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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l 16. 2022

친절한 지루함

<외계+인 1부> 최동훈 2022

 2022년 현재, 외계로봇 가드(김우빈)과 썬더는 인간의 몸에 갇힌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며 살아간다. 1392년 고려시대, 도사 무륵(류준열)과 천둥을 쏜다는 이안(김태리), 의문의 집단을 이끄는 자장(김의성), 신선 콤비인 흑설(염정아)와 청운(조우진)이 의문의 ‘신검’을 두고 쟁탈전을 벌인다. 2023년 2부가 개봉 예정인 <외계+인>의 1부는 630년의 시차를 둔 채 두 시공간을 오가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인간의 몸에 외계인 죄수를 가둔다는 설정으로 인해,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신체강탈자의 침입>으로 대표되는 ‘바디 스내처’ 장르를 표방하는 것만 같다. 동시에 시간여행 장르의 익숙한 틀을 가져오는 지점에선 <백 투 더 퓨쳐>나 <터미네이터> 등이 떠오르고, 주성치 나 <강시선생> 같은 홍콩 코믹 무협영화 스타일을 스리 슬쩍 차용해오기도 한다. 가드가 선보이는 로봇 액션은 <아이언맨>의 그것을 정확히 가져오고 있으며, 그것을 포함한 메카닉 디자인은 많은 기시감을 준다. 

 영화를 보면서 <반도>의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를 떠올렸다. <고지라>, <매드맥스3>, <월드워 Z> 등을 연상케 하는, 사실상 해당 영화들에서 차용해온 수많은 장면들이 누더기처럼 2분짜리 예고편을 채우고 있었다. 본편의 감상도 비슷했다. 아직 2부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외계+인 1부> 또한 같은 인상을 준다. 사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들은 언제나 그래왔다. <전우치>는 90년대 무협영화를 가져왔고, <도둑들>은 <순류역류>와 <오션스 일레븐>의 결합이었으며, <암살>은 그러한 <도둑들>을 셀프 레퍼런스 삼은 작품이었다. <외계+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러한 대열에 합류한다. 다만 최동훈의 앞선 작품들과 같은 즐거움은 주지 못한다. 최동훈이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소지섭 등 기존에 작업하지 않았던 배우들과 작업한 탓일까? 그렇지 않다. 인간의 몸에 죄수를 가두는 외계인이라는 설정이 주는 유치함 때문일까? 아니다. 유치함으로 따지자면 <전우치>가 더 하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를 가장 지루한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최동훈의 전작들은 불필요한 설명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여럿 등장시킨 뒤 그들의 매력으로 다소 불성실한 이야기 설명을 상쇄시켰다. <타짜>와 <도둑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은 그것이 성공을 거둔 사례다. 익숙한 이야기가 전개됨에도 그것이 진행되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붙잡아 둘 캐릭터와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들이 즐비했다. <외계+인>은 그렇지 못하다. 최동훈이 아니라 윤제균이나 김용화의 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이야기를 너무나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나머지 영화가 반전처럼 심어 둔 몇몇 설정은 전혀 놀랍게 다가오지 못한다. 도리어 그것을 굳이 설명해주는 후반부의 몇몇 장면들이 사족처럼 다가올 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20~30분 전에 이미 눈치 챈 사실을 극 중 인물이 뒤늦게 깨닫는 순간 캐릭터가 멍청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외계+인>이 <국제시장>이나 <신과 함께>처럼 쉴 새 없는 코미디와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 자극적인 액션이나 CG로 무장하고 있지도 않다. 액션 장면이 고려시대 장면에 치중되어 있는 탓에, <외계+인>은 CG 액션보다 와이어 액션의 분량이 상당한 편이다. 와이어 액션이 주는 묘한 정겨움은 반가웠지만, 그것이 영화의 친절한 지루함을 상쇄시키지는 못했다. 

 결국 <외계+인 1부>는 “To Be Continued, 2023”이란 자막을 보여주며 끝난다. 최근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한편을 1부와 2부로 나누어 개봉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그것은 대부분 시리즈의 최종장을 그렇게 처리하거나(<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헝거게임: 모킹제이>, <브레이킹 던>, <어벤져스> 등), 연속성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신과 함께>)였다. <외계+인> 같은 시도를 했다 실패한 최근의 사례로 <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딘가 도입부만 존재하는 것 같은, 때문에 본격적인 클라이맥스를 모두 2부에 ‘몰빵’(할 것 같은 기운을 잔뜩 풍기)고 세계관과 캐릭터를 소개하는 것에 기나긴 러닝타임을 소비하는 그러한 영화. <외계+인 1부>는 결말을 보기 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찜찜함을 가져다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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