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ug 09. 2023

2023-08-09

1.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호러 전문 매거진 [오드]에 참여했다. "죽거나, 욕먹거나, 죽이거나 - 슬래셔의 규칙과 생존자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냈다. 이번 호의 주제가 '할로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글을 써야할지 고민했다. 1호의 '소원'이라는 주제도 다소 추상적이었지만 찾아갈 수 있는 방향이 금방 떠올랐는데, '할로윈'이라는 주제는 다소 애매하게 다가왔다. 고민 끝에 슬래셔에 관한 이야기를 선택했다. 물론 존 카펜터의 영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할로윈의 기원은 카톨릭의 만성절 직전의 비-카톨릭적인 주술이나 신비주의적인 것들에 관한 행사에서 비롯되었지만,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은 라틴 아메리카 '망자의 날'의 영향이 크다. <할로윈> 같은 슬래셔 영화들은 무수한 망자를 생산한다. 더 나아가, 살인마들은 이미 망자와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다. 리부트나 시퀄 같은 명목으로 되돌아온 망자들을 맞이하여, 돌아온 살인마 영화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궁금했다. 과거 시리즈와의 연결고리를 갖기 위한 방법이었겠지만, 이들 영화는 결국 생존자, 파이널 걸에 관한 이야기다. 살인마에게서 도망쳐 살아남은 생존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들의 결백과 청춘을 증명해줄 이들은 마이클 마이어스, 프레디 크루거, 제이슨 부히스, 고스트페이스, 핀헤드에게 죽어버렸다. 때문에 나는 살인마와 함께 귀환한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로리 스트로드, 시드니 프레스콧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세 편의 <할로윈> 리부트와 두 편의 <스크림> 리부트는 나름의 답을 보내려 시도했다. 그것이 과거의 답습일지, 새로운 반영성을 보이는지는, 글을 통해 확인해주시길. [오드] 2호는 텀블벅에서 9월 4일까지 펀딩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https://link.tumblbug.com/DDmiN3BQ7Bb

2. "한 팔로 포옹하기"라는 제목으로 2023 독립영화 쇼케이스 기획전이 열린다. 8월 17일부터 19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2관에서 진행된다. 기획에 참여하며, 처음에는 '돌봄'을 주제로 삼을 생각은 아니었다. 퀴어 다큐멘터리를 다뤄보자는 생각으로 기획 회의를 거듭하던 중 돌봄에 관한 영화를 틀어보자는 것으로 선회했고, 여섯 편의 장편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지금의 기획이 되었다. 돌봄은 쉽게 정의내리거나 말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행정적,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돌봄'이라는 용어는 대체로 유아/청소년이나 노인에 관한 돌봄에 국한되어 있다. 이 기획전은 팬데믹 이후 더욱 크게 논의되고 있는 '돌봄'이라는 테마를 가능한 넓게 바라보려 한다. 질병을 앓는 가족에 관한 돌봄부터 청소년, 동거인, 퀴어, 그리고 자기 자신에까지, '돌봄'이라는 키워드는 확장되고 또한 적용될 수 있다. <홈그라운드>, <돌아서 제자리로>, <다섯 번째 방>, <두 사람>, <1포 10kg 100개의 생애>, <두 사람을 위한 식탁>까지, 여섯 영화는 각기 다른 상황을 기록하며 돌봄을 실천한다. 19일 <1포 10kg 100개의 생애>의 GV 모더레이터와 리뷰 원고를 맡게 되었는데, 나의 추천작은 아니었지만 여섯 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영화였다. 회의를 이어가며 카메라를 들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어간다는 상황이 돌봄과도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영화는 돌봄 자체를 영화화한 작품이라 생각했다. 리뷰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조기현 감독이 구상한 가상의 일은 아버지가 욕망하는 과거를 미약하게나마 복원해보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규정되고 분류된 노동 불가능의 몸과 여전히 노동하고자 하는 욕망이 충돌하는 아버지를 위해, 감독은 영화 스태프을 모으고 1포의 시멘트와 10kg의 모래와 100개의 벽돌을 나른다. 비록 영화를 위해 벌어지는 가상의 일이더라도, 이 과정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분류된 과거를 복원해보려는 시도다. 돌봄이라는 행위가 그렇지 않은가? 돌봄은 불가능의 현재에 가능성을 도입한다. 앞으로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정된 활동을 지속하는 것, 돌봄은 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행위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카메라 앞의 대상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카메라 앞에 창출된 상황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개입하는 일이다. 이 영화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다음 링크를 통해 관람을 신청할 수 있다. https://forms.gle/PwvfTQDivCc7bpux5

3. 네마프 2023에 웹진 해파리와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네마프 홈페이지를 통해 발행 될 웹진을 함께 제작한다. "안전한 신체의 확장"이라는 네마프 2023의 슬로건을 따라 각자의 테마를 정하고, 상영작 중 테마에 맞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골라 짧은 리뷰를 나눈다. 몇몇 작가와 기획자들의 인터뷰도 함께 실린다. '대안영상예술제'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성격의 행사이지만, 그만큼 각자의 주관을 가지고 상영작들을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영화제라 언제나 생각해왔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일정 규모 이상의 영화제에서 모든 상영작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기획의도를 완전히 따라간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영화제의 모든 관객은 자신의 취향, 관심사, 일정,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영화제를 재-프로그래밍한다. 다시 말해, 영화제를 즐기는 관객은 결과적으로 영화제 상영작 내에서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 웹진도 그러한 과정의 결과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발행되는 웹진의 에디터라는 일종의 특권을 가지고, 네마프의 오랜 관객으로서 이번 네마프의 상영작들을 (재)배치해보았다. 어떤 식으로 상영작들을 보아도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발한다. 지난 주 발행된 ACT! 136호에서 인터뷰(https://actmediact.tistory.com/1819)한 웹진 해파리와 함께하게 되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화제 개막일인 8월 10일부터 폐막일까지 네마프 홈페이지(https://www.nemaf.net/)를 통해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3-06-2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