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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Oct 01. 2022

단점의 반복

<정직한 후보 2> 장유정 2022

 전편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하며 끝났던 주상숙(라미란)의 이야기가 강원도로 무대를 옮겨 이어진다. 선거 패배 후 고향집에서 머물던 그는 우연히 사고를 당한 청년을 구하고, 다시금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다. 그에 힘입어 마침 보궐선거를 하게 된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고 당선되며 영화가 시작된다. 보좌관 희철(김무열), 남편 만식(윤경호) 등과 옥신각신하며 청렴함을 내세운 도정을 이어가던 중, 건설교통과 국장 조태주(서현우)가 지지율을 회복하여 연임할 수 있는 기회라며 강연준(윤두준)의 건설회사를 소개한다. 태주의 꾀임에 넘어간 상숙은 각종 토건사업을 벌이고, 다시 선거가 다가온다. 그러던 중 사고로 상숙과 희철이 모두 거짓말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거짓말을 못 하게 된 정치인”이라는 단순한 설정 하나로 나름의 재미를 주었던, 하지만 후반부의 전형적이며 부실한 마무리로 아쉬움을 함께 주었던 <정직한 후보>처럼, 이번 영화 또한 같은 길을 가려 한다. 다만 무대를 선거운동 대신 도지사의 레임덕 시기로 옮겨, 지방 토건사업, 건설비리, 부동산 문제 등을 영화 속에 끌어들이려 한다.

 전작이 TV토론과 거리유세 등 선거운동 활동을 중심으로 영화의 컨셉을 풀어갔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각종 회의와 기자회견, 브리핑 등으로 옮겨 간다. 상숙과 희철이 동시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며 상황은 악화된다. 아니 그렇게 흘러갈 것이라 많은 관객들이 예측했을 것 같다. 상숙의 말실수들은 여전히 웃기다. 더불어 희철의 말실수는 상숙의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거짓말을 못 하게 된 상황”은 주요 소재의 지위를 얻지 못한다. 두 주인공의 말실수가 단편적인 웃음을 자아내긴 하지만, 그것은 영화의 중심 플롯인 토건 비리와 제대로 엮이지 못한다. 말실수에 의한 코미디 대부분은 토건 비리라는 중심 서사와 관련 없는, 결혼식장, 대통령 주재 회의, 대북 협력 회의 등에서 등장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식의 동생 만순(박진주)처럼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는 제대로 활약할 자리를 잡지 못한다. 같은 상황이 전작에서 “솔직하고 정직한 정치인”으로 기능하며 선거운동이라는 중심 이야기와 맞물렸다면, 이번 영화에서 그것은 각성의 계기조차 되어주지 못한다. 

 <정직한 후보 2>가 웃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웃음의 타율은 높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영화의 이야기와 관련 없는 방식으로 터져 나온다. 이러한 면모는 과거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박수를 받던 몇몇 개그맨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혹은 모든 긴장감을 점프스케어의 의존하는 지루한 호러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배우들의 출중한 개인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는 전작의 단점만 부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둘러싼 몇몇 상황이 주는 아이러니한 웃음이 더욱 크게 다가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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