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ce 1. <보이즈 앤 후드> 1991
감독: 존 싱글톤
출연: 쿠바 구딩 주니어, 아이스 큐브, 로렌스 피시번
꾸준히 흑인에 대한, 흑인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온 존 싱글톤의 1991년 작품이자, 힙합그룹 N.W.W의 래퍼 아이스 큐브의 영화 데뷔작이다. 센트럴 로스앤젤레스에서 어머니와 사는 트레이(쿠바 구딩 주니어)가 아버지 퓨리어스(로렌스 피시번)의 집에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청소년기 때부터 접하게 되는 갱 문화, 후드를 벗어나 대학으로 가고 싶어 하는 욕구, 같은 또래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법한 사춘기 시절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결의 이야기가 트레이를 따라 진행된다.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까지 담당한 존 싱글톤 감독 본인의 이야기와, 아이스 큐브가 컴튼에서 자라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가 영화 속에 녹아들어 있다.
Choice 2. <후프 드림스> 1994
감독: 스티브 제임스
출연: 윌리엄 게이츠, 아서 어기
극영화는 아니고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흑인이 게토를 탈출하는 방법은 랩스타가 되거나 NBA 스타가 되는 방법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농구는 흑인들에게 일상이면서 꿈이고, 탈출구이다. <후프 드림스>는 3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윌리엄 게이츠와 아서 어기, 두 사람의 고등학교 시절을 담아낸다. 농구를 통해 좋은 고등학교에도 진학할 수 있고, 대학교까지 갈 수 있음이 영화 속에서 드러난다. 동시에 빈민가 출신 흑인으로써, 레이건 시대부터 내려온 가난의 대물림과 이를 책임져주지 않는 제도를 경험하는 사람으로서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결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삶 중 3~4년의 시간을 떼어 만들어낸 <후프 드림스>는 그 어떤 극영화보다 강렬한 성장영화로 완성된다.
Choice 3. <파리아> 2011
감독: 디 리스
출연: 킴 웨이언스
선댄스 영화제에서 촬영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흑인 소녀의 이야기를 성장영화 풍으로 담아냈다. 2007년 디 리스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단편영화를 장편화한 작품이고, 스파이크 리가 제작에 참여했다. 대부분의 흑인 주연 성장영화가 흑인 남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 흑인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파리아>가 유독 눈에 띈다. 섬세하게 감정을 담아낸 촬영이 돋보이는 성장영화이다.
Choice 4. <도프> 2015
감독: 릭 마피아
출연: 샤메익 무어, 토니 레볼로리, 키어시 클레몬스
2010년대의 <보이즈 앤 후드>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퍼렐 윌리엄스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 <도프>는 하버드에 입학하는 것이 꿈인 너드 고등학생 말콤(샤메익 무어)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LA의 게토 잉글우드에서 살아가는 그들이 마약상과 엮이며 벌어지는 일들에서 1980년대를 그린 <보이즈 앤 후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2010대의 게토가 그려진다. 조금 더 코믹하고 가벼운 톤으로 그려지지만, 그때와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영화 속에서 드러난다. 달라진 것이라면, 말콤은 대학 진학을 통해 게토를 벗어난다는 것이랄까? 에이셉 라키, 타이가 등 여러 래퍼들의 카메오 출연은 영화의 재밌는 볼거리가 된다.
Choice 5. <문라이트> 2016
감독: 베리 젠킨스
출연: 알렉스 R. 히버트, 에쉬튼 샌더스, 트레반데 로테스, 메허살레 알리, 나오미 해리스, 자넬 모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와 같은 방법론으로 <보이즈 앤 후드>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촬영과 분위기는 왕가위의 영화들과 <캐롤> 등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를 품고 있다. 140여 개에 달하는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범상치 않은 베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는 흑인 성장영화의 걸작이다. 마이애미의 게토에 사는 샤이론의 이야기를 인생의 세 시기(유소년기, 청소년기, 성년)를 통해 담아낸다. 마약상이 사는 거리, 마약중독자 어머니,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 인생의 어느 순간 찾아온 멘토, 강해져야 살아남는다는 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문라이트> 속에 녹아있다. 시적인 이미지만으로 샤이론이라는 한 인간, 그리고 흑인 커뮤니티에서의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실력이 감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