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3. 2017

에단 호크의 영화 Choice 5

 리버 피닉스와 함께 출연한 조 단테의 가족 SF영화 <컴퓨터 우주 탐험>으로 데뷔한 에단 호크는 언제나 아이코닉한 배우 중 한 명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거쳐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를 통해 X세대를 대표하는 청춘의 아이콘이 되었고, 링클레이터와 손 잡고 만든 <비포 선라이즈>를 통해 유럽 로맨스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가타카>, <데이브레이커스>, <트레이닝 데이> 등 장르 색이 짙은 작품들까지 연기의 스펙트럼도 넓다. <본 투 비 블루> 등의 작품을 통해 섹시한 미중년으로도 불린다. <첼시 호텔>을 통해 감독으로도 데뷔했고 최근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라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최근에는 <토탈 리콜>의 리메이크나 이병헌과 짝패로 출연한 <매그니피센트 7>등 블록버스터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매기스 플랜>,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등의 출연작이 개봉할 예정인 에단 호크의 영화 5편을 골라보았다.

Choice 1. <청춘 스케치> 1994

감독: 벤 스틸러

출연: 벤 스틸러, 에단 호크, 위노나 라이더


 벤 스틸러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아마 'Reality Bites'라는 원제에 더 익숙한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청춘 스케치>라는 한국 개봉명이 말하듯, 당시 X세대라고 불리던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사회초년생 레이니(위노나 라이더)는 방송국에 취직하지만 프로그램 진행자와 갈등을 겪고 퇴직한다. 그녀의 연인이자 가수 지망생 트로이(에단 호크)의 집에 얹혀살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 사이에 방송국 부사장 마이클(벤 스틸러)이 끼어든다. 레이니는 근근이 자신과 친구들, 청춘의 일상을 찍은 기록영화를 만든다. 청춘이 직접 청춘을 찍는다는 설정, 사회가 규정하는 '젊은 세대'대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 속에 담겨있다. 에단 호크의 청춘 시절을 만나 볼 수 있는 작품.

Choice 2. <비포 트릴로지> 1995~2013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비포 선라이즈>를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유럽 기차여행에서의 낭만적이고 운명적인 만남을 꿈꾸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을 보며 낭만과 현실의 경계를 지켜보지 않았을까. 모든 이의 사랑은 낭만적이고 모두의 만남은 운명처럼 느껴지며 모두에게 현실과 마주치는 순간이 다가온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와 에단 호크, 줄리 델피가 만들어낸 <비포 트릴로지>는 28년의 시간을 통해 모두가 겪는 사랑의 과정을 영화적으로 보여준다. 관객과 배우와 영화가 함께 나이 들어가며 스크린에 시간을 담아낸다. 28년의 긴 세월을 잡아주는 것은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연기이다. 관객과 영화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경험은 배우에게도 독특하면서 소중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Choice 3. <가타카> 1997

감독: 앤드류 니콜

출연: 에단 호크, 주드 로, 우마 서먼


 초중고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 지겹도록 틀어준 영화 중 한 편이다. 유전자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유전자의 우열로 모든 것이 갈리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 <가타카>에서 에단 호크는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해 사회를 속이는 빈센트 프리먼을 연기한다. DNA브로커를 통해 우성 유전자를 가진 유진(주드 로)으로 세계 최고의 우주 항공회사 가타카를 다니는 빈센트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서스펜스와, 빈센트가 우성 유전자를 지닌 동생 안톤에게 느끼는 열등감을 연기하는 에단 호크의 연기가 단연 압도적인 작품.

Choice 4. <보이후드> 2014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엘라 콜트레인, 패트리샤 아퀘트, 에단 호크


 사실 에단 호크의 기나긴 필모그래피에서 <보이후드>의 연기는 빼어나다고 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보이후드>를 고른 이유는 에단 호크의 12년을 한 편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려 12년간 촬영한 링클레이터의 실험적인 걸작은 주요 출연진의 변화 없이 긴 시간을 이어왔다. 영화는 시간의 예술이라는 말을 영화로 실천하는 링클리에터의 영화관이 그대로 반영된 <보이후드>를 보면 <비포 선라이즈> 속 에단 호크부터 <비포 미드나잇>의 에단 호크까지를 한 편의 영화에서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Choice 5. <본 투 비 블루> 2015

감독: 로버트 뷔드로

출연: 에단 호크


 재즈 트럼펫의 전설 쳇 베이커를 에단 호크가 연기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모았던 작품이다. 쳇 베이커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영화라기 보단 그의 인생의 한 부분을 잘라와 픽션을 가미해 만든 영화이다. 인생에 변화가 찾아오는 것 같지만 결국 돌고 돌아 원위치로 되돌아오는 폐곡선의 인생을 살아가는 뮤지션의 이야기, 에단 호크는 완벽히 쳇 베이커가 되어 카메라 앞에 섰다. 에단 호크의 목소리로 듣는 'My Funny Valentine'이 각별하게 느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터 잭슨의 영화 Choice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