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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0. 2017

2010년대의 보이즈 앤 후드

퍼렐이 제작한 영화 <도프>

*스포일러 있음


퍼렐이 제작하고에이셉 라키타이가 등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영화이다포레스트 휘태커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하기도 했다전체적인 내용은 존 싱글턴 감독의 1991년작 [보이즈 앤 후드]와 비슷하다. LA의 게토에 사는([보이즈 앤 후드]는 왓츠, [도프]는 잉글우드가 배경이다흑인 십대들이 주인공이고주인공은 대학 진학을 통해 게토에서의 탈출을 희망한다크립스와 블러드 갱의 대립도 그대로이고친구나 가족이 총에 맞아 죽는 일이 부지기수다흑인들은 가만히 있어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여전히 마약을 팔아 생계를 연명하는 흑인들이 넘쳐난다차이점이라면, [도프]의 세 주인공은 유쾌하고인터넷을 할 줄 알고아이폰이 있다는 점이다.

 

하버드 진학을 꿈꾸는 말콤(샤메익 무어)은 그의 절친 집(토니 레볼로리)과 딕(키어스 크레몬스)과 함께 학교에서 괴짜(Geek)로 불린다. 90년대 힙합을 좋아하고(그러면서 80년대에 나온 N.W.A의 <Straight Outta Compton>과 2001년에 나온 제이지의 <Blueprint>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90년대의 패션을 따라 하며(말콤의 헤어스타일이 압권이다. [보이즈 앤 후드]에서 쿠바 구딩 주니어의 머리를 그대로 재현했다.) 오레오(Awreeoh)라는 밴드를 결성해 음악을 하며 지낸다우연히 동네 마약상 돔(에이셉 라키)의 생일파티에 가게 되고파티를 덮친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 얼떨결에 마약을 건네받게 된다마약을 돌려주기 위해 돔이 말한 AJ라는 사람을 찾아가지만, AJ는 말콤의 면접을 맡은 오스틴 제이코비(로저 구에버 스미스)였다말콤은 그에게서 마약을 자 팔아주면 하버드에 갈 수 있게 지원을 해준다는 말을 듣고선 마약을 팔기 시작한다.

[도프]는 기본적으로 코미디 장르에 기반을 두고 있다음악이 흘러나오다 멈추면서 코믹한 상황이 연출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되감기나 빨리 감기 등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사실 스토리라인 자체가 블랙 무비의 코미디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다게토를 벗어나려는 흑인이 사건에 휘말린다는 이야기는 꽤나 익숙하다그럼에도 [도프]는 나름의 차별성을 가진다아이폰과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신세대의 이야기라는 점(다크 웹과 비트 코인이 등장하는 블랙 무비를 본 적이 없다), 동성애자가 매인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점(딕이 레즈비언이다)등이 [도프]의 텍스트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물론 전개가 비약적인 부분들이 있고스토리에 아무런 영향도 없는 FBI의 짧은 등장처럼 쓸모없어 보이든 장면들도 많았다하지만 로튼토마토 87%의 신선도와 선댄스영화제에서의 열광적인 반응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도프]는 확실히 매력적이다모두가 힙스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때 [도프]는 90년에 빠져있는 괴짜를 내놓는다.

힙합 뮤지션 퍼렐이 제작에 참여하고에이셉 라키타이가 등 여러 래퍼들이 직접 출연한 만큼 음악도 뛰어나다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트랙들을 골라 적재적소에서 들려준다세 주인공이 야자수가 늘어선 잉글우드의 도로를 자전거 타고 달릴 때 흘러나오는 나스의 “The World Is Yours”, 말콤이 넘겨받은 마약 때문에(?) 벌어진 도심 추격전에서 등장하는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Scenario”, 엔딩 크레딧에서 말콤을 춤추게 만드는 너티 바이 네이처의 ‘Hip Hop Hooray' 등을 절묘하게 삽입된 노래들은 [도프]만의 매력을 살려준다영화의 세 주인공이 밴드를 하고 있는 만큼오레오라는 팀의 오리지널 트랙도 영화 속에서 빛을 발한다퍼렐이 프로듀싱한 4개의 곡 중 “Can’t Bling Me Down”과 영화의 마지막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여운을 남기던 “Don’t Get Deleted” 등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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