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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23. 2017

스필버그가 되어가는 저메키스

로버트 저메키스와 브래드 피트, 마리옹 꼬띠아르의 영화 <얼라이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영국 정보국 장교인 맥스바틴(브래트 피트)과 프랑스 비밀요원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꼬띠아르)는 모로코에서 독일 대사를 암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둘은 위험천만한 임무를 수행하며 사랑에 빠지고, 임무를 완수한 뒤 영국에서 결혼한다.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던 중, 마리안이 독일의 스파이라는 정황이 포착된다. 맥스는 마리안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얼라이드>를 보면서 한때 스필버그 키드로 불렸던 로버트 저메키스가 이제 스필버그의 위치에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놉시스만 봐도 결말이 보이는 듯한 이야기로 2시간을 가볍게 이끌어가는 능력은 <뮌헨>부터 <워 호스>, <스파이 브릿지>에 이르는 스필버그의 최근작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저메키스의 전작 <하늘을 걷는 남자>도 고전적인 플롯 구성으로도 현재의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었다. <카사블랑카>를 떠올리게 하는 <얼라이드> 역시 흔하고 오래된 이야기를 매력적이고 매끈하게 만들어낸 작품이다. 

 저메키스에게 본격적인 멜로드라마 장르는 이번 영화가 처음인데, 군더더기 없이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해내는 연출이 탁월하다. 간단한 상징과 표현만으로 맥스의 애정과 혼란을 드러낸다. 배우의 호연과 어우러진 깔끔한 연출은 익숙한 결말을 향해 다가가는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맥스와 마리안이 처음 사랑을 확인하는 사막 모래폭풍 속 섹스신은 놀랍다. 날씨를 통해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매섭게 자동차를 때리는 모래폭풍의 소리와 이따금씩 치는 천둥, 거센 폭풍 사이에서 서로만을 바라보며 애정을 나누는 맥스와 마리안. 죽을 확률이 살아남을 확률보다 높은 임무 앞에서 함께 일출을 맞이한 둘의 감정이 짧은 시퀀스 하나에 압축되어 있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폭풍 속 둘의 감정을 담아낸, 탁월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1940년대를 고스란히 복원한 미술과 의상, 그 배경 속에서 각각 맥스와 마리안이 되어 행동하는 브래드 피트와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는 <얼라이드>라는 영화의 설득력을 만들어낸다. 특히 맥스에 비해 마리온은 감정을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은데, 마리옹 꼬띠아르의 후반부 연기는 단박에 감정의 중심을 맥스에서 마리안으로 옮겨온다. 영화 내내 살얼음판처럼 깨질 듯 붙어있는 감정을 표현해낸 연기는 <얼라이드>를 좋은 영화로 만들어준다.

 아쉬운 점이라기 보단 영화를 보면서 조금씩 불편했던 장면들이 있다. 매끄러운 영화의 만듦새에서 사포질이 조금덜 된 부분이랄까. 마리안이 공습을 당하는 중인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장면은 과장되어 조금은 유치했다. 후반부 파티 장면에서 군인들이 맥스의 여동생 브리짓(리지 캐플란)에게 동성인 애인과 키스해보라고 하는 장면은 짧았지만 불편했다. 맥락에도 어울리지 않는 뜬금없는 장면이 왜 필요했을까? 다른 이들은 파티라는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키스하고 애정을 드러내는데, 퀴어인 브리짓이 애정을 나누는 장면은 누군가의 볼거리로서 등장한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퀴어가 자연스레 등장한다는 점은 인상 깊었지만, 불필요한 장면 하나 덕분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인상 깊게 남았다.

 어쨌든 로버트 저메키스는 이제 단순한 장인을 넘어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플라이트>, <하늘을 걷는 남자>에서 <얼라이드>로 이어지는 최근작들은 지난 40년간 영화를 만들어온 로버트 저메키스가 어떤 이야기든 깔끔한 작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베오울프> 같은 요상한 영화도 있었지만, 언제나 믿고 보는 저메키스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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