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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0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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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왓슨 주연,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2010년<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월드와이드 10억불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후 디즈니의 과거 히트 애니메이션을실사영화로 리메이크하는 ‘디즈니 라이브 액션’의 일환으로<신데렐라>, <정글북> 등의 영화가 개봉했다. <미녀와 야수>는 2017년 디즈니가 선보이는 첫 ‘라이브 액션’ 영화이다. <드림걸즈>, <브레이킹 던>, <미스터 홈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보였던 빌 콘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엠마왓슨이 주인공 벨 역할에 캐스팅 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 외에도 댄 스티븐스(야수), 루크 에반스(개스톤), 조쉬 게드(르푸), 이안맥켈런(시계 콕스워스), 유안 맥그리거(촛대 르미에), 엠마 톰슨(주전자폿 부인)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미녀와야수>는 1991년에 제작된 원작의 예고편과 똑같은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영화 본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벨의아버지 모리스(케빈 클라인)가 우연히 야수의 성으로 가게되고, 그를 도둑으로 오인한 야수는 그를 가둔다. 벨은 아버지를대신해 성에 갇히기를 선택하지만, 살아있는 성의 물건들은 벨을 친절하게 모신다. 요정의 저주에 걸린 야수와 성의 물건들은, 저주를 풀기 위해 야수와벨이 사랑에 빠지게 만들려 한다. 시간이 흐르고 여러 사건을 지나면서 벨과 야수는 가까워진다. 원작의 스코어까지 고스란히 따온 <미녀와 야수>는 원작의 이야기와 비주얼을 엠마 왓슨과 CG로 대체하며 영화를전개시켜 나간다.


 때문에<미녀와 야수>는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는 추억여행이다. 작년에 개봉한 <정글북>이그랬듯, 이미 절정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디즈니의 비주얼을 통해 관객을 단번에 디즈니 세계관으로 끌어들인다. IMAX 2D로 진행된 이번 시사에서 그 위력이 더욱 강력하게 다가왔다. 특히고전 뮤지컬 영화의 양식화된 비주얼을 고스란히 가져온 시퀀스들이 인상적이다. 엠마 왓슨이 ‘Belle’을 부르면서 등장하고 마을 전체를 돌아다니며 그 풍경을 보여주는 오프닝 등의 장면이 특히 그렇다.  영화의 홍보 문구이기도 한 성의 물건들이부르는 ‘Be Our Geust’는 이런 양식화의 끝을 자랑한다. 온갖식기들이 테이블 위에서 날아다니며 춤을 추는 모습은 50년대 할리우드 뮤지컬의 화려함을 고스란히 가져온다. 원작에서도 강렬했던 ‘The Mob Song’ 시퀀스는 이번 영화에서도유효하다. 영화의 피날레에서 흘러나오는 ‘Beauty And TheBeast’는 디즈니가 선사하는 완벽한 추억여행이다. 그밖에 원작에도 참여했던 셀린 디온이부른 ‘How Does A Moment Last Foever’, 원작에는 없었던 야수의 솔로곡 ‘Evenmore’와 성의 물건들이 부른 ‘Days In The Sun’ 등은새로운 울림을 준다.

 뮤지컬장르에 처음 도전하는 엠마 왓슨은, 그가 어째서 (결국 불발됐지만, 그리고 그가 엠마 스톤만큼 잘 해낼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라라랜드>에 캐스팅됐었는지를 증명한다. 노래 실력이 특별히 빼어난 것은아니지만,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써, 실사 영화 속디즈니의 공주로써 역할을 만족스럽게 해낸다. 특히 벨에게 발명가 캐릭터를 부여하고, 원작에 비해 학구적이며 주체적인 인물로 만든 지점은 엠마 왓슨의 공이 크다.이야기의 큰 흐름을 따라가느라 영화 속에서 세세하게 표현되진 못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몇몇포인트는 인상적인 지점으로 남는다. 퍼포먼스 캡쳐를 통해 야수로 변한 댄 스티븐스와, 끔찍한 마초 개스톤을 맡은 루크 에반스는 뮤지컬 장르에 적절히 어울리는 연기를 선보인다. 각종 물건으로 변한 유안 맥그리거, 이안 맥켈런, 엠마 톰슨, 스탠리 투치 등은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배우들답게좋은 연기를 선사한다. 각각의 캐릭터가 뚜렷하게 살아난 것은 각 배우들의 공이 크다. 


 개스톤을따라다니는 르푸의 캐릭터는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영화가 공개되기 직전, 디즈니는 르푸의 캐릭터가 게이라는 설정을 공개했다. 마초성이 극대화된헤테로 남성이자 전쟁을 그리워하는 군인인 개스톤을 졸졸 따라다니는 르푸가 게이라는 설정은 끊임없이 극의 흐름을 끊는다. 영화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몇몇 순간은 이러한 설정 때문에 몰입을 확실히 깬다.


 원작에대한 어떤 재해석도 없다는 점도 아쉽다.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엠마 왓슨이 벨의 캐릭터에(자신의 사회활동과 관련된) 몇 가지 특성을 입힌 것 밖에없다. 이는 <정글북>에서도유사하게 들어났던 문제이다. 원작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온 기술력과 기획력은 놀랍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무엇이 남는가를 생각해보면 원작보다 못한 리메이크인 것도 사실이다. 감독 본인의 색이 진하게 들어간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앨리스>나 스필버그의 <마이 리틀 자이언트>처럼 작가주의적 감독이 참여한 것이 아닌 이상, ‘디즈니 라이브액션’영화는 단순한 재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미녀와야수>이후 <곰돌이 푸>, <덤보>, <라이온 킹>, <정글북2> 등의 영화들이 디즈니 라이브 액션으로제작될 예정이다. <미녀와 야수>까지는 디즈니의추억여행과 압도적인 기술력이 선보이는 즐거움이 앞서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영화들까지 안일한 각색으로만들어진다면 관객들의 피로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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