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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06. 2017

영화 전체보다 먹먹한 마지막 자막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또 한 편의 영화 <눈길>

 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귀향>에 이어 위안부를다룬 또 한 편의 극영화가 극장을 찾았다. KBS를 통해 2부작으로 방영됐던 단막극을 극장 버전으로 재편집해 개봉한 이나정 감독의 <눈길>이 그 주인공이다. 김새론, 김향기 두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일본군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악마적 만행을 영화적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귀향>과는 다른 노선을 택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귀향>에 비해 두드러지는 장점이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

 영화의 전개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닮아있다. 현재 시점의 주인공이 상처를 품은 소녀를 만나 자신의 과거와 다시 마주한다는 설정. 이러한 설정은 1940년대의 과거와 2010년대의 현재를 교차편집으로 오가며 영화가 진행되도록 만든다. 두 편의 영화를 보면서 이런 설정은 오히려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고, 또 다른 사람의 상처를 기반으로 과거의 상처를 소환한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가장 나이브한 방식의 각본이자 소재를 일차원적으로만 생각하는 모습이 <눈길>에서도 두드러진다. 


 다만 <귀향>에서 위안소를 부감으로 촬영하며 영화적 스펙터클로 소비했던 것과는 달리, 위안부 피해 장면을 직접적으로 담지 않는 카메라는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비극은, 특히 현재 해결은커녕 해결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귀향>처럼 비극을 그리는 것은 2차 가해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눈길>은 <귀향>보다 진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스포트라이트> 등 여러 영화가 증명했듯, 피해자의 비극을 직접적으로 담지 않아도 비극을 담아낼 수 있다. 허구의 사건이 아닌 실제 사건을 다룰 때 더더욱 심혈을 기울어야 할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제외하면 <눈길>이 <귀향>에 비해 장점이 크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부작 단막극을 재편집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툭툭 끊기는 편집, 저예산임을 감안하더라도 이해되지 않는 탈출 장면 등 어색한 장면들이 영화 속에 수두룩하다. 김새론과 김향기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좋지 못한 것도 몰입을 깬다. 1940년대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현대적인 몇몇 의상은 황당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결국 <눈길>은 영화 전체보다 “2017년 1월 현재 40명의 위안부 할머니가 생존해계십니다. 전쟁과 폭력에 고통받고 희생되신 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마지막 자막이 더 먹먹하게 다가오는 영화다. 소재가 가지는 민감성과 감정적으로 작업을 이어가게 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지금처럼 만들어지는 위안부 소재 극영화의 완성도는 아쉬움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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