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Dec 01. 2023

[벽을 해킹하기] 기획전이 진행됩니다

 2023년 12월 16~17일 동안 홍대 인디스페이스에서 [벽을 해킹하기] 기획전이 진행됩니다. 최이다 감독님이 던져주신 큰 주제에 맞추어, 저는 섹션5 "도시 뒤에 공간 있어요"를 기획하였습니다. 홍민키 감독의 세 영화 <리얼 서바이벌 가이드 공중도시>, <들랑날랑 혼삿길>, <낙원>을 상영하고, 도시의 은폐된 공간을 전유하고 있는 퀴어한 전략을 살펴보는 토크를 준비 중입니다. 그 밖에도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와 김남석 감독 및 불싸조의 한상철의 토크, 철학자 에두아르드 글리상의 이야기를 담은 <One World Nation>, <너와 나>의 영어번역 버전을 두고 번역가 달시 파켓과 서강범이 나누는 번역에 대한 이야기, 영화ꞏ미술ꞏ광고ꞏ뮤직비디오 등의 현장을 오가며 작업하는 '개구리들'의 작품을 상영하는 섹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참고해주세요. 예매는 https://www.tinyticket.net/event-manager/EM9Lu9GNN0ZA 에서 가능합니다!





기획전  벽을 해킹하기 Wall Hacking 
2023년 12월 16일(토) - 17일(일) 
주최 (사)독립영화전용관확대를위한시민모임 
주관 인디스페이스 
기획 인디스페이스, 최이다, 박동수  
후원 서울시, 서울영상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스크린은 영상을 입는 순간 벽이 된다.  
다른 시간과 공간이 이 벽을 경계로 반사되거나 투과되고는 한다. 다양한 문화와 언어들은 벽을 기준 삼아 멀어졌다가 또 가까워진다. 오래된 화면은 방금 찍힌 듯 벽에 생생하게 맺히는가 하면, 작금의 장면이 오래전 역사를 벽에다 그려낼 때도 있다. 극장 상영용 영상과 미술 전시용 영상, 상업적 영상과 비상업적 영상 등 많은 영상의 갈래는 이 벽 앞에서 시작된다. 
이토록 제멋대로인 벽이 또 어디 있을까. 이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매끄럽고도 반투명한 경계를 임의적이거나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모두 무너뜨려야만 할까? 그러나 벽이 전혀 없는 세계는 벽으로만 채워진 세계만큼이나 밋밋하고 막막할 것이다. 경계를 지워버리는 순간, 그것이 던져주었던 유용한 기준들과 논의점이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여기 영상을 더 잘 즐길 방법으로 벽을 부수지 않되 해킹할 것을 제안한다. 게임 시스템상 우발적인 오류를 의미하는 버그와 달리, 게임 핵(Hack)은 사용자가 원하는 플레이 방식에 맞게 시스템 구조를 적극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러 종류의 핵 중에서도, 벽을 공략하는 월핵(Wallhack)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 너머가 보이지 않고 통과할 수도 없었을 벽을 무력화한다. 월핵에 성공한 플레이어는 벽이 버젓이 눈앞에 있어도 저편의 세상을 보거나 반대편으로 이동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영상을 둘러싼 경계가 보인다면 영상만큼이나 정성껏 살펴봐 주시라. 그리고 그 경계를 타고 신나게 미끄러져 보시길!





- 참석자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 행사 당일 온라인 예매 환불이 불가합니다. (현장에서만 가능) 
- 음료를 제외한 음식물 반입은 제한됩니다.


� 섹션 1. 요즘 애들
12.17(SUN) 13:00 
참석: 김남석 감독,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함연선 마테리알 편집인
 
90년대 말~2000년대 초가 최신 유행(요샛말로는 '트렌드')으로 돌아왔다. 당시 패션 스타일은 물론이고 오래된 캠코더와 카메라가 구현하는 저화질 룩이 '요즘 애들' 사이에선 매력적인 'Y2K 느낌', '세기말 감성'이 되는 시대. 이런 미적 스타일의 추구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레트로, 복고풍에 대한 열망의 계보에서 이어지는 취향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직접 살아보지 않았거나 잘 기억나지 않는 과거를 윤색하여 불러내는 작업으로 읽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세기말을 살았던, 그 당시의 요즘 애들은 어떻게 카메라를 들었으며 어떻게 비쳤던가? 영화 속에 그들이 담는 Y2K 시대는 2023년의 요즘 애들이 상상하는 시대와 얼마나 다른가? <나쁜 영화>는 스크린에 다른 시간을 불러내고, 온갖 문제를 마주하고 또 일으키는 20세기의 청년들을 조우하게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어내는 시간이 카메라 필터처럼 그저 그럴싸한 느낌으로, 마침내는 '나쁜'이란 형용사로 치환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딱 23년도의 요즘 애들이 그러하듯이. 

글/기획: 최이다

장선우 <나쁜 영화>(1997) 
가족들과 살기를 거부하거나 포기하고 거리로 나온 아이들. 주점에서 일하거나 돈을 훔쳐 생활하는 그들은 돈이 없어 굶을지언정 노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며 행려 생활을 전전한다.


* 섹션 1. 요즘 애들 <나쁜 영화>는 표준화질(SD) 버전으로 상영합니다. 이 영화는 디지털 시네마(2K)나 고화질(HD)로 리마스터링되지 않았습니다.






 � 섹션 2. 개구리들
12.17(SUN) 16:30 
참석: 멜트미러, 김한주(실리카겔), HWI, 최이다 감독

개구리는 폐 호흡만으로 충분한 산소를 얻지 못한다. 부족한 산소는 피부 호흡을 이용해 확보하는데, 공중에 습기가 많을수록 피부가 촉촉해져 숨쉬기가 용이하다고 한다. 그러니 사실 비 오는 날 개구리가 크게 우는 소리는 청개구리 설화에서처럼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요, 기쁨에 겨워 부르는 노래인 것이다. 
이른바 상업(Commercial)적이라 불리는 광고 영상, 뮤직비디오, 패션 필름 등의 영상 제작 현장에도 개구리가 있다. 수입원으로서의 영상을 만드느라 바쁜 노동자이자, 수입과는 상관없이 영상 만들기를 멈출 수 없는 창작자들. 이들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만들어 온 영상은 그동안 모니터, 전광판, 전시장 등지를 떠돌았으나 극장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이는 극장이 비상업적인 공간이며, 이들의 영상이 상업적이라는 의미일까? 몸에 뜨거운 피가 도는 이 개구리들은 과연 얼마만큼 두 가지 호흡법을 의식한 채로 숨을 쉬고 있을까? 

글/기획: 최이다


* 섹션 2. 개구리들 상영작 중 일부는 번쩍이는 섬광 효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빛에 예민한 분들은 감광성 뇌전증 혹은 광과민성 발작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니 관람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아리킴 <∑HËN φ ƒÅlıs>(2023) 
전자 신호로 합성된 이미지의 자기촉발적인 미감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아리킴 <릴릴>(2022) 
우연이 겹쳐진 시간은 어떤 모습일까? 런던에서 록다운 기간 동안 4명의 친구가 함께 살게 된다. 사용 가치가 종료된 백합 한 다발을 버리는 과정에서 남겨진 한 송이의 백합에게 친구 윌이 우연히 기타를 연주한다. 소리 반응형 led조명과 기타 연주 그리고 백합 한 송이가 카메라를 통해 만들어내는 시공간은 묘하다. 과거의 시간들이 기억 속에서 왜곡된 형상으로 존재하듯, 화면에 우연히 포착된 이미지와 소리는 디지털 도구로 조작되고 가공되어 새로운 시청각적 감각을 형성한다. 


멜트미러+실리카겔 <Mercurial>(2023) 
Mercurial 프로젝트의 테마 Youth를 모티브로 제작된 뮤직비디오. 무모하고, 어리석고, 찬란한 젊음. 일그러진 마음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야기를 완벽히 걷어내는 방법을 고민했던 작업이다. 무거운 의미를 덜어내고 싶었다. 


멜트미러+실리카겔 <Kyo181>(2020) 
폭력의 선입견을 한 줌, 무수한 반복의 구조 속에 가상의 인물들이 가둬진다. 오늘의 주인공 KYO는 자신을 둘러싼 무력한 죽음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감독 CUTT의 현실에 침입한다.


멜트미러+실리카겔 <NEO SOUL>(2017) 
지치고 성난 사람들이 힘 있게, 마음껏 서울의 밤을 비웃을 수 있기를 바라며 건넨 애정을 넘어선 작은 연대. 미래의 아이들에게 바치는 찬가.


멜트미러 <[신규]생명안전지도>(2019) 
전시 '더블 네거티브: 화이트 큐브에서 넷플릭스까지'를 위해 제작한 영상이자 멜트미러가 소속된 아트 콜렉티브 isvn의 공식적인 첫 작업. 더욱 복잡한 역할을 수행하는 현대의 신체를 위해 isvn은 조현병으로 물든 지도, 낯선 좌표계 속으로 감상자를 밀어 넣는다.


HWI <into the basement>(2019) 
대형 쇼핑몰, 멀티플렉스 등 대도시 상업 지구에서의 경험을 다룬 EP ‘ExtraPlex’의 첫 번째 수록곡 ‘Into the Basement’의 뮤직비디오. 몰(mall)에서의 투어리즘 경험은 나선형의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야기의 시작을 여는 곡이다.


HWI <mígōng>(2019) 
'mígōng'은 ‘미궁’의 중국식 발음으로, 끊임없이 다른 곳으로 이어지며 헤맴을 유도하는 쾌적한 몰의 구조를 비유한다. 몰의 익명성과 무시간성, 과포화된 시청각적 자극은 이곳을 지옥인지 천국인지 분간할 수 없는 미몽 같은 세계로 만든다.


업체eobchae <루지를 타고 도망치는 사람들>(2022) 
루지를 타고 도망치는 사람들이 있다? 최대한 빨리 달려서 최대한 빨리 도착한다, 그리고 잠든다. 루지 타는 머릿수가 많아질수록 먼저 받은 사람이 재미 보는 방식. 그렇게 눈 뜨고 일어나면 1업체코인이 60년 뒤에 987,654,321업체코인이 되고.


최이다 <스위스 범죄>(2018) 
본격적인 사회 활동을 하고 싶다면 사회화라는 부팅을 먼저 해낼 것. 그러나 영상 속 컴퓨터가 애정을 얻고자 하는 말들은 허풍과 빈말같이 모두 구멍이 뻥뻥 뚫려있어 자신을 일으키기에 실패하고, 유저가 바라는 말을 찾으려 하면 할수록 컴퓨터는 무한 재부팅 오류에 빠지고 만다.


� 섹션 3.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Here’s Looking at You, Kid
12.16(SAT) 16:00 
참석: 달시파켓 번역가, 서강범 번역가

이제는 관용구처럼 퍼진 명대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는 영화 <카사블랑카>의 ‘Here’s looking at you’를 ‘초월 번역’한 사례다. 의역이라기에는 원문과 의미가 너무 다르고, 오역이라기에는 옮긴 문장이 그럴싸하다 못해 원문 이상으로 훌륭한 경우. 같은 문화권 내 같은 언어도 전달 과정에서 수많은 오해와 오류를 낳기 마련인데, 두 언어가 교차하다가 어긋나기는 또 얼마나 쉬운가. 그만큼 진귀한 초월 번역은 두 언어 사이를 조용히 가로지르던 번역가의 공을 드러내고 만다. 
일반적으로 영상∙영화 번역가는 촬영 및 편집이 모두 완료된 후, 후반 작업의 최종 단계에서 본격적으로 투입된다. 게다가 번역 과정에서 개인적인 목소리를 많이 반영했다가는 영화를 잘못 전달할 위험이 커지다 보니 스크린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다. 그렇다고 하여 번역가가 결코 가볍거나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객이 가장 먼저 접촉할 언어를 고른다는 점에서 번역가는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이제 극장을 그들의 무대로 돌려놓고, 스크린을 통과하여 언어를 옮기는 일의 이모저모를 들어 보자. 우선 번역가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부터 하고. 

글/기획: 최이다

조현철 <너와 나>(2023) *영문자막버전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오후, 세미는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 하은에게로 향한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오늘은 반드시 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쳐 흐르는 마음과 달리 자꾸만 어긋나는 두 사람. 서툰 오해와 상처를 뒤로하고, 세미는 하은에게 진심을 고백할 수 있을까?


� 섹션 4. 다들 브로콜리를 좋아하는데, 저는 싫어해요.
12.16(SAT) 19:30 
참석: 박유진 기획자, 제람 작가

국립국어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민족이 한국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고 외국인이 자신의 나라를 가리킬 때는 ‘우리’와 ‘나라’ 사이에 한 칸을 띄워 ‘우리 나라’라고 쓴다. 이 한 칸의 거리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확해질 것이다. 빠르게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엮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해야만 할까? 카리브 출신 학자 에두아르 글리상(Édouard Glissant)은 과감히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영화는 재즈 음악처럼 바다를 타고 귀환하는 글리상의 여정을 보여주며, 서구가 타자성을 이해해온 방식을 그의 이론을 통해 반추한다.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전지구적 디아스포라의 역사에서 서구는 타인, 타문화, 타인종을 투명하게, 즉 서구의 시각에서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왔다. 글리상은 이에 반대하여 모두에게 불투명할 권리가 있음을 선언한다. 브로콜리를 싫어하는 그가 브로콜리를 좋아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유전자가 브로콜리에 대한 선호도를 결정한다고 설명하고 싶은가? 마음껏 하셔라. 글리상이 말하는 관계는 단순히 유전자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그는 이러나저러나 브로콜리를 좋아하는 사람과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최이다 | 기획: 최이다, 박유진

Manthia Diawara 만티아 디아와라 <Édouard Glissant: One World in Relation 에두아르 글리상: 관계의 한 세계>(2010)


만티아 디아와라 감독이 철학자이자 작가인 에두아르 글리상의 여정을 따라가며, 다양성, 타자성에 관한 그의 중요한 이론들을 비춘다. 우리에게는 함부로 환원되어 이해되지 않을 불투명성의 권리가 있다고 글리상은 말한다.


� 섹션 5. 도시 뒤에 공간 있어요
12.16(SAT) 13:00
참석: 홍민키 감독, 박동수 평론가
 
대도시의 역사는 선별과 배제의 역사다. 부동산 자본주의의 논리, 재개발과 철거, 정상성이 강요되는 도시 디자인,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내몰리는 소수자. 독립 다큐멘터리는 도시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철거민을, 이동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맘 편히 광장을 점유하지 못하는 성소수자를 담아 왔다. 지금의 다큐멘터리들은 여전히 액티비즘적임과 동시에 다른 방식의 현장을 만들어낸다. 그곳은 공공연하게 숨겨져 있다. 물질적인 공간이 아닐 수도, 현존하는 공간임에도 편견과 차별의 논리로 인해 이미 가상화 된 공간일 수도 있다. 도시가 평준화될수록 그곳은 불평등의 현장이 된다. 도시의 파사드는 이곳이 문화의, 정치의, 경제의, 산업의, 유흥의, 기술의, 삶의 중심이라고 외치지만, 한 사람의 도시 거주민으로서 그 중심에 속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 뿐이다. 
홍민키의 세 작업은 도시에서 보이지 않게 된 사실들을 표명한다. 새로이 명명된 거리의 이름, 정상성이 강조되는 도시 풍경, 용도 변경된 건물. 홍민키의 작품은 이 공간들이 품은 역사를 발굴하고 재차 명명한다. 그의 작품은 도시공간을 파악하는 새로운 미시전략으로서, 벽돌과 콘크리트 뒤에 숨겨진 공간을 발화한다. 미셸 드 세르토가 '로컬의 권한'이라 불렀던, 이야기가 퇴적됨으로서 그곳이 '거주 가능한 공간'이 된다는 공간의 실천 가능성이 그의 작업에 녹아 있다. 

글/기획: 박동수

홍민키 <낙원>(2023)  
시대가 바뀜에 따라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하나씩 문을 닫게 되고, 그중 몇몇 삼류 극장은 사회 변두리에서 자신들의 문화적 공간을 찾아 헤매던 게이들의 만남 장소로 점차 변모한다. 그리고 이런 “호모 애용 극장”과 함께 종로 뒷골목 곳곳엔 게이바들이 들어서면서, 80년대 밤의 종로는 게이들의 낙원이 되기 시작한다. 


홍민키 <들랑날랑 혼삿길>(2021) 
‘혼삿길에 우뚝 선 오픈리-게이’ 성소수자인 주인공 민기는 결혼 적령기에 들어감에 따라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지만 오래 만난 파트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성결혼을 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그리고 게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혹여나 친형의 결혼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가족들에게 하나씩 질문을 던진다. 나아가 “나랑 결혼하고 싶어?”라는 물음에 동성 파트너로부터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인 대답을 듣게 된다.  


홍민키 <리얼 서바이벌 가이드 공중도시>(2019) 
가상의 TV쇼, <리얼 서바이벌 가이드 공중도시>는 하늘 위를 떠다니는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컨셉이며, 첫 번째 에피소드로 최근 ‘망리단길’로 유명한 망원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초대하여 망원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방송의 1부에서는 망원동 주민들이 1984년에 있었던 큰 수해를 겪었던 경험을 중심으로 과거의 망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2부에서는 '망리단길'로 불리는 현재의 망원에 대한 감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가장 먼저 이주해야 했던(해야 하는) '방석집' 사장님 중 한 분의 경험담에서 망원동의 숨겨진 이야기에 대해 듣는다. 이와 함께, 망원동에 파견된 현장 특파원을 통해 시청자는 망원동을 실시간으로 마주하게 된다. 과거 큰 수해로 망가진 도시를 직접 정리하고 가꾸며 살아왔지만 결국 ‘외부인’에 의해서 타지로 밀려나는 상황과 이로 인해 와해되는 마을 공동체 그리고 기존의 거주민 중에서도 가장 먼저 쫓겨나는 계층을 조명한다. 나아가 이러한 현상의 촉매 역할을 하는 SNS에 대한 경험 등을 통해 비장소성/비시간성이 두드러지는 온라인(SNS) 세계가 물리적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