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제임스 맥어보이는 1997년 전쟁영화 <리제너레이션>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데뷔했다.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 동명의 소설 원작 SF <듄의 후예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와 같은 BBC 드라마 등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조금씩 얼굴을 알렸다. 개인적인 맥어보이의 첫인상은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 반인반수 툼누스로 출연했던 모습이다. '눈알 요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 답게 푸른 눈동자가 동화적인 영화에 꼭 어울렸었다. <비커밍 제인>, <어톤먼트> 등 시대극에 여럿 출연했었고 <원티드> 이후에는 본격적인 액션 영화에 주연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노미오와 줄리엣> 같은 애니메이션의 목소리 출연도 했고, <엑스맨> 프리퀄 트릴로지를 통해 블록버스터의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차기작으로는 제목 미정의 엑스맨 영화 몇 편과 <존 윅>의 데이빗 레이치 감독이 연출하는 액션 영화 <아토믹 블론드> 등에 출연할 예정이다. 영국 워킹클래스 출신 배우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영화 5편을 골라 보았다.
Choice 1. <어톤먼트> 2007
감독: 조 라이트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키이라 나이틀리
<비커밍 제인>,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등 여러 편의 시대극에 출연한 제임스 맥어보이지만, 그중 최고작은 단연 <어톤먼트>가 아닐까 싶다.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가로지르는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와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의 이야기가 <어톤먼트>의 이야기이다. 오해를 통해 멀어진 두 사람의 사랑, 둘의 함께하는 장면의 아름다움과 롱테이크로 담아낸 전쟁의 참혹함의 대비, 모든 것을 가로지르는 제임스 맥어보이와 키이라 나이틀리 두 배우의 연기가 돋보인다. 워킹클래스 출신인 제임스 맥어보이가 시대극 안에서 상류층을 연기할 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모습에서 오는 묘한 쾌감이 맥어보이의 시대극 속에 있다.
Choice 2. <원티드> 2008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안젤리나 졸리, 모건 프리먼
<매트릭스> 이후 가장 만화적인 액션을 보여준 영화가 아닐까 싶다. 뽀대 나는 각종 카체이스 시퀀스는 물론 휘어져 날아가는 총알이 주는 임팩트는 같은 해에 나온 다른 액션 영화를 압도한다. 제임스 맥어보이는 자신은 몰랐지만 킬러의 자식이고 킬러의 DNA를 가졌다는 설정의 주인공 웨슬리를 연기한다. 권총으로 파리의 날개를 떼어버리고 과녁 앞에 선 폭스(안젤리나 졸리)의 옆으로 총알이 휘어 날아가도록 하는 웨슬리의 모습은 유약해 보이는 첫인상에서 점점 강인한 인상으로 변해가는 제임스 맥어보이에게 꼭 맞는 역할이었다.
Choice 3. <엑스맨> 프리퀄 트릴로지 2011~2016
감독: 메튜 본(퍼스트 클래스), 브라이언 싱어(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아포칼립스)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제니퍼 로렌스, 휴 잭맨, 니콜라스 홀트
제임스 맥어보이는 <엑스맨: 최후의 전쟁>과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거치며 사망선고 판정을 받을뻔한 엑스맨 유니버스를 되살린 인물 중 한 명이다. 심지어 그는 캐스팅 소식에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민머리 캐릭터가 아님에도) 머리부터 밀고 감독을 만나러 갈 정도로 프로페서 X 캐릭터의 팬이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이클 패스벤더의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 캐스팅은 <엑스맨> 프랜차이즈를 되살린 신의 한 수이다. 냉전시대의 극점 중 하나인 쿠바 사태부터 존 F. 캐네디의 암살 이후의 시간대까지 30여 년의 시간대를 오가며 뮤턴트의 정체성과 역사 정치적 혼란 사이에 서있는 인물을 이보다 더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있었을까?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에서 패트릭 스튜어트와 마주한 장면은 그 혼란 사이에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명장면이다. 앞으로 나올 엑스맨 영화 속 맥어보이의 모습이 기대된다.
Choice 4. <일리노어 릭비> 연작 2013~2014
감독: 네드 밴슨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
독특한 영화다. <일리노어 릭비: 그 여자>와 <일리노어 릭비: 그 남자>라는 이름으로 각각 개봉한 뒤 <일리노어 릭비: 그 남자 그 여자>라는 제목으로 다시 개봉했다. 하나의 사건을 남자 코너(제임스 맥어보이)와 릭비(제시카 차스테인) 각각의 시선과 기억으로 보여준 <그 남자>와 <그 여자>, 그 둘을 합쳐 재구성한 <그 남자 그 여자> 세 편의 영화가 하나의 연작을 이룬다. 이례적인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 속에서 제임스 맥어보이는 갑자기 사라져 버린 릭비를 그리워하며 외로운 사랑을 이어나가는 코너를 연기한다. 독특한 형식을 가능케 한 이유에는 맥어보이의 연기가 큰 몫을 차지한다.
Choice 5. <23 아이덴티티> 2016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네이버 영화에서 <23 아이덴티티> 속 제임스 맥어보이의 역할을 검색하면 '데니스/패트리시아/헤드윅/비스트/케빈/배리/오웰/제이드 역'라고 나온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임스 맥어보이는 23개의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자로 등장한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부활이라는 호평과 북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라는 흥행이 제임스 맥어보이 생애 최고의 연기라는 찬사를 납득시켜준다. 9살 꼬마에서부터 미스테리한 여인까지 다양한 인격을 하나의 몸을 통해 하나의 영화에서 연기한 그의 연기력은 소름 끼칠 정도로 놀랍다. <23 아이덴티티>는 짧지 않은 맥어보이의 필모그래피에서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