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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n 01. 2023

'아시아 히어로'라는 야망

<범죄도시 3> 이상용 2023

 전작으로부터 7년이 흐른 2015년, 마석도(마동석)은 광역수사대로 자리를 옮겨 활동하고 있다. 장태수(이범수), 김만재(김민재) 등의 팀원과 함께 일하던 중, 마약이 연루된 살인사건을 맡게 된다. 일본 야쿠자를 통해 한국에 신종 마약이 유통되고 있음을 알게 된 마석도는 야쿠자와 내통하는 국내조직을 소탕하려 한다. 한편 마약조직 수장인 주성철(이준혁)은 중국 일당과의 거래를 앞두고 야쿠자의 약을 빼돌리려 한다. 이를 알게 된 야쿠자 수장 이치조(쿠니무라 준)는 살수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보내 주성철을 잡으려 한다. 앞선 두 전작이 마석도와 빌런의 일대일 구도로 전개되었다면, 이번 영화는 삼파전의 양상을 도입한다. 하지만 조연진을 교체하고 새로운 구도를 선보임에도 불구하고, <범죄도시 3>는 이전의 작품들과 같은 방식으로 전개된다. 범죄를 저지르는 빌런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되고,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하는 마석도의 모습을 보여준 뒤, 그의 (물리력) 수사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전작이 베트남을 배경으로 삼으며 마석도의 활동반경을 넓힌 것처럼, 이번 영화 또한 동아시아권 자체를 배경으로 삼으려는 시도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서울과 인천이지만, 몇몇 홍콩/일본 범죄영화가 그런 것처럼 범죄자와 조직의 국적이 배경과 동일시되지 않는다. 마석도를 단순히 ‘한국’의 히어로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히어로로 만들고자 하는 야심이 전작에 이어 펼쳐진다. 국경이나 법과는 관계없이, 마석도의 주먹, 아니 마동석의 주먹은 그 자체로 판결을 대리한다. 마치 <저지 드레드>의 ‘즉결처분’처럼 말이다. 전작보다 민첩한 인파이트 복싱 스타일의 액션은 악당을 ‘때려잡는’ 쾌감을 증대화하는 것에서 머문다. “민중의 몽둥이”라고 잘못 말하는 마석도의 대사는 그것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영화의 중심 빌런이 되는 이를 잡기 위해 자잘한 범죄는 용인되고, 비교적 경범죄자인 이들은 마석도의 도구로서 기능할 뿐이다.      

 배우이자 제작자인, 무엇보다 액션스타인 마동석에 관해서는 할 이야기가 있겠지만, <범죄도시 3>에 관해서는 크게 끌고 나갈 이야기가 없다. 비슷한 구도의 변주가 이어지고, 마석도를 ‘아시아 히어로’로 만들고자 하는 야망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소재적인 측면에서도 영화 밖 현실과 연결되는 범죄들을 적절히 선택해 가져올 뿐, 그것에 관한 논평이나 비판 같은 것을 담아낼 생각은 없다. 어떤 유형의 악당과 범죄일지라도, 마석도는 그들을 찾아내 주먹을 통해 해결할 것이다. 내년 개봉 예정인 4편의 배경은 필리핀이며, 암호화폐 관련 범죄를 다룰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개별 영화로서 어떤 의미를 가진다기보단, 마동석이라는 스타를, 특히나 현재 한국에서 유일하게 티켓파워를 지닌 액션스타가 기능하는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범죄도시 3>는 거기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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