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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06. 2017

11. 나의 덕질은 슈퍼히어로와 함께 시작되었다

 나는 슈퍼히어로 영화를 좋아한다. 일단 개봉만 했다 하면 스튜디오, 세계관, 출연진 가리지 않고 관람한다. 세기의 망작이라는 혹평을 들어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성이 풀린다. MCU, DCEU, 시네마틱 유니버스, 빌런 같은 용어들은 이제 일상의 단어가 되었다. 매년 5~7 편의 슈퍼히어로 영화가 개봉하는 지금은, 나 같은 덕후들에겐 최고의 시기가 아닐까 싶다. 동시에 현실 세계와 거의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기에 더욱 일상적으로 다가온다. 전 세계 각지에서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국경에 장벽을 짓겠다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속 베인의 대사를 읊고 있으니 슈퍼히어로 세계관 속에 살아간다는 느낌까지 든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2002)로기억한다. 물론 극장 관람은 아니었고, 영화가 개봉한 지 몇 년이 흘러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영화를 봤었다. 1편을 먼저 봤는지 2004년에 나온 2편을 먼저 봤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 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개봉을 맞아 다시 보기 전까지 1편과 2편의 내용이 뒤죽박죽 섞여있었다. 지하철에서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과 싸운 빌런이 그린 고블린(월렘 데포)이고, 타임스퀘어의 삼성 로고 앞을 지나간 게 닥터 옥토푸스(알프리드 몰라나)인 줄로 기억했었다. 2007년에 나온 3편은 초등학생인 내 눈에도 엉성해 보였지만, 모래폭풍을 일으키며 뉴욕을 돌아다니는 샌드맨(토마스 헤이든 처치)의 모습을 입 벌리며 봤던 기억이 난다. 특이하게도 피터 파커의 이야기보다 해리 오스본(제임스 프랑코)이 더 멋지다고 생각했고, 그에게 더 몰입하며 영화를 봤었다. 3편의 부진을 타파하기 위해 리부트 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세련된 음악과 비주얼, 매력적인 배우들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거뒀을 때의 아쉬움과,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새로운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이 등장했을 때의 전율을 10여 년의 세월이 쌓인 감정이었다. 


 극장에서 처음으로 관람한 슈퍼히어로 영화는 의외로 <판타스틱 4>(2005)이다. 판타스틱 4의 캐릭터 설정부터 영화의 장르와 만듦새까지 가족영화의 것을 따르고 있었기에, 부모님 초등학생인 나와 동생을 데리고 영화관을 찾기에 부담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판타스틱4>는요즘의 몇몇 히어로 영화처럼 어둡지도 않고, 징그러울 장면도 없으며, 액션 장면도 폭력적이지 않다. 몸으로 틀을 만들어 소화전 물줄기나 바꾸는 미스터 판타스틱의 모습에서 폭력성이라곤 찾을 수 없었다. 2007년에 나온 속편 역시 그러했고, <스파이더맨 3>의 흑화 하는 피터 파커를 본 나는 <판타스틱 4>에 더 이상 적응하지 못했었다. 코믹스의 세계관을 좀 더 알고 난 뒤 다시 영화를 보고선, 우주적 존재들을 가볍게 소비했다는 점에서 <판타스틱4>를조금 더 멀리하기 시작했다.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경계를 히어로 장르까지 넓힌 조쉬 트랭크가 연출한 <판타스틱 4> 리부트(2015)를 보고선 캐릭터에 대한 정이 떨어질 정도였다. 극장에서 처음으로 접한 히어로의 끝이 참 암울했다.


 그다음으로 접하게 된 히어로는 슈퍼맨과 배트맨이다.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1978)은 당연히 본 적이 없는 초등학생이 부모님을 따라 2006년 현충일에 대한극장을 찾아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를봤었다. 러닝타임이 굉장히 길고 상영관에 웬 애기가 하나 계속 울어대었다는 기억밖에 나지 않았다. 이후 DCEU의 초석이 된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을 보며 드디어 제대로 된 비주얼의 슈퍼맨을 극장에서 만났구나 싶었다. 배트맨은 팀 버튼의 1989년 작을 통해 처음 접했다. <크리스마스 악몽> 등 팀 버튼 영화의 열렬한 팬이었던 나는 자연스럽게 DVD 대여점에서 그의 <배트맨>을 빌려와 관람했다. 그만의 동화적 비주얼에 빠져서 관람했지만, 초등학생이 보기엔 어두운 세계관이 썩 매력적이지 않았다. 최근에야 블루레이로 다시 관람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배트맨 리턴즈>(1992)는다수의 빌런이 등장한 히어로 영화 중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성공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조엘 슈마허의 두 배트맨은 건너뛰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는 여러모로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히어로 영화에 현실을 담아내는 법을 발견한 것 같았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생각할수록 아쉬운 마무리지만. 2016년에서야 영화 속에서 만난 슈퍼맨과 배트맨, DCEU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팀 버튼도, 놀란도, 브라이언 싱어도 없는 DCEU의 미래는 지금과 같을지,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엑스맨> 시리즈는 주말마다 DVD를 빌려보던 우리 집의 단골손님이었다. <엑스맨>에 관심이 생긴 이유는 아주 단순한데, 여러 명의 초능력자들이 떼거지로 포스터에 실려있는 모습이 흥미로워서 영화를 DVD를 집어 들게 되었다. 사실 <엑스맨>(2000)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엑스맨 전체에 대한 이야기보단 울버린(휴 잭맨)과 로그(안나 파킨)에 집중한 이야기는 살짝 지루하다.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작으로 꼽히는 <X2 >(2003)은 백악관 시퀀스에서 이미 압도되어 버리고, 이야기가 아쉬운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은 금문교를 뽑아 타고 다니는 매그니토(이안 맥켈런)의 모습 만으로도 좋다. 눈에서 광선을 뿜고 입이 막힌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이 등장하는 <엑스맨 탄생: 울버린>과 이상한 로맨스가 뒤섞인 <더 울버린> 스핀오프 시리즈로 실망했지만, 메튜 본이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제니퍼 로렌스, 니콜라스 홀트와 함께 만든 <퍼스트 클래스>(2011)을 통해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살아났다. 브라이언 싱어가 돌아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2014)는 시리즈를 정리한 최고의 작품이고,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즐거웠던 <아포칼립스>는 시리즈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스핀오프 격인 <데드풀>은 가장 사랑하는 히어로 영화 중 한편이 되었다. 최근 개봉한 <로건>(2017)은 시리즈의 한 세대를 마무리지으며 10년 넘는 덕질을 결산하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슈퍼 히어로 하면 마블을 뺄 수 없다. 2008년 존 파브로의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MCU,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본격적인 덕질의 시작이었다. 어떤 세계관 하나를 파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인크레더블 헐크>(2008)를 보러 갔다가 쿠키영상에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등장했을 때의 충격을 아직 잊지 못한다. 여러 편의 히어로 영화를 하나로 묶는다는 발상은 <어벤저스>(2012)를 통해 결국 성공했고, 2017년 현재 토르, 헐크, 닥터 스트레인지가 함께 출연하는 <토르: 라그나로크>와 60여 명의 히어로 캐릭터가 등장할 예정인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의 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블록버스터 역사상 가장 거대한 프랜차이즈이자, ABC 드라마 <에이전트 오브 쉴드>, 넷플릭스의 <디펜더스> 시리즈 등으로 끝없이 확장하고 있다는 점은 언제나 놀랍기만 하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다소 아쉬운 만듦새를 보이며 MCU가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 남은 계획들은 여전히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이제 개봉이 두 달 남짓 남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2017)를생각하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를 만난 콜슨(클락 그레그)처럼 설렌다.


 그 밖에도 방대한 원작을 썩 괜찮게 영화화한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2009), 휴고 위빙의 연기가 돋보였던 <브이 포 벤데타>(2006), 클로이 모레츠를 알게 해 준 메튜 본의 <킥 애스>(2010~2013) 시리즈, 슈퍼히어로 장르를 뒤집어 놓은 조쉬 트랭크의 <크로니클>(2012), 실사영화로는 절대 할 수 없는 배트맨에 대한 결산을 보여준 <레고 배트맨 무비>(2017) 등의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떠오른다. 어떤 영화는 장르 자체를 비트는 메타-슈퍼히어로 영화였고, 파운드 푸티지 같은 신선한 형식을 도입하기도 했으며, 진지한 사회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도 있었다. 슈퍼히어로 장르는 현대의 서부극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다양한 형식과 메시지를 품고 뻗어나가고 있다.

 영화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지금, 슈퍼히어로 영화에 가장 고마운 것은 수많은 배우들을 알게 해줬다는 점이다. 당장 위의 언급한 영화의 주요 출연진을 리스트로 작성하면 수많은 명배우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를 통해 영국 최고의 배우들을 접하게 되었듯이,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면서 ‘입덕’한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하나하나 파다 보면 방대한 양의 영화를 접하게 된다. 스칼렛 요한슨, 마크 러팔로, 크리스천 베일, 이안 맥켈런, 마이클 패스벤더, 마이클 키튼, 패트릭 스튜어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임스 프랭코, 커스틴 던스트 등 수많은 배우를 히어로 영화를 통해 처음 접했다. 지금 어느 영화의 포스터와 홍보물을 보면서 익숙한 이름을 여럿 발견할 수 있는 이유는 히어로 영화를 통해 접한 배우들을 뿌리 삼아 이런저런 영화들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뿐만 아니라 예술영화부터 인디영화,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의 영화까지 다양하게 출연하는 히어로 영화 속 배우들 덕분에 온갖 영화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히어로 영화에서 어떤 배우의 시작, 혹은 재발견을 보기도 한다. <크로니클>에서 데인 드한과 마이클 B. 조던을 만났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통해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의 필모그래피를 거의 처음부터 함께할 수 있었으며,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2014)를 통해 안소니 맥키라는 배우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길게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지는 히어로 영화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해가는 배우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히어로 영화를 덕질 하는 즐거움이다. <렛 미 인>(2010)의 코디 스밋 맥피가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에서 나이트크롤러로 등장하고, <더 임파서블>(2013)의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을 통해 어엿한 히어로가 되어있는 것을 보면 어떤 흐뭇함까지 느껴진다. 


 히어로 영화는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들을 만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다크 나이트>를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의 존재를 알았고, <배트맨>은 팀 버튼의 세계관을 좀 더 깊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왓치맨>을 통해 잭 스나이더라는 비주얼리스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엑스맨> 시리즈와 <로건>을통해 브라이언 싱어와 제임스 맨골드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고, 메튜 본이나 제임스 건처럼 재능 있는 감독의 메이저 데뷔를 지켜볼 수 있었다.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2014)의 타이카 와이티티나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2014)의 라이언 쿠글러처럼 데뷔부터 주목하던 감독이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묘한 쾌감이 생긴다. 

집에 소장하고 있는 슈퍼히어로 코믹스들

 히어로 영화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코믹스도 사게 되었다. 『왓치맨』, 『시빌 워』, 『헐크: 플래닛 헐크』 등의 코믹스가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장을 보면 묘하게 미소가 지어진다. 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무엇인가를 수집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잔뜩 쌓아놓고 보면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이미 CD에 블루레이까지 손을 댔기 때문에(자금 사정상 히어로 영화 블루레이는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무엇인가를 수집한다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MCU의 영화들이 국내에서도 흥행하기 시작하면서 한 권, 두 권 정식 발매되기 시작했고 조금씩 코믹스를 사들이게 되었다. 지금도 중고서점에 갈 때면 그래픽 노블 코너에 아직 사지 못 한 코믹스가 있는지 찾아보고는 한다. 영화를 본 후에 코믹스에서 가져온 장면이 무엇인지, 혹은 코믹스를 읽은 뒤 영화를 보며 코믹스 속 장면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비교해보는 것은 상당한 재미를 준다. 어떤 설정은 남고 어떤 설정은 사라졌는지, 이 설정들이 어떻게 뒤섞여 각본에 녹아들었는지 찾아내는 재미는 슈퍼히어로 장르만의 특색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부터 쌓여온 코믹스의 이야기들이 각본가들의 손에 의해 뒤섞이고, 재창조되는 과정은 팬들의 가장 큰 논쟁거리이며 즐거움이다.


 슈퍼히어로 장르를 통해 메시지를 담기 시작하면서 히어로 영화에 대한 비평과 담론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팀 버튼이 <배트맨 리턴즈>를 통해 아웃사이더를 이야기하던 시절부터, <다크 나이트>를 통해 쏟아진 9/11 이후 정의와 광기에 대한 담론, 퀴어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빗댄 <엑스맨> 시리즈, 트럼프 시대의 미국과 이민자에 대한 암시가 담긴 <로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의 주제였던 ‘내부의 적’ 등은 현대사회의 문제와 담론을 슈퍼히어로 장르 속에 고스란히 녹여낸 결과물이다. 이것은 사회를 살아가는 감독과 각본가의 머릿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것일 수도 있고, 슈퍼히어로 장르 공식 속에 메시지를 정교하게 담아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능력 있는 작가들은 영화 속에 현대사회의 문제를 담아냈고, 이는 대중과 비평가에게 유효한 메시지로 다가갔다. 물론 초기 코믹스가 그랬던 것처럼 국가적인 프로파간다로 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의 관객이 그 차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은 슈퍼히어로 장르가 표현해낼 수 있는 스펙트럼을 넓혀준다.

 서부극을 표방한 <로건>, 스페이스 오페라이길 자청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파운드 푸티지 장르로 만들어진 <크로니클> 등은 기존 장르와 슈퍼히어로 장르의 영화적 결합이 가져오는 시너지 증명하는 사례이다. 물론 바디 호러를 표방했다가 죽도 밥도 아니고 태운 밥이 되어버린 <판타스틱 4> 같은 작품도 있다. 하지만 장르 교배에 성공한 영화들이 가지고 온 성취를 보면 이따금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로건>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그 사례일 텐데, 두 영화는 기본적으로 서부극 장르를 기반으로(스페이스 오페라의 기반 역시 서부극이다) 만들어진 영화이다. <로건>은 수정주의 서부극의 영향을 받은, 한 인간의 속죄와 세대교체, 과거와 현재에 대한 문제제기가 드러난 작품이다. 연출은 맡은 제임스 맨골드는 이런 서부극을 만들고자 휴 잭맨이 17년간 이어온 캐릭터를 소환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셰인>(1956)을직접 언급하고, 작품 전체가 <용서받지 못한 자>(1992)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로건>은 서부극 그 자체이다. 서부극 세계관의 작용을 이용해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모습은 영화적이라는 표현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반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황야의 7인>(1962) 같은 서부 활극의 활력을 고스란히 가져온다. 우주(서부)의 무법자들이 뭉쳐 은하계(마을)를 구한다는 이야기는 서부극을 거쳐 <스타워즈>에서 완성되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다시금 생기를 되찾는다. 장르 교배를 통해 얻은 장르 부활이랄까? 

개봉예정 슈퍼히어로 영화를 정리한 표

 슈퍼히어로 장르는 각 세계관을 덕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우, 감독, 더 나아가 영화 자체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장르이다. 솔직히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아온 장르는 언제나 그랬다. 서부극과 우주 활극, 하드 바디들의 액션 영화를 거쳐 슈퍼히어로의 시대에 내가 태어났을 뿐이다. 슈퍼히어로 장르도 언젠가는 그 힘을 잃어버릴 수 있다. 서부극이 꼰대들의 영화가 되고, 하드 바디의 액션 영화가 ‘익스펜더블’로 불리게 되었듯, 슈퍼히어로 장르도 언젠가 옛 세대의 장르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어쨌든 슈퍼히어로 장르는 내가 배우에, 감독에 영화에 빠지게 된 통로다. 여전히 이 영화들을 통해 힘을 얻고 있고, 장르가 더욱 발전하길 바라며, 새롭게 제작되는 영화들은 언제나 내 레이더 속에 있다. 2017년이 3달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원더우먼>, <스파이더맨: 홈커밍>, <토르: 라그나로크>, <저스티스 리그 파트 1> 등의 히어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당분간 이어질 히어로 영화의 홍수가 장르의 진보로 이어지길 바라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예고편을 감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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