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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Oct 14. 2022

얼기설기 마무리

<할로윈 엔드> 데이빗 고든 그린 2022

*스포일러 포함


 이 영화는 제목처럼 <할로윈> 시리즈를 끝장내려 한다. 블럼하우스와 데이빗 고든 그린의 <할로윈> 리부트 삼부작은 존 카펜터의 오리지널을 포함한 모든 시리즈의 결말을 내려한다. 2018년의 첫 영화가 전복을 꾀하는 복수극이었다면, <할로윈 킬즈>는 마이클 마이어스(닉 캐슬)라는 악을 마주한 아노미 상태의 공동체를 묘사한다. 그렇다면 <할로윈 엔드>는? 이 영화는 공동체를 통한 회복(의 불가능성)을 말하려 한다. 무수한 희생자와 생존자들은 마이클을 자극한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를 비난한다. 영화 초반, 사고로 아이를 죽인 코리(로한 캠벨)에게 가해지는 비난도 유사하다. 로리, 그리고 생존한 손녀인 앨리슨(앤디 마티첵)은 생존자이지만 비난을 받고, 코리는 불의의 사고를 일으켰지만 공동체의 과도한 비난으로 인해 용서의 기회를 박탈당한다. 이 영화는 코리라는 선했던 청년이 마이클 마이어스와 같은 악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하지만 영화의 엔딩은 마침내 로리 스트로드가 마이클 마이어스를 끝장내는 것이다. 단순히 불구덩이에 마이클을 밀어 넣는 것을 넘어, 이미 목과 손목이 칼로 그어진 채 포박당한 그를 분쇄기에 넣어 갈아버린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로리가 행하는 것은 단순히 마이클 마이어스가 다시금 관객 앞에 되돌아올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넘어, 코스믹 호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의 프레임 곳곳에 나타나던 그의 형상을 제거하는 것이다. 시리즈의 팬으로서 이 엔딩은 썩 만족스럽다. 이 결말은 단순히 1978년의 <할로윈>과 블럼하우스의 삼부작 외의, 로리가 등장하는 모든 <할로윈>의 결말로 다가온다. 해든필드라는 미국의 소도시 공동체는 로리를 비롯한 피해자를 지키지도, 치유하지도 못했다. 시리즈의 지속은 필연적으로 공동체의 실패를 묘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할로윈>의 결말은 온전히 로리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어떤가? <할로윈 킬즈>의 결말에서 칼과 총에 맞고 반쯤 불태워진 마이클 마이어스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는 2022년의 시점에서야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 막강한 완력을 자랑하던 그는 코리와의 몸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 해든필드 어딘가의 하수구에 숨어 있는 그는 우연히 코리를 발견하고, 마이클의 눈을 들여다본 코리는 말 그대로 ‘흑화’한다. 그는 마이클의 힘을 계승한 듯이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다만 절대악에 가까운 마이클과 다르게, 코리의 희생자들은 불운한 사고의 가해자인 그를 배척하고 조롱한 공동체다.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어딘가 이상하다. 위의 문단에서 서술한 엔딩과 코리의 이야기는 완전히 별개로 작동한다. 힘을 잃었던 마이클은 어느새 다시 로리의 집을 찾아오고, 로리는 그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그를 상대한다.

 용서받을 수 있었던 가해자와 살인마에 대항하는 생존자라는, 서로 다른 존재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공동체에서 배척당한 이들의 이야기를 이 영화는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 로리가 마이클 마이어스의 시체를 분쇄해버리는 엔딩은 마음에 들지만, 로리와 앨리슨이 마이클의 시체를 차 지붕에 묶어 둔 채 거대한 행렬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꽤나 어처구니없다. 난데없이 등장한 베이커 보안관(오마 J. 도시)이 행렬을 용인해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 영화의 각본이 딱히 엮이지 않는 이야기를 성기게 접붙여 놓았다는 인상마저 준다. 덧붙이자면, <스크림> 시리즈의 게일처럼 책을 쓰고 있는 로리의 모습은 꽤나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는 리부트 삼부작 속 로리의 캐릭터와 맞지 않는 것은 물론, 내레이션을 대체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심지어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엔 내레이션이 있다!) 마침내 맞이한, 썩 만족스럽다 할 수 있는 어떤 결말을 제시하고 있는, 제목부터 시리즈를 끝장내겠다 선언한 기나긴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는 무엇에도 실패한 영화로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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