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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09. 2017

피터 잭슨의 영화 Choice 5

 뉴질랜드, 할로윈, B급 장르영화, 판타지 블록버스터…. 별로 연관성 없는 키워드들은 피터 잭슨이라는 이름 안에 하나로 묶인다. 1961년 할로윈에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피터 잭슨은 1987년 독립 호러 코미디 영화인 <고무 인간의 최후>(Bad Taste)를 발표한다. 뉴질랜드의 컬트영화가 된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그의 악취미가 가득한 영화였다. 이후 <데드 얼라이브>를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천상의 피조물>로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간다. 2001년 겨울부터 3년간 차례로 개봉한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아카데미를 휩쓰는 기염을 토한다. <킹콩>과 <호빗> 트릴로지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피터 잭슨,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의 재개봉을 맞아 그의 영화 중 다섯 편을 골라 소개해보려고 한다.

Choice 1. <데드 얼라이브> 1992

감독: 피터 잭슨

출연: 티모시 밸미, 다이애나 페날베, 엘리자베스 무디


 <고무 인간의 최후>와 <미트 더 피블스>로 뉴질랜드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게 된 피터 잭슨이 할리우드에서 만든 첫 영화이다. 스틸컷을 통해서도 느껴지듯이 좀비 영화 장르이고, 피터 잭슨 특유의 유혈 낭자한 코미디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수마트라의 한 섬에서 뉴질랜드의 동물원으로 잡혀온 괴상한 원숭이에게 라이오넬(티모시 밸미)의 엄마(엘리자베스 무디)가 물려 좀비가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스톱모션 등이 동원된 아날로그 특수효과와 홍수에 가까운 피의 향연, 좀비 아기부터 움직이는 내장 좀비까지 발칙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영화이다. 라이오넬이 잔디깎이를 들고 좀비들을 갈아버리는 후반부는 좀비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의 극대치를 보여준다. 잔인함에 대한 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야 할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피터 잭슨의 연출작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고, 스트레스받을 때 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영화다.


Choice 2. <천상의 피조물> 1994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케이트 윈슬렛, 멜라니 린스키


 피터 잭슨에게 작가라는 칭호를 붙이게 해 준 작품이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피터 잭슨이 처음으로 디지털 특수효과를 동원한 영화이고, 케이트 윈슬렛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1954년 뉴질랜드에서 있었던 '피터 흄 사건'을 모티브로 피터 잭슨의 아내인 프랜 윌시가 공동 각본으로 참여했다. 실제 사건의 주인공인 폴린(극 중에서 케이트 윈슬렛의 캐릭터)의 실제 일기장을 참고해 영화의 각본을 썼다고 한다. 피터 잭슨의 영화 중 감정적으로 가장 섬세한 영화임과 동시에, B급 장르영화감독으로 유명세를 얻는 그의 색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반지의 제왕> 대신 <천상의 피조물>을 피터 잭슨 최고의 걸작으로 꼽기도 한다.

Choice 3. <프라이트너> 1996

감독: 피터 잭슨

출연: 마이클 J. 폭스


 피터 잭슨의 <고스트 버스터즈>랄까. 유령을 퇴치하는 심령술사를 자처하는 프랭크 배니스터(마이클 J. 폭스)가 한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이 악령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고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피터 잭슨 특유의 호러와 코미디를 넘나드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프라이트너>를 통해 디지털 특수효과와 아날로그 특수효과의 결합을 실험하는데, 이후 <반지의 제왕> 속 중간계의 풍경을 완성하는 데 이 영화가 바탕이 됐을 것이다. <백 투 더 퓨쳐>를 통해 SF영화 속 주요 캐릭터가 된 마이클 J. 폭스의 연기를 보는 재미만으로도 110분의 러닝타임이 금세 지나가는 영화이다.

Choice 4.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2001~2003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이안 맥켈런, 비고 모텐슨, 일라이저 우드, 리브 타일러, 숀 애스틴, 케이트 블란쳇, 올랜도 블룸, 숀 빈, 앤디 서키스, 휴고 위빙, 크리스토퍼 리


 영화 역사상 가장 거대한 중세 판타지 세계관이 아닐까. J. R. 톨킨의 세계관을 완벽하게 스크린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피터 잭슨이 그만큼 <반지의 제왕>과 톨킨의 중간계를 애정 했기 때문이다. CG를 비롯한 디지털 특수효과와 미니어처, 특수분장 등 다양한 아날로그 효과가 결합된 중간계의 모습은 피터 잭슨의 필모그래피를 집대성한 것처럼 느껴진다. <데드 얼라이브>의 좀비, <천상의 피조물> 속 크리쳐, <프라이트너>의 유령 등 장르영화의 대가였던 피터 잭슨의 노하우가 <반지의 제왕> 곳곳에 묻어난다. 또한 최초의 모션 캡처 CG 캐릭터인 골룸(앤디 서키스)의 등장은 그 자체로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12시간(확장판 기준) 동안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능력 또한 감탄스럽다. 마법사, 난쟁이, 엘프, 인간 등이 공존하는 북유럽 세계관의 판타지를 웅장하게 스크린에 풀어낼 영화가 또 있을까?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는 그 자체로 최초이자 최후의 판타지 걸작이다. 피터 잭슨 본인조차 <호빗>를 통해 <반지의 제왕>은 뛰어넘을 수 없음을 증명했을 정도니까.

Choice 5. <킹콩> 2005

감독: 피터 잭슨

출연: 나오미 왓츠, 앤디 서키스, 잭 블랙, 애드리언 브로디


 1933년에 처음 만들어진 <킹콩>은 두 편의 리메이크 영화가 개봉했었다. 1976년의 괴작과 피터 잭슨의 성공적인 2005년 작품이 있다. 피터 잭슨의 <킹콩>은 <반지의 제왕>이 그랬든 원작과 고전에 대한 피터 잭슨의 향수와 존경으로 가득한 영화다. 원작의 모험심, 킹콩(앤디 서키스)과 앤(나오미 왓츠)의 묘한 감정선이 생생히 살아있고, 발전한 기술로 그려낸 스컬 아일랜드의 모습은 1933년 작품이 그랬듯 엄청난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특히 <반지의 제왕>의 골룸 때보다 발달한 모션 캡처 기술로 만들어진 킹콩의 위용은 고전을 굳이 리메이크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피터 잭슨의 대답과도 같다. 183분의 러닝타임이 길지 않게 느껴지는 마법을 피터 잭슨은 자유롭게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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