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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02. 2017

슈퍼히어로 장르에 처음 있는 완벽한 마무리

울버린의 17년을 결산하는 영화 <로건>

*스포일러 포함


 여태까지 슈퍼히어로 영화가 제대로 마무리를 한 적이 있었나? <스파이더맨>은 언제나 스튜디오의 야심에 무너졌고, <아이언맨>은 MCU의 흐름 속에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했으며, <슈퍼맨>의 감독들은 능력 부족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가 있지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놀란의 단점이 두드러진 평작이었다. 17년의 세월, 남북전쟁부터 2029년을 아우르는 울버린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로건>은 슈퍼히어로 영화 장르의 첫 마무리와도 같다. 2000년 개봉한 첫 영화에서부터 <엑스맨> 프랜차이즈는 곧 울버린의 여정이었다. <퍼스트 클래스>와 <아포칼립스>를 제외하면, <엑스맨> 이야기의 중심은 항상 울버린이었고, 관객은 그의 클로 뒤에서 여정을 함께 했다. <로건>은 이번 영화까지 총 9편(<데드풀>을 제외한 모든 <엑스맨> 영화)의 영화에 출연한 울버린, 그를 연기한 휴 잭맨에게 보내는 가장 강렬한 작별이다.

 영화는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6년이 지난 미래를 그린다. 뮤턴트는 더 이상 태어나지 않고, 뮤턴트를 사냥하는 사람들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울버린, 그러니까 로건은 멕시코 국경 인접지역에서 리무진 기사로 일하며 치매에 걸린 찰스(패트릭 스튜어트)를 돌보고 있다. 그러던 중 의문의 소녀 로라(다프네 킨)가 그들에게 다가오고, 로건은 로라를 쫓는 피어스(보이드 홀드록) 일당을 피해 노스다코다로 떠난다. 이 여정은 찰스가 로건에게 바라던 가족의 구성이며, 엑스맨의 한 세대를 마무리 짓는 순간이고, 트럼프 미국의 미래를 그리는 현대 서부극이다.


 <로건>의 여정은 울버린이 가지지 못했던 가족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진 그레이를 떠나보낸 그에게, 9편의 영화에서 언제나 혼자였던 그에게 처음으로 가족적인 순간이 다가온다. 치매에 걸린 찰스를 돌보는 로건은 나이 든 아버지를 돌보는 효자의 모습이며, 그의 (유전적) 딸로 밝혀지는 로라와는 직접적인 부녀관계로 그려진다. 로건은 여정 중간에 만난 흑인 가족에게서 엑스-맨션에서 잠시 느꼈던 가족의 모습을 발견한다.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로건은 찰스와 로라, 자신을 3대로 구성된 가족으로 소개한다. 가난과 질병 속에서 일종의 대안 가족을 구성하는 모습, 찰스의 죽음에 분노하고 로라를 지키며 함께 싸우는 모습은 분노한 가장의 그것이다. 앞서 등장한 흑인 가족의 모습과 겹쳐 보이며 로건의 분노가 극대화된다. 

 <로건>은 또한 <엑스맨> 시리즈 의한 세대를 보내는 일종의 결산이다. <아포칼립스>에등장한 ‘뉴 뮤턴트’와 로라 등에게 바통을 넘기고, 울버린으로 대표되는 기존 엑스맨의 세대를 영화 속에서 확실히 마무리 짓는다. 단순히 새로운 뮤턴트의 등장과 그의 능력을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울버린의 분노, 그의 야수 같은 면을 분리해 만든듯한 X-24가 찰스를 죽이는 설정, 로건이 언젠가 스스로 죽기 위해 간직하던 아다만티움 탄환으로 X-24를 죽이는 장면은 로건에서 로라로 넘어가는 완벽한 세대교체의 모습이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인용한 <셰인>의 대사와 겹치는 로건의 모습은 울버린이 가지고 있던 폭력에 대한 속죄이다. 동시에 휴 잭맨이 본인의 페르소나를 떠나보내는 방식이고, 부침을 겪은 시리즈(특히 울버린 솔로 영화들)에 대한 결산이기도 하다. 로건의 무덤 앞에 세워진 십자가를 옆으로 뉘어 X모양으로 바꾸는 로라의 모습은 관객의 눈물을 빼앗아가는 명장면이다. 영화 속에서 엑스맨 코믹스를 직접적으로 등장시켜버리는 메타-코믹스 영화로써, 이보다 완벽한 엔딩은 없다.


 서부극, 특히 수정주의 서부극은 언제나 미국의 현재를 드러냈다. <로스트인 더스트>(헬 오어 하이 워터)에서 트럼프 시대로 이어지는 것은 이것의 확실한 증거이다. <로건>은 슈퍼히어로 장르이자 서부극이고, 2029년의 배경은 트럼프 미국의 미래를 보여준다. 멕시코 국경 인접지역에서 생활하는 로건의 모습과,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어야 하는 로라와 아이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이민자 문제를 연상시킨다. 코믹스에서 영화에 이르기까지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던 엑스맨이 가난, 질병, 박해의 삼중고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가난하지만 멍청하진 않다.”라고 절규하는 가브리엘라(엘리자베스 로드리게즈)의 모습은 미국에 대응에 대한 그들의 반응처럼 보인다. 국경을 넘나들고 자신의 폭력성과 과거, 현재의 박해와 싸우는 로건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영웅처럼 느껴진다.

 <로건>은 서부극의 걸작 <셰인>을두 번 인용한다. 한 번은 직접적으로 호텔에서 <셰인>을 보는 찰스와 로라, 또 한 번은 로건의 무덤에서 영화의 대사를 읊는 로라의 모습에서 등장한다.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야 해. 어쩔 수 없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더군. (…) 여기선 살인을 저지른 뒤 살 수 없어. 옳든 그르든, 그건 낙인이야. 돌이킬 수 없어. 이제 가서 엄마에게 말하렴. 모든 게 잘될 거라고. 이제 이 계곡에 총은 더 이상 없다고.” 남북전쟁부터 2029년까지, <엑스맨>부터 <로건>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함축하는 완벽한 인용이다. ‘Old man die, Young woman live.’ <로건>은 슈퍼히어로 장르에 처음 있는 완벽한 마무리이자 미래에 대한 바람과 희망까지 품은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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