들어내는 행복의 스파크가 어두운 이야기들을 거둬내지만, 극장을 나서는 순간 관객들을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사람들을 울리는 것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영화가 더 만들기 어려운 법이다. 사만다 푸터먼은 자신의 감독 데뷔작에서 이를 해냈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행복을 느꼈다. 영화인을 꿈꾸는 사만다 푸터먼의 미래가 기대된다.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아나이스의 앞길에도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두 사람 덕분에 인생의 두 시간이 행복해졌다. POP! 행복이 스크린에서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