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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28. 2017

'퍼시픽 림' 감성의 거대괴수혈투

유니버설 '몬스터버스'의 본격적인 시작 <콩: 스컬 아일랜드>

킹콩이 돌아왔다. 2005년 피터 잭슨의 <킹콩> 이후 12년 만의 컴백이자 4번째 킹콩 영화이다. <콩: 스컬 아일랜드>는 이전 킹콩들과는 다르게 금발 미녀와 킹콩의 로맨스는 없으며, 거대괴수영화장르의 목적에 충실하다. 마치 <퍼시픽 림>의 감성으로 만든 킹콩이랄까? 유니버셜에서 계획하는 ‘몬스터버스’의 일환이기에 영화의 내용과 톤은 가렛 에드워즈의 2014년 <고질라>와 비슷하다. 도호 시네마에서 만들던 <고질라> 영화들과 특촬물의 팬이라면 델 토로의 <퍼시픽 림>에 그랬던 것처럼 <콩:스컬 아일랜드>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콩: 스컬 아일랜드>는 자신의 목표를 확실히 알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거대한 유인원 콩이고, 스컬 아일랜드의 왕이자 수호신으로써의 콩을 담아내는데 충실하다. 30m가 넘는 사이즈로 기존의 킹콩보다 더욱 거대해진 콩은 <진격의 거인>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첫 등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후 석양을 배경으로 헬리콥터를 맞이하는 콩의 모습, 도마뱀을 연상시키는 스컬 크롤러와의 대결 등은 여러 괴수영화에 오마주를 바침과 동시에 역대 킹콩 중 가장 스피디하고 박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콩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거대 거미, 익룡을 연상시키는 괴물, 거대한 나무 모양의 벌레 등 다양한 크리처들을 보여준다. 영화의 텐션이 떨어질만하면 등장하는 각종 거대 괴수들의 모습은 관객을 쉬지 못하게 만든다. 12세 관람가라기엔 조금 잔혹한 장면들은 괴수물 마니아들의 욕구를 200% 충족시켜줄 비주얼을 자랑한다.

 게다가 <콩: 스컬 아일랜드>는각종 괴수영화와 전쟁영화의 오마주들로 가득하다. <킹콩>은 물론이고, <해저 2만 리>, <고질라>, <쥬라기 공원> 시리즈, <진격의 거인>,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 등 다양한 영화들이 떠오른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속 괴물의 모습과 움직임을 차용한 스컬 크롤러,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어느 장면을 따온 듯 한 오프닝 시퀀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의 패러디(어떤 장면인지는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 등 한국영화에 대한 오마주까지 등장한다. 후반부의 몇몇 액션 시퀀스는 카메라 앵글과 격투의 방법에 있어서 델 토로의 <퍼시픽 림>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이 직접 “제가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자랐습니다”라고 고백하는 듯 영화 속에 각종 오마주가 가득하다. 

 다만 인간 캐릭터들의 활용이 아쉽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지만 기억에 남는 인간 캐릭터는 딱히 없다. 베트남 전쟁 이후의 공허함을 지닌 패커드(사무엘 L. 잭슨), 종군기자 위버(브리 라슨), 거대 괴수를 연구하는 모나크 소속의 랜다(존 굿맨)와 브룩스(코리 호킨스) 등더 발전시킬 수 있는 캐릭터들이 소모되었다는 점은 아쉬움을 준다. 중국 자본이 투입되었기에 출연한 느낌을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풍기는 경첨은 급하게 투입된 캐릭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각본상의 문제라기 보단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콩:스컬 아일랜드>는 언제까지나 콩이 주인공인 영화이고, 인간 캐릭터들은 스컬 아일랜드로 관객을 안내하는 가이드에 불과하다. 영화 시작 30분 만에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콩, 2시간이 채 되지 않은 러닝타임에 꽉 꽉 채워 넣은 B급 괴수영화의 향취, 다양한 괴수 캐릭터는 인간 캐릭터의 아쉬움을 상쇄해준다. 


 <콩: 스컬 아일랜드>는 완전히 목적에 충실한 영화이다. 다소 과잉인듯한 기법이나 상황은 영화 속 세계관 안에서 모두 납득이 가능하다. 마치 <존 윅> 시리즈에서 과장되어 보이는 이야기가 유치하지만 탄탄한 세계관 안에서 납득되었듯이, <콩: 스컬 아일랜드>의 이야기 역시 유니버셜의 ‘몬스터버스’ 속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이다. 마니아적인 장르영화에 기반을 한 영화이기에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임은 분명하다.(이미 시사회 후 반응이 갈리고 있다) 하지만 과거 B급 특촬물에서 느끼던 쾌감을 매끈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만난다는 점은 <콩:스컬 아일랜드>의 확실한 메리트이다. 엔딩크레딧 이후 등장하는 쿠키영상에서 <고질라>와의 연계를 확정 지은 유니버설 몬스터버스의 미래가 기대된다.




p.s. 왕십리 IMAX 3D로 관람했는데, 3D의 퀄리티도 좋고 최근 관람한 IMAX 영화 중 가장 깔끔한 효과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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