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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pr 11. 2023

충실한 팬서비스는 되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아론 호바스, 마이클 젤레닉 2023

 브루클린의 배관공 마리오(크리스 프랫)와 루이지(찰리 데이)는 우연히 발견한 녹색 토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각각 다른 세계로 떨어진 두 사람, 버섯왕국에 떨어진 마리오는 다크랜드에 떨어져 쿠파(잭 블랙)에게 납치된 루이지를 구하고자 피치 공주(안야 테일러 조이)와 힘을 합친다.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1993년의 실사영화 오랜만에 극장용 영화로 제작되었다. <미니언즈>의 일루미네이션이 제작을 맡았고, 닌텐도와 원작자 미야모토 시게루 또한 제작에 직접 참여하였다. [포켓몬스터]의 영상화가 여럿 있었지만, 닌텐도가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작품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1985년 처음 발매된 이래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게임의 역사를 총망라하려 한다. 여기엔 ‘본편’이라 할 수 있는 시리즈들은 물론, [마리오 카트]나 [요시 아일랜드], [페이퍼 마리오], [동키콩]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여러 캐릭터, 설정, 배경 등이 포함된다. 92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무수한 캐릭터와 이스터에그가 쏟아진다. 마리오와 루이지를 비롯한 주요 인물은 물론 키노피오(키건 마이클 키), 동키콩(세스 로건)과 같은 조연들, 무수한 게임 속 적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시발점이 된 게임 [점프맨], 과거의 닌텐도 기기인 NES와 여러 닌텐도 게임 포스터들 등이 끝없이 등장한다. 콘도 코지의 게임 음악을 활용한 브라이언 타일러의 음악 또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토관을 탈 때나 파워업을 할 때의 효과음은 게임에서 거의 그대로 가져왔고, 버섯왕국, 다크랜드 등의 배경도 원작의 설정을 충실하게 반영한다. [동키콩]의 맵 스타일(진한 핑크색의 철근)을 가져온 동키콩과 마리오의 대결 장면이라던가, [마리오 카트]의 레인보우 로드를 구현한 카체이싱 장면 등은 원작 팬들이 ‘슈퍼 마리오’ 영화에 바라던 팬서비스를 충실히 수행한다. 무엇보다 몇몇 액션 장면에서 보여주는, ‘플랫포머’ 스타일의 움직임들은 원작 게임의 팬들의 환호를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야기다. 원작 게임부터 선명한 스토리라인이 있던 것이 아니었기에, 어떠한 방식으로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세계를 엮어내고 마리오의 모험을 성립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포인트였을 것이다. 이번 영화의 선택은 1993년 실사영화와 비슷하다. 마리오와 루이지를 브루클린에 사는 이탈리아계 배관공으로 설정하고, 이들이 어떤 포털을 통해 게임이 보여주었던 다른 세계에 입장한다. 실사영화에서 그 세계는 당시 미국 하위문화에 ‘절여진’, 온갖 레퍼런스의 난장판이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슈퍼 마리오’의 세계에 제대로 당도한다. 일루미네이션은 게임의 세계, 특히 닌텐도 기기가 발전하면서 기술적으로 함께 발전해 온 게임이 보여주었던 디테일을 그대로 가져오며 관객과 팬의 눈을 사로잡으려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밖의 모든 것을 포기한다. 일루미네이션의 전작 <미니언즈>나 <씽>, <마이펫의 이중생활> 등은, 귀여움이 중심이 된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잔뜩 구현한 뒤 그들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몇몇의 장면을 구상하고, 이야기는 그것을 연결하기만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원작 게임의 팬들을 위한 장면을 잔뜩 만들어두고, 그것들을 연결하기 위해 이야기 전체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팬서비스에는 한없이 충실하지만, 영화의 모든 것이 오로지 팬서비스만을 위해 작동할 뿐이다. 다만 과거의 실사영화나 TV판 애니메이션에 실망했을 팬들을 위한 작은 선물 정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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