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처럼 늙지 않는 외모의 소유자 키아누 리브스가 <존 윅: 리로드>로 돌아왔다. 1985년 <영블러드>를 통해 데뷔한 키아누 리브스는 <엑설런트 어드벤쳐>, <아이다호> 등의 영화를 통해 청춘스타로 자리 잡았다. 이후 <폭풍 속으로> 등의 액션 영화나 셰익스피어 극인 <헛소동> 등에 출연하면서 스펙트럼을 넓혀간다. <스피드>처럼 액션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재정립한 기념비적인 영화에도 여럿 출연하며 액션 스타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매트릭스> 트릴로지 이후에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개인사적인 불행과 <47 로닌>, <맨 오브 타이치>, <노크 노크> 등의 괴작 등이 겹치며 하락세를 겪는 듯했지만, <존 윅>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키아누 리브스의 영화 5편을 골라보았다.
Choice 1. <아이다호> 1991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리버 피닉스
키아누 리브스가 청춘스타로 이름을 알리던 때 리버 피닉스와 함께 출연한 작품이다. 시장의 아들로 태어나 부유하게 살 수 있었지만, 부친에 대한 반발로 길거리의 삶을 택한 스코트를 연기했다. 리버 피닉스가 연기한 마이크의 유일한 친구이며 우정과 사랑을 넘나드는 감정을 주고받는 역할을 연기해낸다. 감정에 파고가 높은 영화임에도 영화 안에 녹아드는 그의 연기가 놀라웠던 영화. 구스 반 산트의 섬세한 연출, 키아누 리브스와 리버 피닉스의 밀도 높은 감정연기, 엔딩이 주는 짙은 여운이 영화를 본 지 1년 정도가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Choice 2. <폭풍 속으로> 1991
감독: 캐스린 비글로우
출연: 키아누 리브스, 패트릭 스웨이지
캐스린 비글로우가 연출한 액션 영화로, 서핑이라는 소재가 인상적이었던 영화이다. 여성 감독임에도 남자들의 마초적인 면을 제대로 포착해내는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의 시선이 돋보인다. 은행강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FBI 요원 유타를 연기하는 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은 (이 영화 이전에 액션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액션 스타의 탄생을 보는 것 같다. 서핑, 스카이 다이빙 등 익스트림 스포츠가 동반되는 액션 영화의 효시와도 같은 작품이기에 그의 필모에서 더욱 중요한 작품이다. 키아누의 액션 영화는 언제나 새로운 틀을 제시해왔는데, <폭풍 속으로>는 그 시작과도 같은 영화다. 동명의 리메이크 작품(국내 개봉명이 원제인 Point Break를 따랐다)이 2015년에 개봉했다.
Choice 3. <스피드> 1994
감독: 얀 드봉
출연: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 데니스 호퍼
이토록 제목을 따라가는 영화는 흔치 않다. 영화 전체가 하나의 긴 카체이스처럼 꾸며진 얀 드봉의 <스피드>는 버스의 속도가 시속 50마일 이하로 속도가 떨어지면 폭파되는 폭탄이라는 설정을 통해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붙들어 놓는다. 키아누 리브스는 버스에 올라타게 되는 경찰 잭을 연기한다. 영화의 긴박감, 범인인 페인(데니스 호퍼)과 쌓인 앙금, 우연히 핸들을 잡게 된 애니(산드라 블록)와의 러브라인 등을 매끄럽게 이어가는 그의 연기는 거칠게 흘러가는 영화의 윤활제로 작용한다. 버스가 고가도로에서 점프하는 등 카체이싱 액션의 새로운 지평을 연 <스피드> 역시 그의 필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액션 영화이다.
Choice 4. <매트릭스> 트릴로지 1999~2003
감독: 워쇼스키 형제(현 워쇼스키 자매)
출연: 키아누 리브스, 휴고 위빙, 로렌스 피시번, 캐리 앤 모스
20세기의 마지막 해 나온 <매트릭스>는 그야말로 혁명적이었다. 감각적인 영상,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은 CG, 불렛 타임 기법을 사용한 액션 연출, 동양철학과 기독교적 세계관을 뒤섞은 SF......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쿵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으며, 이 영화 이후에 등장한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 기반의 모든 영화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키아누 리브스는 워쇼스키 자매가 만들어 둔 세계관으로 관객을 이끌어 간 '선택받은 자' 네오를 연기했다. 20세기의 마지막 아이콘이 된 <매트릭스>는 키아누 리브스를 영원히 대표하는 작품이다.
Choice 5. <존 윅> 2014
감독: 데이빗 레이치, 채드 스타헬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지구가 멈추는 날>, <47 로닌>, <맨 오브 타이치> 등 계속되는 흥행 부진에 퇴물 배우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키아누 리브스는 <존 윅>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근접 총기 액션의 모든 것'이라고 제목을 바꿔도 어색하지 않은 영화이다. 간결하고 직선적인 이야기, 그와 대비되는 디테일한 세계관, 자잘한 단점들을 상쇄하다 못해 무시해도 될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액션, 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키아누 리브스의 육체와 연기는 "Yeah, I'm thinking i'm back!"이라는 영화 속 대사를 통해 그가 귀환했음을 선언한다. 액션 영화마다 액션 영화의 새로운 면을 제시했던 키아누 리브스 다운 컴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