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Dec 22. 2022

2022-12-22

1. 지난 주말 인디포럼과 인디스페이스, 마테리알이 함께한 기획전 [독립영화하다]가 마무리되었다.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이틀 이상 진행되는 기획전을 처음 기획해본 터라, 고되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운 일을 했던 것 같다. 사실상 "독립영화에 관한 것"이라는 조건 하나만 걸린 백지수표를 받아든 채 시작된 기획이었기에 마음껏 판을 벌릴 수 있었다. 특히 작품의 연출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익숙한 GV의 형식 대신 기획자, 큐레이터, 영화와 미술 사이를 오가는 작가/감독 등을 모셔와 '대담'을 성립시켰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 기존 인디포럼 월례비행에서 진행하던 GV들도 만족스러웠지만, '대담'이라던가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제목을 걸기에는 완전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영화제와 신작 개봉관에서 무수히 접하던 전형적인 GV의 조금 긴 버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기획전의 각 주제나 작품, 작가에 관해 가장 흥미로운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작품을 연출자 뿐 아니라 그 주변의 다양한 플레이어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들이 드는 주말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대담들을 제대로 기록할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인데, 자리에 함께했던 누군가 기록을 남겨주었다면 공유를 부탁드린다.


2. 한국영상자료원 KMDB에서 진행한 독립다큐멘터리에 관한 연재 [익숙한 이야기, 새로운 기록]이 마무리되었다. 총 5회차의 짧은 연재였지만, 이번 연재 또한 "독립영화에 관한 것"이라는 조건 외에 제약사항이 없었기에 즐겁게 글을 써내려갔던 것 같다. 독립영화 중에서도 다큐멘터리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은 것은, 아무래도 현재 KMDB 연재글 중에 다큐멘터리를 다루는 글이 적기 때문이다. DOCKING 같은 다큐매거진도 있고, ACT!에서도 종종 다큐멘터리를 다루긴 하지만, 독립다큐멘터리에 관한 리뷰, 비평, 에세이 등은 지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의 중단 이후 독립다큐멘터리가 소개되는 창구마저 줄어들었다. EIDF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독립다큐멘터리를 제대로 소화하기엔 다뤄야 할 작품이 많다. 각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는 대부분의 경우 극영화만큼 주목받지 못한다. 때문에 이번 연재를 시작하며, 비록 독자들이 접할 기회가 적겠지만, 아직 개봉하지 못했으며 영화제를 통해서 가까스로 소개된 독립 다큐멘터리를 다뤄보고자 생각했다. 또 하나, [익숙한 이야기, 새로운 기록]이라는 제목은 조금이나마 '젊은'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고자 했음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여기서 젊음이라는 것은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적어도 근 10년 동안 독립영화를 접해온 관객으로서 조금이나마 새로운 형식, 소재, 방법을 택한 최근의 작품들을 골라보고자 했다. 이 영화들의 이야기, 가령 창작자로서의 고민, 젊은 날의 불안감, 사회운동, 우정 등의 것들은 이미 이야기 된 것들이다. 그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금이라도 다른 방식으로 발화하는 영화들을 찾아보고자 노력했다. 잘 됐는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좋은 기회 제안해주신 KMDB 당담자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3. 올해도 영화제에서, 시네마테크에서, 집에서 과거의 영화들을 관람했다. 올해 처음 관람한 과거의 영화들 중에 기억에 남는 영화들을 적당히 골라서 정리해본다.

<고하야가와가의 가을> 오즈 야스지로 1961

<미모에 죄가 있다> 마스무라 야스조 1959

<두 소녀가 사랑에 빠진 믿을 수 없는 진짜 이야기> 마리아 매겐티 1995

<산불> 김수용 1967

<삼포가는 길> 이만희 1975

<새드 배케이션> 아오야마 신지 2007

<신외팔이> 장철 1971

<실비아의 도시에서> 호세 루이스 게린 2007

<엑시스텐즈> 데이빗 크로넨버그 1999 


<우리의 환대> 버스터 키튼 1923

<일본해방전선, 산리즈카의 여름> 오가와 신스케 1968

<정숙한 짐승> 가와시마 유조 1962

<지옥의 경비원> 구로사와 기요시 1992

<천년환생 - 월하의 공동묘지> 남기남 1996

<카메라를 든 사람> 커스틴 존슨 2016

<클로즈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990

<호수의 이방인> 알랭 기로디 2013

매거진의 이전글 2022-12-1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