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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21. 2017

단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 자체가 넌센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요상한 멜로드라마 <더 랍스터>

*스포일러 포함



2009년 파격적인 설정의 블랙코미디(?) 영화 [송곳니]로 주목받았던 그리스 출신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으로68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이번 작품 역시 파격적인 설정이 돋보인다모든 국민은 커플이어야 하며이혼/사별 등을 겪게 되면 한 호텔로 이동하여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45일간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그나마 원하는 동물로변하게 된다혼자 길을 다니면 체포당하는 이상한 도시에서 아내와 이혼한 데이비드(콜린 파렐역시 호텔로 오게 된다파트너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곳의서의 생활을 참지 못하고 도망쳐 나온다그가 도망쳐 나온 숲속에는 솔로가 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 마치 게릴라 반란군처럼 모여살고 있었다그 곳은 호텔과는 반대로모든 것이 철저히 혼자여야 하며 커플이 되면 처벌을 받는다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드는 그 곳에서 자신의 사랑인 근시 여인(레이첼 와이즈)를 만나게 된다.

꽤나 진지해 보이는 영상미와는 달리 블랙유머로 꽉 찬 작품이다특히 왜 커플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들이 진국이다호텔에서커플이어야 하는 이유를 종업원들의 시범으로 보여준다혼자 밥을 먹던 남자는 음식이 목에 걸려 혼자 죽지만커플인 남자는 음식이 목에 걸려도 파트너의 도움으로 살아난다혼자 길을 걷는 여자는 성범죄자의 표적이 되지만커플인 여자는 그렇지 않다건조하게 시범을 보이는 종업원들의 연기가 일품이다또한 사람들이 커플이 되기 위해 자신의 파트너와의 공통점을 만든다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다코피를 자주 흘리는 여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벽에 얼굴을 박아 코피를 내는 절름발이 남자(벤 위쇼), 매정한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매정한 척 하는 데이비드 등은 관객들에게서 박장대소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씁쓸하게 만든다.

숲속에 숨어 사는 게릴라 솔로부대(?) 역시 웃기고 씁쓸하긴 매한가지다파트너와 함께해야하는 블루스 대신 홀로 고독하게 춤출 수 있는 일렉트로닉을 사일런스 디스코 파티처럼 듣는 장면은 탁월한 코미디이며 동시에 커플 매칭 호텔의 거울이다과격한 대장(레아 세이두)이 내리는파트너가 생기면 입술을 찢어버리는 레드 키스’ 형벌은 호텔과 솔로부대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인간의 삶이 행복한 것은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혼자 살던 둘이 살던 아이와 함께 살던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양성애자든 무성욕자든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으로써의 행복이다커플이고 싶을 때 파트너를 찾을 수 없고솔로이고 싶을 때 파트너가 찾아오는 아이러니한 상황과그 상황들이 만들어내는 파국은 사회적 강요에 의한 선택으로는 절대 행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선택할 수 없는 세계는 유럽의 숲속에 쌍봉낙타와 홍학이 돌아다니는 이상한 세상이다고독한 일렉트로닉과 함께하는 블루스 중 단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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