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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04. 2017

잔망스러운 배트맨의 등장

<레고 무비>의 스핀오프 <레고 배트맨 무비> 리뷰

 2014년 최고의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던 <레고 무비>의 첫 스핀오프 작품이 나왔다. <레고 무비>의 신스틸러였던 마스터 빌더 배트맨의 단독 주연 영화 <레고 배트맨 무비>를시사회를 통해 관람했다. 이정구, 엄상현, 윤세웅, 김현심 등 국내 최고의 성우진이 참여한 더빙 버전이었다(정식 개봉 이후 자막 버전 관람 예정).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최고의 애니메이션 기대작이었던 <레고 배트맨 무비>는, 스톱모션과 CG를 섞어 완성한 실사영화 못지않은 레고 고담시의 스펙터클과 데드풀처럼 현실과 영화 속 세계를 넘나드는 레고 배트맨의 유머와 패러디, <레고 무비>에서도 한 차례 보인 온갖 세계관의 뒤섞임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수작이었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같은 정치 사회적인 접근이나, DCEU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처럼 엉성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묘사 대신, 누구나 알고 있는 배트맨의 개인적인 면(조실부모, 고독 등)을 전체관람가 등급에 맞게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배트맨 영화들에도 뒤지지 않는 만듦새의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레고 특유의 질감을 살린 영상은 <레고 무비>에 이어 <레고 배트맨 무비>에도 유효하다. 불꽃, 구름, 연기 등 영화의 거의 모든 요소를 레고를 통해 표현하는 기법은 거의 모든 세대의 동심을 자극한다. 전작의 마스터 빌더들이 레고 월드의 블록들을 모아 온갖 탈것과 무기를 만들어내던 광경 역시 이번 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배트윙 등 배트맨의 시그니쳐와도 같은 탈것들을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배트맨의 모습은 그 어떤 실사 배트맨 영화도 따라잡을 수 없는 <레고 배트맨 무비>만의 스펙터클이다.


 <레고 무비>의 전통을 이어받듯 역대 배트맨 영화 중 가장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배트맨과 알프레드, 로빈, 고든 청장, 바바라 고든 등의 캐릭터는 물론, 조커, 할리퀸, 베인, 스케어크로우, 포이즌 아이비, 펭귄맨, 캣우먼, 킬러 크록, 투페이스 등 역대 모든 배트맨 영화의 빌런들이 모조리 등장한다. 잠시 등장하는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은 물론이고,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고질라>, <킹콩> 등을 넘나드는 콜라보는 이번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다. <레고 무비> 시리즈가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게 되는 가장 큰 이유랄까. 

 <레고 배트맨 무비>는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가장 밝은 배트맨 영화이다. 전체관람가 등급이기에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그동안 영화는 물론, 각종 코믹스와 애니메이션 속 배트맨을 생각해보면 메이저한 매체에서 코믹한 캐릭터로 배트맨을 다루는 것이 흥미롭다. 우연하게 로빈을 입양하게 되는 배트맨과 그의 옆에서 여전히 조언을 아끼지 않는 집사 알프레드, 새로운 조력자 바바라 고든이 함께하는 배트맨의 이야기는 고아, 고독, 밤, 어둠 등의 키워드로 풀어지던 배트맨에 새로운 활력을 집어넣는다. 가족의 해체와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새로운 대안가족의 결합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해체와 재조립을 반복하며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완구 레고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이다. <레고 무비> 프랜차이즈를 단순한 완구 홍보용 영화라고 한다 해도, 완구가 담고 있는 가치를 완벽하게 담아낸 두 편의 영화는 충분히 예술적이다.


 이미 <레고 무비>를 통해 한 번 보여준 세계관이기에, <레고 배트맨 무비>에 그때와 같은 신선함은 덜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누가 보더라고 100%로 즐길 수 있는 팝콘무비이자, 레고의 가치를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낸 작품이며, 앞선 배트맨 영화들의 명맥을 잇는 또 하나의 성공적인 배트맨 영화이다. 훌륭한 퀄리티 한국어 더빙이나, 아직 보진 못했지만 역시나 대단할 것으로 생각되는 오리지널 더빙(윌 아넷,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랄프 파인즈, 마이클 세라 등 참여) 버전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즐거운 관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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