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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pr 08. 2022

욕심부리지 않는 오락영화

<수퍼 소닉 2> 제프 파울러 2022

 전작의 성공은 의외의 사건처럼 느껴졌다. 게임 원작 영화가 북미에서 흥행하는 일이 많지도 않았거니와, 완성도 또한 적당한 가족영화의 수준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의외였다. 물론 <아이스 벤츄라>를 연상시키는 짐 캐리의 호연과, 게임의 요소를 적재적소에 끼어 넣은 방식도 흥행에 한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수퍼 소닉>의 성공은 <기묘한 이야기>가 가져온 80년대를 타겟으로 삼은 노스탤지어가 90년대에 관한 것으로 옮겨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 게임인 [소닉 더 헤지혹]이 발매된 것은 1991년이며,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D 플랫포머 게임을 영화화하는 것의 곤란함은 이미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나 <슈퍼 마리오>의 영화판이 증명하고 있다. <수퍼 소닉>은 그것의 곤란함을 이미 알고 있다. 영화화를 택한 대부분의 게임이 MMORPG나 1인칭 혹은 3인칭 오픈월드의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떠올려보면, 2D 플랫포머를 영화화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전작의 전략은 원작 게임을 플레이했던 밀레니얼 세대, 다시 말해 90~2000년대에 20대 이하였던 이들의 추억을 건드리는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 등 80년대의 노스탤지어를 끌어오는 작품들은 존 카펜터,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빗 크로넨버그 등의 80년대 장르영화와 스티븐 킹의 소설, 당대의 팝음악을 주요 레퍼런스로 삼고 인용하고 있다. 반면 <수퍼 소닉> 시리즈가 인용하는 것은 90년대와 2000년대의 히트작들이다. <스파이더맨>의 명대사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물론 2000년대 이후의 슈퍼히어로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 <스피드>나 <매트릭스> 등의 90년대와 2000년대 히트 영화들이 주요 인용 대상이다. 이는 <수퍼 소닉 2>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작과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소닉(벤 슈와츠)과 에그맨(짐 캐리) 외에도 너클즈(이드리스 엘바)와 테일즈(콜린 오슐그네시)가 새롭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시리즈의 외연을 넓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빠른 이동과 공처럼 몸을 굴리는 것 외엔 다른 액션을 선보일 수 없던 소닉의 한계를 넘어 더욱 다양한 액션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너클즈의 근접격투와 테일즈의 공중전이 액션에 추가되었고, 이는 원작 게임의 2편과 3편에서 각각 테일즈와 너클즈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추가되며 새로운 게임 경험을 선사하였던 것과 유사하다. 더욱이 원작 게임 속 카오스 에메랄드가 [드래곤 볼]의 영향을 받아 7개로 설정되었던 것, ‘수퍼 소닉’의 모습이 초사이어인과 유사한 외형을 보여준다는 것 등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가져온다. 2D 플랫포머인 게임이 [드래곤 볼]스러운 모션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면, <수퍼 소닉 2>는 적극적으로 이를 차용한다. 

 전작이 <명탐정 피카츄>와 함께 밀레니얼 세대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며 흥행에 성공하고 호평받았던 것처럼, 이번 영화 또한 같은 전략을 택하고 있다.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은 원작 게임을 플레이할 때와 유사한 방식으로 영화의 액션을 확장하고, 원작은 물론 다양한 문화적 요소의 인용 또한 문화적 노스탤지어의 주축이 옮겨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오락영화로서 큰 부족함 없이 관객이 기대했을 정도의 유치함과 즐거움을 준다는 목적에 충실하다. 짐 캐리의 과장된 악역 연기는 여전히 훌륭하고, 톰(제임스 마스던)을 비롯한 인간 캐릭터의 이야기도 모나지 않게 영화를 채워준다. 욕심부리지 않는 것이 오락영화의 미덕이라는 것을 아는 영화가 줄 수 있는 적당한 만족감을, 이 시리즈는 채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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