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Part2. The Other One> 박훈정 2021
*스포일러 포함
4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어쩐지 전편의 작고 소중했던 장점을 모두 잃어버린 것만 같다. 전편을 짧게 복기해보자. 기억을 잃고 어느 노부부에게 입양된 자윤(김다미)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 이후 닥터 백 일당의 추적을 당하고, 자신을 아끼던 이들 대부분이 죽임을 당한 뒤 각성한다. 단순한 이야기가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던 것은 익숙한 구조 속에서 조금씩만 드러내던 자윤의 능력을 극 후반부에 폭발시켰기 때문이다. <마녀2>는 정반대의 길을 택한다.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고 있음에도 전작과 같은 방식의 이야기가 통하지 않으리라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전작의 결말부에서 암시만 했던 배후조직, 백 총괄(조민수)의 계략, 자윤의 행방 같은 것을 녹여내려면,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새 주인공 소녀(신시아)의 메인 플롯의 다양한 서브 플롯을 덧붙여야 한다. 때문에 <마녀2>의 주된 난관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는 플롯의 엮임이다.
이 영화는 그것에 완전히 실패한다. 소녀의 이야기에 덧붙여지는 백 총괄과 장(이종석)으로 대표되는 ‘회사’ 내 세력다툼, 실험체 요원이자 회사 내 세력다툼을 알고 있는 듯한 조현(서은수)의 이야기, 경희(박은빈)와 대길(성유빈)이 용두(진구)와 대립하는 이야기는, 사실 덧붙여진다기보단 소녀의 이야기를 압도해버린다. 소녀의 이야기와 세 개의 서브플롯을 A, B, C, D라고 해보자. <마녀2>는 이를 순서대로 제시한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마치 셔플을 거듭한 카드 덱의 순서가 제멋대로인 것처럼, 분량과 이야기의 순서를 고려하지 않고 제시한다. 이를테면 조현과 그의 부하가 시시껄렁한 농담을 이어가는 장면들은 너무 길게 제시된다. 전작의 귀공자 일행을 연상시키는 상해에서 온 토우 4인방도 마찬가지다. 조현과 그의 부하가 나누는 대화는 두 사람의 캐릭터를 설명해주기라도 하지만, 토우 4인방의 이동 장면은 박훈정 감독 특유의 양아치스러운 대사만이 이어질 뿐 네 인물에 관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전편에서나 이번 영화에서나 제대로 제시되지 않는 ‘회사’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장은 쿠키영상을 포함해 세 장면만 등장할 뿐이다. 불필요하게 긴 데다가 나름의 반전까지 품고 있는 경희/대길과 용두 사이의 이야기는 확실히 정리가 필요하다. 경희/대길과의 관계가 소녀를 각성시키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그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녀2>는 시즌제 드라마의 한 시즌을 거칠게 요약해 둔 요약 영상을 본다는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난잡한 플롯 각각의 이야기를 쫓아가려다 보니 정작 주인공 소녀의 이야기에서 관객들은 멀어지게 되고,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소녀의 각성 후 액션을 맘 편히 즐기는 것이 어렵게 된다. 결국 소녀를 중심으로 모든 인물이 한 데 모이는 구성을 취하고 있음에도, 암시되기만 하는 음모들, 너무 세세해 따라가기 벅찬 서브플롯, 캐릭터성을 구축하기 위해 반복되는 욕설 섞인 농담 등은 영화의 구심점이 과연 소녀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게끔 한다. 이 의심은 생각보다 금세 풀린다. 자윤이 등장하고, 소녀의 정체가 자신의 동생임을 밝히고, 함께 엄마를 찾으러 가자며 떠나는 결말을 보고 있자면 이 영화의 구심점은 소녀가 아니었음이 밝혀진다. 다시 말해 <마녀2>의 구심점은 <마녀3>를 향한 욕망이다. 장과 백 총괄이 두리뭉실한 이야기만 나누던 것도, 이번 영화에선 기능적으로만 사용되던 조현의 캐릭터가 주인공만큼 긴 시간을 들여 설명되는 것도, 다음 영화를 위한 포석이었다면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모든 캐릭터를 죽음으로 소비하기 위해 등장시키면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덧붙여 만들어진 이 영화가 이해된다는 것은 아니다. 전편의 전략을 반복할 필요는 없지만, 전작의 성공요인을 한편으로는 무시하면서 한편으로는 맹신한(후반부 소녀의 폭주 장면이 맹신의 결과물이다) 속편은 다음 영화를 위한 가교의 기능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