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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04. 2017

마이클 패스벤더의 영화 Choice 5

 2001년 TV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데뷔하고, 잭 스나이더의 <300>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마이클 패스벤더는 이제 할리우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되었다.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갖추었다는 표현은 이럴 때를 위한 표현 같다. 타란티노, 크로넨버그, 리들리 스콧 등 거장들과, 스티브 맥퀸, 레이 에이브러햄슨, 저스틴 커젤 등 앞으로 할리우드를 이끌어갈 신예 감독들, <엑스맨> 시리즈 등의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까지 폭넓은 필모그래피는 그가 어느 곳에나 어울리는 배우라는 것을 증명한다. <어쌔신 크리드>, <에이리언: 커버넌트>, <파도가 지나간 자리> 등 2017년에도 여러 작품들이 개봉 예정인 마이클 패스벤더의 필모그래피에서 5편을 골라봤다.

Choice 1. <엑스맨 프리퀄 트릴로지> 2011~2016

감독: 메튜 본(1편), 브라이언 싱어(2, 3편)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제임스 맥어보이, 제니퍼 로렌스, 니콜라스 홀트


 마이클 패스벤더의 첫 블록버스터 출연은 아니지만, 대중들에게 이미 각인되어 있고 그의 필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가 처음이었다. 그간 상업영화에서는 주연보다 조연으로 많이 출연했던 패스벤더는 <엑스맨 프리퀄 트릴로지>를 통해 자신이 스타임을 증명했다. 매그니토라는 변화무쌍하고 입체적인 캐릭터의 감정을 특유의 섬세하고 깊은 표정을 통해 완벽하게 전달해내는 연기는 블록버스터라는 틀 안에서 한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어떤 정점을 보여준다. 오리지널 트릴로지의 이안 맥켈런이 압도적이고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었다면, 마이클 패스벤더는 그 캐릭터가 어떤 과정을 통해 담금질되고 연마되어 탄생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Choice 2. <셰임> 2011

감독: 스티브 맥퀸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캐리 멀리건


 <헝거>부터 <노예 12년>까지 함께한 스티브 맥퀸 감독의 <셰임> 속 마이클 패스벤더는 섹스 중독자 브랜든을 연기한다. <헝거>, <엑스맨> 등 전작에서 풍부한 감정을 보여줬던 연기와는 다르게, 섹스 중독자의 공허함을 연기하는 패스벤더의 모습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섹스는 익숙하지만 그곳에 감정을 담아내기엔 어색한 중독자의 초상, 패스벤더는 감정은 사라지고 욕구만 남은 껍데기 같은 공허함으로 브랜든이라는 캐릭터를 채운다.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까지 전달되는 공허함을 연기하는 패스벤더는 압도적이었다.

Choice 3. <프랭크> 2014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도널 글리슨, 매기 질렌할


 배우에게 표정은 중요한 무기 중 하나다. 특히 패스벤더에게 표정은 강력한 필살기 같은 느낌이다. 레니 에이브러햄슨의 <프랭크>는 독특하게도 패스벤더의 표정을 영화에서 지워버린다. 전위적인 가사를 담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 프랭크는 커다란 가면을 쓰고 활동한다. 식사는 빨대를 통해 하고 샤워 중에도 가면을 벗지 않는다. 괴짜 뮤지션 프랭크는 유튜브 등을 통해 컬트적인 인기를 얻게 되지만, 관심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 일련의 과정을 표정 없이 대사와 몸짓만으로 표현해낸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는 <프랭크>라는 영화가 완성될 수 있는 힘이다.

Choice 4. <슬로우 웨스트> 2015

감독: 존 맥클린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코디 스밋 맥피


 마이클 패스벤더는 서부극에도 어울린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어린 왕자'를 뒤섞은 존 맥클린 감독의 <슬로우 웨스트>는 수정주의 서부극의 계보 안에서도 독특한 작품이다. 제목처럼 느릿하게 서쪽을 향해가는 여정에서 패스벤더는 '어린 왕자'속 조종사 같은 역할의 사일러스를 연기한다. 험난하고 무정부적인 서부의 세계에서 장미 하나를 찾아가려는 제이(코디 스밋 맥피)를 바라보고 안내해주는 패스벤더는 스크린 속에서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 배경은 없다는 듯한 연기를 선보인다.

Choice 5. <스티브 잡스> 2015

감독: 대니 보일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세스 로건, 케이트 윈슬렛, 제프 다니엘스


 솔직히 패스벤더는 전혀 스티브 잡스를 닮지 않았다. 하지만 애쉬튼 커쳐의 <잡스>가 증명했듯 배우와 실재 인물의 싱크로율보다 중요한 것은 연기와 각본이다. 스티브 잡스의 중요한 세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기반으로 한 영화 <스티브 잡스>에서 패스벤더는 위인과 기인의 경계에 놓인 스티브 잡스의 입체적인 면을 스크린 위에 그려낸다. 신경질적인 완벽주의자의 면모와 딸에 대한 감정이 뒤섞이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 놓인 인물의 다양한 면을 드러낸다. 케이트 윈슬렛, 제프 다니엘스, 세스 로건 등의 좋은 배우들이 잡스의 주변 인물들을 연기하는 와중에 패스벤더가 연기는 영화의 척추가 되어 세 차례의 정신없는 프레젠테이션을 지탱한다. 슈퍼히어로부터 서부극과 괴짜 뮤지션, 실존인물까지 패스벤더의 스펙트럼에 성역은 없다는 것이 또 한 번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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