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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17. 2017

주제도 재미도 길을 잃은 미스터리

데인 드한 주연의 미스터리 호러 <더 큐어>

 거대 기업의 야심 많고 젊은 간부 록하트(데인 드한)는 스위스의 웰니스 센터에서 요양 중인 회장을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고 떠난다. 고풍스러우면서도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웰니스 센터는 어딘가 수상함이 느껴지지만, 록하트는 어서 회장을 데리고 뉴욕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사고로 인해 웰니스 센터에 머무르게 된 록하트는 센터의 원장인 폴머(제이슨 아이삭스)의 제안에 따라 잠시 머무르며 치료를 받기로 한다. 그러던 중 웰니스센터에 수상함을 느낀 록하트는 그곳의 과거와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고어 버빈스키가 <론 레인저> 이루 4년 만에 미스터리 호러 장르로 돌아왔다. 데인 드한의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는 호러영화 장르에서 이례적으로 긴 146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이끌었던 감독답게 비주얼적으로 빼어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높았다. 결과적으로 <더큐어>는 아쉬움과 지루함으로 146분을 가득 채운 영화가 되었다. 강박적으로 구도를 맞춘 미장센으로 비주얼적인 측면을 끌어올리려 하지만 기억에 남는(혹은 기억하고 싶은) 장면은 하나도 없고, 웰니스 센터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긴장감이라곤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으며, 인물들을 대상화하는 태도도 심각하다.

 영화 내내 강박적일 정도로 대칭을 맞춰가는 미장센은 <샤이닝> 등의 영화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오프닝에서부터 거울과 유리까지 동원해가며 상하 혹은 좌우의 대칭을 이루어간다. 문제는 이것의 효과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터널의 모습이 기차의 유리창에 비쳐 대칭 구도를 이루다가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대칭이 깨지는 초반부의 장면처럼, 영화의 대칭구조는 록하트를 비롯해 스트레스와 병폐에 찌든 현대인의 내부를 보여주는 것처럼 등장한다. 웰니스센터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과 과로 끝에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간부를 보여주는 오프닝을 생각해보면 <더 큐어>의 주제가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병폐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주제는 남지 않고, 끔찍한 방식으로 대상화된 여성 캐릭터인 한나(미아 고스)에 얽힌 이야기로 영화가 진행된다. 오프닝에서 보여주었던 주제의식은 말끔히 사라지고, 강박적 대칭구도가 주는 효과는 엉뚱한 전개의 서사 덕분에 사라진다. 후반부의 반전은 주제의식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영화 마지막 장면 속 록하트의 표정은 영화의 어느 부분과 맞춰봐도 뜬금없다. 이유 없이 길게 끌고 같은 모습을 여러 앵글로 보여주는 숏들은 러닝타임만 길게 만들어 영화를 지루하게 만든다. 일반적인 장르영화의 페이스라면 영화가 끝나갈 시점임에도 <더큐어>는 50~60분의 러닝타임이 남아있고, 그 시간을 이끌어 갈만한 동력을 잃어버린다. 주제도 이야기를 이어갈 힘도 잃어버린 영화는 공허하게 러닝타임을 채운다. 혐오감을 불러일으킬법한 몇몇 이미지(장어나 치과 등)까지 별다른 느낌을 주지 못한다.

 <링>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로 호평받았던 고어 버빈스키의 연출력은 어디로 간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더 큐어>는 데인 드한, 미아 고스 등 출중한 배우들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아쉬운 영화가 되지 않을까? 행여 이빨 빠진 데인 드한이 당신의 취향이라도 <더 큐어>는 추천하지 못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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