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키안 스킴> 웨스 앤더슨 2025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무언가로 정의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들의 섬> 같은 실책을 예시로 들며 ‘예쁜 화면’에 집착하는, 모든 프레임이 벽걸이 그림처럼 보이길 바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도 그렇게 소비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그의 거의 모든 영화는 모험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다. <다즐링 주식회사>의 기차, <문라이즈 킹덤>의 카키 스카우트 캠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호텔’이라는 장소,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속 동물 입장에서 그려진 세계, <애스터로이드 시티> 속 외계인이 출몰하는 사막지대의 소도시. 웨스 앤더슨의 영화들이 갖는 배경은 미스테리한 일이 벌어지거나, 어디론가 계속 이동하거나, 무수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중첩되고 충돌하는 장소들이었다.
<페니키안 스킴>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6번의 비행기 추락과 수많은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사업가 자자 코다(베니시오 델 토로)는 중동지역의 독재국가에서 진행되는 드림 프로젝트 ‘페니키안 스킴’을 마침내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혹시 모를 실패를 예방하고자 수녀서원을 앞둔 딸 리즐(미아 트리플턴)을 자신과 동행시킨다. 그는 리랜드(톰 행크스)와 레이건(브라이언 크랜스턴), 파루크 왕자(리즈 아메드), 선장 마티(제프리 라이트), 사촌 힐다(스칼렛 요한슨), 동생 누바르(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잠재적인 사업 파트너들을 찾아가 협상을 시도한다. 그가 유언장처럼 만들어둔 박스들 속의 계획이 하나하나 실행된다. <페니키안 스킴>은 그러한 사업가의 모험담이다.
이번 영화에서 유독 눈에 띠는 것은 클로즈업이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서 클로즈업이 완전히 부재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페니키안 스킴>의 클로즈업은 그의 영화가 추구해 온, 그의 이름을 하나의 대명사로 만든 미감과 어긋난다. 얼굴보다 살짝 아래에서 부감으로 촬영된 듯한 클로즈업 숏들은 물리적인 공간들이나 이야기 자체가 아닌 인물들의 얼굴, 특히 코다와 리즐, 누바르의 얼굴을 모험의 장소로 만든다. 그리하여 이번 영화의 주된 배경은 그들의 얼굴이다. 마치 인형처럼 정해진 위치에서 정확히 대사를 내뱉는 듯한 인상의 캐릭터들은 그럼으로써 자신의 얼굴이 영화적 장소로 기능하는 순간을, 한순간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형에게 달려드는 누바르나 빠르게 속세를 자신의 신체에 안착시키는 리즐, 이 모든 것을 상대하는 가장 큰 지도와 같은 코다의 얼굴을 목격할 수 있다. 맞다. ‘페니키안 스킴’을 설명하는 지도는 코다의 얼굴이며, 그것의 작동을 표명하는 거대한 디오라마가 무너지는 순간은 코다의 변화를 감지하게끔 한다. 그렇게 웨스 앤더슨은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