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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26. 2017

의리로 지킨 시리즈의 마지막

시리즈의 최종장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2002년에 시작해 15년 동안 게임 원작 영화의 (거의 유일한) 성공사례를 이끌어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최종장,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을 관람했다. [바이오하자드]라는 성공적인 게임에 좀비 영화와 SF 스릴러 장르를 뒤섞어 시작된 <레지던트 이블>은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의 액션 크리처 영화가 되었다. 1, 2편과 같은 시리즈라고 상상되지 않던 4, 5편을 지나 폴 W.S. 앤더슨 감독이 1편의 시나리오를 썼을 때부터 생각했던 결말로 달려가는 이번 6편은 시리즈 영화에는 충성심 높은 팬들의 의리가 중요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영화였다.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엄브렐라의 시스템 레드 퀸(에버 앤더슨)에게 T-바이러스의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백신으로 세상을 다시 복구하기 위해 엄브렐라와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이야기 면에서 실망스러웠던 전작들에 비해 깔끔하고 빠른 전개를 자랑한다. 물론 ‘이게 뭐지? 너무 쉽게 지나가는데?’싶은 전개가 있지만, 관객이 게임의 플레이어이고 앨리스가 관객의 아바타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사실 1편부터 꾸준히 밀어온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미덕이 이것이다. <둠> 등의 게임 원작 영화들이 실패했던, 관객과 주인공의 플레이어-아바타 관계를 이 시리즈는 제법 충실하게 영화라는 매체 안에서 묘사한다. 덕분에 영화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듯 빠르게 전개되고, 액션-대화-액션-대화 방식의 전형적인 팝콘무비의 방식대로 흘러간다. 그 사이사이 시리즈의 팬을 위한 요소들(1편에서 등장했던 레이저 트랩 등)을 이용한 팬서비스까지 놓치지 않는다. 한 편의 영화로 보기에는 부실하지만, 전체적인 시리즈의 맥락과 머리를 비우고 즐길 수 있는 팝콘무비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난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이야기는 시리즈의 팬들이 환호할만한 스토리 전개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액션이다. 슬로 모션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된 전작들과는 다르게, 이번 영화는 0.n초 단위의 빠른 편집과 다양한 앵글을 활용한 촬영으로 액션을 보여준다. 앨리스와 좀비 크리처들의 대결, 앨리스와 엄브렐라의 대결 등이 모두 같은 방식의 편집과 촬영으로 그려진다. 이는 아쉽게도 게임을 영상화한 듯한 전작들의 액션 분위기를 전혀 따라잡지 못한다. 긴박함이나 박진감보다 피로함이 먼저 찾아온다. 스타크래프트의 벌쳐를 연상시키는 크리처와의 첫 액션에서부터 이런 피로가 느껴지는데, 후반부에 이르러선 액션의 쾌감이 느껴진다기 보단 그저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엄브렐라의 요원으로 출연한 이준기와 앨리스의 액션, 좀비 부대와 앨리스 일행의 스케일 큰 액션, 엄브렐라의 하이브 안에서 벌어지는 급박한 상황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채 흘러간다. 거의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한 밀라 요보비치의 노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해 아쉽다. 괜찮은 팝콘무비의 요건을 대부분 갖추었지만, 그중 가장 핵심적인 액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최종장은 뒷맛이 조금 씁쓸하다.

 때문에 시리즈의 팬이라면 <레지던트 이블>과의 마지막 의리를 극장에서 지키길 바란다. 다만 전작들을 즐기지 못했거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보지 못했던 관객에게 이번 영화는 당황스럽고 피곤한 순간들을 제공할 확률이 크다. 클레어(알리 리터), 웨스커(숀 로버츠), 아이작(이아인 글렌) 등의 인물들이 익숙하지 않다면 전작들을 보고 이번 영화를 보길 추천한다. 다만 시리즈가 재미있을지는 보장할 수 없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가장 큰 미덕은 (<월드워 Z>를 제외하고) 유일한 좀비 아포칼립스 블록버스터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미덕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1편부터 6편까지 이 시리즈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이자 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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