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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20. 2022

마동석의 초법적 신체

<범죄도시2> 이상용 2022

 마석도, 아니 마동석이 돌아왔다. 굳이 마동석이라 말하는 것은 <범죄도시2>의 주인공은 마석도가 아니라 마동석이기 때문이다. 첫 등장에서 자신의 주먹을 물던 인질범을 보고 “무슨 좀비냐?”라고 말하는 것이라던가, <이터널스>에서 자신의 영어대사를 의식하는 듯 영어 못하는 사람 흉내를 낸다던가 하는 장면은 마석도가 아니라 마동석이 앞서는 장면들이다. 전편이 의외의 성공을 거두며 마동석은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 및 기획에 참여한다. 그가 이끄는 기획 및 창작 프로젝트 그룹 팀 고릴라는 <범죄도시>로 시작해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성난황소>, <동네사람들>, <악인전> 등의 영화를 기획하였고, OCN 드라마틱 시네마 <번외수사>, 게임 [배틀그라운드]와의 콜라보인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 <범죄도시2> 또한 마동석이 주연, 기획, 제작을 맡았다. 주연은 모두 마동석이다.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마동석만큼 독보적인 캐릭터는 없다. 마동석은 어떤 작품에 출연하던 마동석이라는 강력한 기표가 캐릭터를 집어삼킨다. 케이블 채널 드라마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까지, 마동석의 신체는 마동석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다. <범죄도시2> 또한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동석의 신체는 ‘마동석 영화’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 묘한 기시감을 비추고 있는 <극한직업>을 떠올려보자.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어딘가 오합지졸처럼 보인다. 이들이 자잘한 실수를 선보이며 좌충우돌하는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그것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선 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한 따까리”하던 인물임이 드러난다. 오합지졸인 줄 알았던 팀이 실은 “어벤저스”였던 셈이다. 반대로 <범죄도시> 속 마석도의 팀은 얼핏 합이 잘 맞는 것 같다. 전일만 반장(최귀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팀은 마석도의 명령을 따른다. 그가 정보를 찾으라면 찾고, 작전을 설계하면 그것을 따른다. 하지만 작전은 빈번히 실패한다. 실패한 작전을 성공한 작전으로 만드는 것은 오롯이 마석도, 아니 마동석의 힘이다. 앞서 언급한 인질극 장면은 그것을 재확인시켜준다. 이번 영화의 클라이맥스 또한 마찬가지다. 팀플레이는 <범죄도시>의 소재가 아니다. 마동석이 때려눕힐 수 있는 악당이 있고 마동석은 그를 때려잡을 뿐이다. 가리봉동의 장첸이 이번 영화에서는 동남아에서 한국인 관광객과 사업가를 납치/살해하는 강해상(손석구)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마동석의 신체는 또한 초법적이다. 이번 영화의 주된 배경은 베트남이다. 서울 금천경찰서 소속인 마석도는 범죄인 인도를 위해 호찌민 시를 찾았지만, 한국인이 표적이 된 납치/살해 범죄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고서는 곧바로 행동에 나선다. 영사관 직원은 그를 말려보려 하지만 어느새 그의 행동에 협조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에서 생채기 하나 입지 않은 채 활동한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갱단과 다대일 격투를 벌이고, 마체테를 휘두르는 해상을 맨주먹으로 상대한다. 동행한 전일만이 큰 부상을 입지만, 마동석은 아무런 부상도, 위협도 받지 못한다. 그의 초법적 수사에 항의하는 베트남 경찰은 잔꾀 몇 가지로 회피할 수 있는 문제일 뿐이다. 강해상과의 일대일 격투를 벌이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도 마찬가지다. 강해상의 칼이 마동석의 몸에 칼자국을 내도 그는 아파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킥복싱에 기반한 마동석의 액션은 그의 적들이 주변의 기물과 하나인 것처럼 다 함께 부숴버린다. 마동석의 주먹 아래 강해상은 자동차와 하나 되고, 그의 부하는 문짝과 하나가 되며, 다른 적은 에스컬레이터와 동화된다. 이것은 마동석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설정임과 동시에 코미디로 작동한다.

 코미디라는 것은 마동석의 영화에 꽤나 중요한 포인트다. 소위 “갭모에”라 불리는, 강력한 펀치를 휘두르는(마동석이 대표로 있는 연예기획사 이름은 빅펀치픽쳐스다) 거친 남성임과 동시에 자잘한 코미디와 귀여운 면모를 오가는 모습은 이번 영화에서도 이어진다. <범죄도시2> 속 그의 모습은 람보와 성룡을 제멋대로 뒤섞어 놓은 것만 같다. 초법적인 그의 활동영역 속에서 벌어지는, 초인적인 타격감을 전달하는 몸짓, 카메라 워킹, 편집, 사운드의 결합으로 구성된 액션은, 제도가 구제하지 못하는 한국인을 제도(경찰)의 이름으로 구제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범죄자를 엄벌하는 인물이지만 필요에 따라 밀입국이나 사기 등을 벌이는 범죄자들과 협력, 아니 협박에 가까운 협조 요청을 하기도 한다. 그는 국경을 벗어나 초법적인 활동을 벌이는 람보(하필 이번 영화의 배경이 베트남이다)처럼 보이기도, 몸짓이 코미디로 기능하는 성룡(물론 그와는 완전 다른 과격하고 폭력적인 방식이지만) 같기도, 적들을 즉결처분하는 저지드레드나 로보캅 같기도 하다. <범죄도시2>는 그의 그러한 면모를 모아 보여주는 일종의 패치워크다.

 <이터널스>의 개봉과 함께 공개된 <범죄도시2>의 홍보문구는 “이 터널을 지나면 범죄도시가 돌아온다!”였다. MCU의 후광을 누리려는 홍보문구였지만, 동시에 순둥순둥한 길가메시의 순애보 대신 무적의 마석도를 보고 싶어 하는 한국 관객의 욕망을 건드리는 문구이기도 하다. 마동석은 그런 배우가 되었다. 그가 출연한 영화 개별을 논하는 것은 별로 재미없는 일이다. <범죄도시2> 자체에 덧붙일 말은 없다. 동남아가 등장하면 화면은 누런 색을 띠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보단 괜찮은 액션을 선보이고, 실없지만 효과적인 개그가 이어지고, 마동석이 악당들을 후려쳐 자동차에 처박는다. 관객들이 마동석에 기대하는 것들을 마석도의 이름을 빌려 수행하는 것이 <범죄도시> 프랜차이즈의 본질이다. 마석도가 베트남에서 초법적인 펀치를 날린다면, 마동석은 영화들을 넘나들며 캐릭터의 이름을 치우고 자신의 신체만을 남긴다. 그 신체가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더 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선 <범죄도시2>에서 마동석의 신체는 (영화의)국경을 넘나드는 타격감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다는 것까지만 이야기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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