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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16. 2017

외로움과 자괴감이라는 달콤한 악몽

미아 바시코브시카 & 제시 아이젠버그의 <더블: 달콤한 악몽>

 <더블: 달콤한 악몽>은  <IT 크라우드>에서 모스 역을 맡았던 리처트 아요데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소셜 네트워크>의 제시 아이젠버그가 제임스와 사이먼의 1인 2역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스토커>의 미아 와시코브시카가 한나 역으로 출연했다. <더블:달콤한 악몽>은 잘 알려져 있듯이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분신>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그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도플갱어가 소재라는 것 정도를 알고 영화를 보러 갔다.

 제시 아이젠버그가 맡은 사이먼은 회사에 7년 동안 다니고 있는 성실한 사원이지만, 마치 투명인간처럼 존재감이 없는 존재이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나를 좋아하지만 소심한 성격 때문에 말도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항상 아파트에서 망원경으로 한나를 관찰하기만 한다. 이런 그의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 바로 제임스의 등장이다. 사이먼과 똑같은 외모, 목소리, 옷차림의 그는 사이먼과는 정 반대의 성격이다. 적극적이고, 말도 잘하고, 친화력도 좋다. 순식간에 제임스는 회사 상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사이먼의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심지어 한나까지 차지하게 된다. 제임스의 등장으로 점점 더 존재감이 없어진 사이먼은 자신에게 난 상처가 제임스에게도 똑같이 난다는 것을 깨닫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린다. 치료를 받지 못한 제임스는 죽고 사이먼은 앰뷸런스를 타고 살아남는다. 


 굉장히 독특한 영화이다. 정확한 시대적, 공간적 배경도 없고, 등장하는 장소라곤 사이먼과 한나가 사는 아파트, 회사, 양로원, 식당이 전부다. 영화 내내 어두운 톤이 계속되고 일본 노래들이 계속 흘러나오며(심지어 엔딩크레딧에는 신중현이 작곡한 햇님이라는 노래가 나온다.) 캐릭터들의 연기도 영화의 연기보단 연극에서의 연기 같다. 굉장히 난해하고 불편한 영화이지만 영화의 주된 주제가 된 자괴감, 열등감, 외로움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제임스는 사이먼의 내면 속 또 다른 자아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사이면이 7년 동안 회사에서 투명인간으로 살면서 쌓인 자괴감과 열등감이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제임스로 탄생한 것이다. 제임스는 사이먼이 하지 못한 것들은 입사와 동시에 해낸다. 경비원마저 무시하던 사이먼과는 달리 제임스는 상사들의 신뢰를 너무나도 쉽게 얻어내고, 사이먼이 짝사랑하던 한나와의 연애를 너무나도 쉽게 시작할 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기까지 한다. 제임스가 한 행동들은 모두 사이먼이 상상했지만 소심한 성격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들일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사이먼의 아파트에 묶여있던 제임스는 죽고, 사이먼은 살아남게 된다. 여기서 사이먼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제임스가 죽었고 둘의 외모가 같기 때문에 앞으로 제임스로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저도 제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라는 대사와 함께 자신을 사이먼인 채로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다. 결국 자신의 본래 모습인 사이먼을 인정하고 자신도 특별한 개인임을 깨달은 것이다. 제임스를 통해 자신의 열등감과 자괴감을 표현했다면 제임스를 죽임으로써 열등감과 자괴감을 깨트린 것이다. 사이먼과 제임스의 풀네임은 '사이먼 제임스'와 '제임스 사이먼'이다. 정반대의 성격인 둘을 가장 잘 보여준 게 이름인 것 같다. 

 1인 2역을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는 말 그대로 신들린듯한 연기를 보여준다. 사이먼일 때는 외로운 너드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제임스일 때는 <소셜 네트워크> 등에서 보았던 빠른 대사를 선보이며 바람둥이 연기를 보여준다. 성격의 양극단을 넘나드는 연기를 1인 2역으로(게다가 같은 옷차림) 완벽하게 소화했다. 한나역을 맡은 미아 와시코브시카 역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했다. 


 미장센이 굉장히 독특한 영화였다. 어느 시대인지 모른 배경들도 좋았고, 영화 속 회사의 모습이 우리가 일상이나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보던 모습이 아닌 이 영화만에 독특한 비주얼이었다. 컴퓨터, 프린터 등의 사무기기도 영화의 독특한 영상미에 큰 도움을 주었다. 게다가 영화 내내 일관되게 어두운 톤의 화면이 악몽 같은 현실 속의 처한 사이먼의 심리를 잘 반영한 것 같다. 영화 내내 외롭고 존재감 없었던 사이먼과 잘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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