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n 16. 2022

성공요인을 무시하고 맹신한 결과물

<마녀 Part2. The Other One> 박훈정 2021

*스포일러 포함


 4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어쩐지 전편의 작고 소중했던 장점을 모두 잃어버린 것만 같다. 전편을 짧게 복기해보자. 기억을 잃고 어느 노부부에게 입양된 자윤(김다미)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 이후 닥터 백 일당의 추적을 당하고, 자신을 아끼던 이들 대부분이 죽임을 당한 뒤 각성한다. 단순한 이야기가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던 것은 익숙한 구조 속에서 조금씩만 드러내던 자윤의 능력을 극 후반부에 폭발시켰기 때문이다. <마녀2>는 정반대의 길을 택한다.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고 있음에도 전작과 같은 방식의 이야기가 통하지 않으리라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전작의 결말부에서 암시만 했던 배후조직, 백 총괄(조민수)의 계략, 자윤의 행방 같은 것을 녹여내려면,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새 주인공 소녀(신시아)의 메인 플롯의 다양한 서브 플롯을 덧붙여야 한다. 때문에 <마녀2>의 주된 난관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는 플롯의 엮임이다.

 이 영화는 그것에 완전히 실패한다. 소녀의 이야기에 덧붙여지는 백 총괄과 장(이종석)으로 대표되는 ‘회사’ 내 세력다툼, 실험체 요원이자 회사 내 세력다툼을 알고 있는 듯한 조현(서은수)의 이야기, 경희(박은빈)와 대길(성유빈)이 용두(진구)와 대립하는 이야기는, 사실 덧붙여진다기보단 소녀의 이야기를 압도해버린다. 소녀의 이야기와 세 개의 서브플롯을 A, B, C, D라고 해보자. <마녀2>는 이를 순서대로 제시한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마치 셔플을 거듭한 카드 덱의 순서가 제멋대로인 것처럼, 분량과 이야기의 순서를 고려하지 않고 제시한다. 이를테면 조현과 그의 부하가 시시껄렁한 농담을 이어가는 장면들은 너무 길게 제시된다. 전작의 귀공자 일행을 연상시키는 상해에서 온 토우 4인방도 마찬가지다. 조현과 그의 부하가 나누는 대화는 두 사람의 캐릭터를 설명해주기라도 하지만, 토우 4인방의 이동 장면은 박훈정 감독 특유의 양아치스러운 대사만이 이어질 뿐 네 인물에 관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전편에서나 이번 영화에서나 제대로 제시되지 않는 ‘회사’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장은 쿠키영상을 포함해 세 장면만 등장할 뿐이다. 불필요하게 긴 데다가 나름의 반전까지 품고 있는 경희/대길과 용두 사이의 이야기는 확실히 정리가 필요하다. 경희/대길과의 관계가 소녀를 각성시키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그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녀2>는 시즌제 드라마의 한 시즌을 거칠게 요약해 둔 요약 영상을 본다는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난잡한 플롯 각각의 이야기를 쫓아가려다 보니 정작 주인공 소녀의 이야기에서 관객들은 멀어지게 되고,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소녀의 각성 후 액션을 맘 편히 즐기는 것이 어렵게 된다. 결국 소녀를 중심으로 모든 인물이 한 데 모이는 구성을 취하고 있음에도, 암시되기만 하는 음모들, 너무 세세해 따라가기 벅찬 서브플롯, 캐릭터성을 구축하기 위해 반복되는 욕설 섞인 농담 등은 영화의 구심점이 과연 소녀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게끔 한다. 이 의심은 생각보다 금세 풀린다. 자윤이 등장하고, 소녀의 정체가 자신의 동생임을 밝히고, 함께 엄마를 찾으러 가자며 떠나는 결말을 보고 있자면 이 영화의 구심점은 소녀가 아니었음이 밝혀진다. 다시 말해 <마녀2>의 구심점은 <마녀3>를 향한 욕망이다. 장과 백 총괄이 두리뭉실한 이야기만 나누던 것도, 이번 영화에선 기능적으로만 사용되던 조현의 캐릭터가 주인공만큼 긴 시간을 들여 설명되는 것도, 다음 영화를 위한 포석이었다면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모든 캐릭터를 죽음으로 소비하기 위해 등장시키면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덧붙여 만들어진 이 영화가 이해된다는 것은 아니다. 전편의 전략을 반복할 필요는 없지만, 전작의 성공요인을 한편으로는 무시하면서 한편으로는 맹신한(후반부 소녀의 폭주 장면이 맹신의 결과물이다) 속편은 다음 영화를 위한 가교의 기능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에 관한 동상이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